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품들 구매한 사람
오늘은 글 쓰는 날이 아니었다. 침대에 앉아 얌전히 책이나 읽고 있었다. 근데 도파민에 절여졌는지 귓구멍에서 귀지 만들게 자극적인 것좀 넣어달래서 인터넷에서 창업 동영상을 틀었다. 듣다 보니 시선이 책에서 화면으로 넘어갔고 그리고 동영상이 끝날 즘 자극 플래그에 점화가 붙으면서 바로 노트북을 꺼내기 시작한다.
나는 내 실력에 항상 취미라는 선을 그어서 내 인생을 바치지 못하게 가둬두었다. 그림 그리기 글쓰기 편집하기 좋아하는 모든 것들이 거북이 알처럼 한 명이 살아남을 때 나머진 잡아먹히는 멸종위기 생태계와 똑같았기 때문이다. 난 네 그림이 좋아 네 글이 좋아 칭찬을 해줘도 주변에 이런 거 만드는 사람이 나밖에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한 귀로 흘렸다. 게다가 게을러서 배우는 것을 싫어했던 나에게 꾸준히 그리고 쓰고 공부해야 하는 분야는 그냥 하늘에 돈 뿌리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이도 저도 아닌 내가 되어서 자꾸 다시 태어난다면 같은 상상이나 하는 것이었다.
다행히 나이를 허투루 먹지 않은 나는 점점 칭찬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고 뒤늦게 성공한 사람들이 해준 말을 따르기 시작했다. 오늘 쓰는 글도 서브웨이의 창업자 프레드 드루카가 해준 조언에 시작돼서 작성하게 된 인용문이다. (서브웨이 창업자 고맙다 근데 물가가 올라서 샌드위치는 못 사 먹겠다. 이런 식으로라도 당신의 브랜드를 사랑한다.)
총이 있다 (물론 물총) 총싸움이 시작됐다. 일단 쏘자 맞지 안 맞았는지는 쏘고 나서 확인하자 안 맞았다면 다시 쏠 준비를 하자 그럼 좀 더 준비된 자세로 쏘게 된다. 이게 내가 글 쓰는 방식이다.
일단 쓰고 보고 다음 글은 더 낫게 쓰는 방법을 모색한다. (바로 다음 글이 더 잘 써지는 건 아니다.)
글 쓰기를 내려놓은 상태에서 지식은 영구하지 않아 다시 잊어버렸기에 글 쓰는 방법도 모를뿐더러 남들이 주목할만한 글을 쓰는 법은 더욱 몰랐다. 게다가 움직이고 들리는 매체에 시선을 뺏기는 세상에선 글은 더욱 주목받지 못한다. 그렇단 의미는 내 글을 보는 사람은 적을 것이고 (혹은 없을 것이고)
그럼 내 마음대로 써도 된다는 말이 된다. 내 방은 내가 원하는 대로 꾸미는데 나만 보는 글도 내가 내키는 대로 꾸며 쓰면 되잖아 싶었다. (어차피 영화처럼 대박 나는 시나리오도 없고.)
지금 내가 집중하고 쓸만한 게 뭐가 있을까. 내가 가진 전부들이 모여있는 방 안에서 둘러본 결과 딱히 내세울 게 없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없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내세울 게 없으니 다 내세우기로 한다.
그래서 책상 서랍 곳곳에 둔 모든 소품 장난감들을 모조리 찍어 올리기 시작한다. 이건 혁신적인 게 아니라 그냥 시작하는 거였다.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생길 때까지 기다리면 늙어 죽는다.
세상을 뒤집을만한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얻기 전까지 창업에 나서지 않는 이들이 많다.
서브웨이 창업자의 말씀이었다. (그리고 유튜버 브랜드 보이님이 알려줬다. 감사해요)
대기업 회장 혹은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하기 전 일화를 몇 번은 들어본 적이 있었다.
