할머니 안녕히 가세요. (1)

생명을 품고, 키우고, 마주하기까지의 여정

by 글루




꼼지의 태몽은 우리 친할머니께서 꿔주셨다.


할머니의 품에 포옥 안겼던 큼직한 잉어 한 마리. 그 잉어 꿈을 꾸고 난 후 나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꾸지 못했지만 할머니께서 대신 꿔주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할머니께서 갑작스럽게 병원에 입원하셨다.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거실에서 물을 마시려다 넘어진 할머니께서 뼈가 부러지셨다. 그대로 병원에 가서 수술을 받았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신장이 좋지 않던 할머니께서는 염증을 밀어내지 못하셨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뇌에 출혈이 발견되었다. 어쩌면 뇌출혈로 넘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직장 근처에 할머니께서 입원하신 병원이 있어 퇴근 후 들렀다. 할머니께서는 어떤 표정을 짓고 계실까? 할머니한테 어떤 말을 해야 하지? 상태가 많이 안 좋으신가?


잔뜩 긴장을 하며 병실에 들어갔다. 할머니는 눈을 감고 숨을 가쁘게 쉬고 계셨다. 팔이 나무젓가락처럼 가늘었다. 볼은 움푹 파여있었다. 내가 여러 번 불러보아도 대답하지 않으셨다. 이미 대화는 할 수 없었다.




아, 임신했을 때 한 번이라도 찾아뵐걸.



깊은 후회와 죄책감.




씩씩하게 인사하고 나오려고 했는데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아버지는 울지 말라며 손을 휘휘 저으셨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형제 중에서 무엇보다 할머니를 아끼는 아버지의 마음은 훨씬 괴로울 것이라는 걸.






이것이 할머니와의 마지막이 될 것 같다.



나는 할머니의 손을 잡고 오래오래 할머니를 쳐다봤다. 할머니의 눈, 코, 입을 머릿속에 담아 두었다. 어릴 때부터 나에게 지독하게 잔소리를 해왔던 할머니. 그렇지만 어린 시절을 한 지붕 아래서 같이 살았던 나의 할머니.



병원을 빠져나와 털레털레 집으로 갔다. 이제는 움찔거리는 배를 만지며 또 후회를 했다. 우리 할머니가 꼼지를 봤으면 참 좋았을 텐데.






할머니를 보고 며칠 뒤, 저녁을 먹고 양치를 하는데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다.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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