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안녕히 가세요. (2)

생명을 품고, 키우고, 마주하기까지의 여정

by 글루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며칠 전, 병원에서 할머니의 상태를 보고 온터라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아니, 덤덤하게 받아들인 줄 알았다. 전화가 끊어지자 눈물이 줄줄 났다. 가슴이 먹먹했다. 사실 할머니를 자주 찾아뵙지도 않았었고 엄청 좋아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어릴 때 같이 살았던 정이 강했던 걸까? 할머니가 너무 보고 싶었다.



다음 날 회사에 잠깐 들른 뒤 장례식장에 갔다. 친척들은 내 걱정을 하며 장례식장에 오지 말라고 하였다. 이제는 제법 임산부 티가 났으니까. 하지만 나는 조금도 고민하지 않았다. 내가 가고 싶은데 무슨 문제가 있을까.




장례식장에 앞에 마중 나온 엄마를 따라 올라가니 고모들이 모두 울고 있었다. 고모들이 우는 모습을 살면서 처음 봤다. 막내 고모는 내 이름을 부르며 나한테 안겼다. 가슴이 찌릿찌릿했다. 고개를 획 돌려서 할머니의 사진을 봤다. 할머니의 얼굴을 보자 내 눈에도 눈물이 흘렀다.



처음으로 상복을 입었다. 멍하니 바닥에 앉았다. 갑자기 어릴 때 돌아가신 외할머니 생각이 났다. 모두가 울고 있던 그곳에서 사진 속 외할머니는 활짝 웃고 계셨다. 그게 더욱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난다. 지금 할머니의 사진도, 정말 예뻤다. 아이러니하게도.



저녁이 되자 먼 곳에서 사는 친척들이 내려왔다. 오랜만에 친척들의 얼굴을 보는 것은 좋았다. 어릴 때 봤던 얼굴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아마 그들도 배부른 내가 어색했을 것이다. 그날은 매우 길었다. 밤도 매우 길었다.




나는 임산부라서 밤 11시쯤 집에 돌아갔다. 다음 날에 임당 검사도 있었다. 친구가 임당 재검이 떠서 엄청 고생했다고 했다. 이제 와서 달달한 음식을 제한하는 것은 소용없을 것 같아서 평소처럼 디저트를 와구와구 먹었다. 그래도 마음 한편에는 임당 재검이 뜨면 어떡하지 걱정이 되었다. 임신성 당뇨가 확정되면 꼼지가 태어날 때까지 식단 조절과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아마 임신 기간이 조금 우울해질 것이다.






다음 날, 떨리는 마음으로 병원에 가서 포도당을 마시고 기다렸다. 중간에 초음파로 꼼지를 보는데 주수보다 작아서 마음이 안 좋았다. 어느 순간 꼼지는 주수보다 작아져 있었다. 분명 나는 남들보다 체중이 많이 늘었는데... 내 살을 뜯어서 꼼지한테 주고 싶었다. 1시간 후에 피검사, 소변 검사를 하고 입체 초음파까지 봤다. 꼼지 얼굴이 태반에 묻혀서 알아보기 힘들었다.



아침부터 굶어서 어지러웠다. 배가 고파서 아침 겸 점심으로 근처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었다.



장례식장을 향하기 전 호두과자와 커피 원액을 샀다. 아마 다들 밤새 할머니 곁을 지키느라 힘들었을 것이다. 엄마와 아빠가 나를 맞이해 주셨다. 친척들은 잠을 제대로 못 잤는지 핼쑥해져 있었다.



나는 상복으로 갈아입고 하루 종일 손님을 맞이했다. 홀몸이 아니라 힘들 때는 작은 방으로 가서 누워있었다. 고모가 집에 가서 쉬어라고 했지만 나는 최소한의 도리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할머니를 찾아뵙지 못했으니까 할 수 있는 한 삼일 간은 오래 곁을 지키고 싶다고.




할머니께서 그곳에서 행복하셨으면.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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