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품고, 키우고, 마주하기까지의 여정
태교에 관해 사람들의 의견이 갈린다.
태교가 아이에게 매우 중요하다는 사람들과 태교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사람들. 후자는 대부분 산모의 상태가 더욱 중요하다고 이야기를 한다. 산모가 스트레스를 안 받고 기쁜 행동을 하면 그것이 아기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나는 임신 초기 직장을 잠시 쉬고 있었기 때문에 산모 교실도 다니고 태교에 관한 방송도 시청했다. 산모 교실에서는 태교 책 읽기, 태교 노래에 대한 중요성과 태교를 하는 방법에 대해서 강연을 했다. 산부의과 명의인 전종관 교수님은 태교에 대해 반대한다고 말씀하셨다. 태교의 효과에 대해 의학적으로 확인된 바가 없다고.
주로 옛날 어르신들이 태교의 긍정적인 부분에 대해 말씀을 많이 하시고, 요즘 젊은 엄마들은 태교를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물론 주관적인 내 생각이다.-나의 의견은 어느 쪽이었냐고?
사실 난 태교에 대해 조금 로망이 있었다.
배를 만지며 아기에게 책을 읽어주는 상상을 여러 번 했다. 태교가 아기에게 유의미한 영향을 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태교를 함으로써 행복하다면 그것으로 이미 충분하지 않을까? 나는 엄마의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는 교수님의 말씀에 찬성한다. 유튜브를 보는 엄마도, 태교 책을 읽는 엄마도, 모두 행복하다면 아기도 같이 행복할 것이다.
임신 초중기에는 나를 위해서 태교를 했다. 직장 내 어려움으로 무기력한 나에게 새로운 목표와 활동이 필요했다. 그래서 백화점 문화센터 내에 있는 태교 바느질 수업을 신청했다. 꼬물꼬물거리며 조그마한 모자, 조끼, 손싸개 등을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아기를 품은 엄마들끼리 앞으로 태어날 아기를 그리며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이 신기했다.
“감사했어요. 내일 출산하러 가요.”
“잘할 거예요! 힘내요!”
같이 바느질을 하던 옆자리 만삭 임산부 엄마는 내일 아기를 낳는다며 홀연히 사라졌다. 그 엄마는 지금쯤 예쁜 아기와 함께 있겠지?
피아노 학원도 등록했다. 초등학생 이후로 피아노는 처음이다.
“어머, 임신하셨어요?”
한 달 동안 수업을 가르쳐주신 선생님께서 뒤늦게 나의 임산부 배지를 발견하고 축하해 주셨다. 쑥스러웠다.
오랜만에 배우는 피아노라 미숙해서 부끄러웠지만 청량한 피아노 소리가 좋았다. 연습실에서 느릿하게 누르는 건반 소리를, 우리 아기는 좋아할까? 뱃속 안으로 피아노 소리가 은은하게 퍼지는 것 같았다.
어느 정도 배가 나왔을 때는 아기를 위해 태교를 했다. 유명한 태교 책 몇 권을 사서 소리 내어 읽었다. 동화책도 열심히 연기하며 읽었다. 남편도 내 배 위에 손을 얹고 책을 읽어주었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남편에게 책을 읽어 달라고 했다. 아기가 잘 듣진 못하겠지만, 남편이 내 배 위에 손을 얹고 책을 읽어주는 그 시간이 참으로 행복했다. 은은한 조명, 동화 같은 이야기, 남편의 차분한 목소리... 그리고 항상 책을 읽어주면 꼼지는 꾸물꾸물 거리며 움직였다. 네가 이걸 좋아하고 있구나. 말하지 않아도 알겠어. 엄마도 참 좋단다.
태교는 꼭 해야 하는 걸까?
그렇지 않다. 엄마가 행복한 행동을 하면 된다. 사실 나는 이것저것 시도를 해 보았지만 끈덕지게 한 것이라곤 별로 없다. 아마 유튜브 숏츠와 넷플릭스 태교를 가장 많이 했을 것이다. 많은 엄마들이 자신이 행복한 태교를 찾아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