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품고, 키우고, 마주하기까지의 여정
임당은 통과했지만 빈혈 수치가 낮았다.
빈혈 약을 꾸준히 챙겨 먹고 있었는데 약을 두 배로 늘렸다. 원래 임신 전에도 빈혈로 고생을 많이 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괜스레 아기한테 미안했다.
빈혈 수치가 낮은 죄(?)로 가족들에게 소고기 먹임을 당했다. 아빠는 식당에 가서 비싼 한우를 바구니에 마구마구 담았다. 원래 난 호주산 아니면 잘 안 먹는데....
시댁에서도 소고기를 왕창 사 주셨다. 임신한 뒤로 식욕이 늘어난 내가 소고기를 흡입하자 시어머니께서 깜짝 놀라셨다. 내가 소고기를 잘 먹는 모습이 인상 깊으셨는지 여러 번 이야기하시더니 소고기를 사서 집에 따로 더 보내주셨다. 정말 감사했다. 아기를 임신하고 고기를 원 없이 먹은 것 같다.
이제 24주가 넘어가면서 배가 제법 튀어나왔다. 미뤄왔던 아기 맞이를 슬슬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아기가 우리 집에 오게 된다면 무엇이 필요할까? 아기가 잘 침대, 젖병과 분유, 아기 옷, 손수건, 샴푸와 로션, 기저귀, 아기 목욕통.... 하나하나 적어보니 생각보다 필요한 물건들이 많았다.
다행히 요즘은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다. 필요한 아기용품과 가격, 구입처까지 모두 정리된 파일을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다. 리스트를 보며 내가 필요 없는 물건을 제외시키고 필요한 물건을 더 추가해서 적었다. 가격을 비교해서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물건을 구입했다.
아기는 금방 큰다. 그래서 중고 거래 사이트를 이용하면 현명하게 아기용품을 마련할 수 있다. 젖병같이 아기가 직접 입으로 물고 빠는 물건들은 새로 사는 게 좋지만, 아기가 쳐다보는 모빌 같은 큰 장난감은 굳이 새 상품일 필요가 없다. 키워드 알림을 걸어두고 기다리면 새 상품도 자주 올라온다. 최저가보다 저렴하니 조금 고생하면 돈을 아낄 수 있다.
그렇지만 거래가 만능은 아니다. 직접 물건을 가지러 가야 하고 부피가 큰 물건은 가지고 오는 것이 쉽지 않다. 물건이 있어야 살 수 있으므로 내가 필요한 물건이 올라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인기가 많은 물건은 올라오자마자 팔려버린다. 앞으로 사야 할 물건들이 머릿속을 뱅뱅 돌며 스트레스를 준다.
그래서 두 가지 원칙을 정했다. 꼭 필요한 물건만 구입을 할 것. 그리고 5만 원 이하의 물건은 그냥 새 물건을 살 것. 그러다 보니 구입해야 할 물건의 개수가 적어지고 금방 중고 거래를 통해 마련할 수 있었다. 임신기간이 길어서 지루해질 때마다 틈틈이 물건을 사러 다녔다.
중고 거래가 필요 없는 물건들은 하루 이틀 만에 집으로 배송되므로 미리 사지 않았다. 거래가 끝나자 남은 시간 동안 육아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친구에게 추천받은 책, 육아 서적 베스트 책을 몇 권 중고로 구입하여 읽었다. 아직 아기가 태어나지 않아서 완전히 와닿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개념이 참으로 신기했다. 우리 아기는 어떨까 상상하며 읽는 재미도 있었다. 공책에 중요한 부분을 적어가며 꼼꼼하게 책을 읽었다. 물론 육아는 실전이다. 실제로 아기를 마주하게 된다면 이 모든 이론이 잘 기억 안 나게 되겠지. 하지만 이 시간이 결코 헛되지는 않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나의 소중한 양분이 되길.
꼼지야, 엄마는 처음이지만 조금 노력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