해리포터로 성공하기 전까지 가정폭력에 휘둘리며 출판사의 거절을 밥 먹듯 일삼았던 조앤 K 롤링 작가 사업의 시작과 비즈니스 토론을 작은 차고에서 열었던 휴렛 팩커드 기업 성우 공채 시험에 10번을 떨어져도 계속 시도한 홍범기 성우님도 (라바 성우요)
다 안정적이고 신박한 시작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성공을 꿈꾸는 사람의 입장에서 당연한 부분이었다. 우리 삶은 흔한 도로에 깔린 아스팔트처럼 성공을 위해 깔려있는 푹신한 바닥이 아니기 때문에. (책을 마음껏 내줄 개인 출판사와 수백 그루의 나무가 없지 않은가.) 누군가는 그 딱딱한 바닥에 넘어지면 타박상으로 끝날 수 있지만 누군가는 뇌진탕으로 죽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모두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생길 때까지 목표를 포기하지 않았을 텐데 가진 것 없는 사람이 성공했다는 일화를 보면 그럼에도 우리는 성공할만한 특이한 것이 없어서 성공하지 못한다는 모순이 핀다. 가진 게 없지만 그럼에도 노력해서 성공했다니까? 그런데 내가 가진 게 없으니 성공 못 할 거라니? (여기서 가진 거의 의미는 재능이나 사업 아이템도 있지만 본인이 지금 제일 필요로 하는 그러나 쉽지 않은 물질적 상징적인 것일 수도 있다.)
경쟁사회가 낳은 도전의식은 특별하지 않으면 시도하지 말라는 생각에 가진 것 없이 성공한 사람들을 보고 불행 전시도 혁신의 일부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렇게 생각한 사람이 바로 나였다. 조앤 K 롤링 작가의 성공 일대기를 재연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었다. 배우들이 작가의 불행한 시절을 모두 고스란히 담아내 실제상황인 것처럼 시청자의 동정을 샀다. 이때 나는 해리포터는 보지 않았지만 작가의 이름만큼은 그 다큐멘터리를 통해 알게 되었다. 불쌍하지만 성공한 작가로 기억되었다. 그녀가 가진 재능이 노력으로 얻은 건지 선천적인 건지 떠나서 불행했다는 이유만 기억되자 불행한 삶도 성공에 쓰이는구나. 난 불행하지 않으니 유명해져 봤자 팔 이야기가 없구나 하는 선을 넘은 생각을 상상 속에서 한번 꺼냈었다.
(근데 어이가 없다 너 지금 유명한가? 불행 서사를 발 디뎌서 동정표를 얻을 만큼 어중간하게 유명하기를 해 뭐를 해 그러니까 그런 상상을 하지 가끔 빗나간 생각은 다행히 빗나가서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게 어른이 된다.)
그래서 할 줄 아는 게 없으니까 혁신적인 글 쓰는 방법이 없으니까 일단 그대로 쓰기로 한다. 계속 쓰면서 그 사이에서 혁신을 찾는다. 내가 찾은 것은 혁신은 아니지만 나만의 방법으로 정한 것이 있는데 소품을 리뷰하는데 어디서 샀는지는 안 가르쳐주는 어처구니없는 글을 쓰기로 한 것이었다. 리뷰어들 사이에서 목적이 없는 리뷰어가 되는 것이다. 마치 페이크 다큐멘터리처럼
야 어디서 샀는지 안 가르쳐주면 내가 댓글로 어디 제품인지 알려줘야겠다!라는 사람의 심리를 건드리기도 하고 그렇게 댓글도 유도하고 (장사 비밀 같지만 원래 어디서 파는지 알려주는 리뷰글이 더 수요가 많다. 이건 마치 공원에서 비둘기 먹이 파는 거나 마찬가지다) 어쨌든 나는 몽상 글을 쓰는 것이 즐겁다. 서브웨이 창시자 이름을 들먹이면서 누굴 설득하듯이 썼지만 이 모든 것이 다 몽상이다.
첫 번째 집에 널려있기도 하고 두 번째 소품 수집을 좋아하기도 하고 세 번째 나는 추억을 만들만한 곳에 가면 늘 기념품을 사 오기 때문에 집안에 소품이 잔뜩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면 내 방이 하울의 방처럼 모든 아기자기한 것으로 도배가 되었나? 그것은 또 아니다. 나도 마음이 식으면 처분하는 것들이 있기 마련.
세 번째 이유에서 말했듯 추억을 만든 장소는 주로 유원지나 처음 가본 시내 등등 이색적인 경험을 한 공간이고 그런 곳을 가게 되는 이유는 지친 삶을 치유하기 위해서이다. (평일에 고생하고 주말에 논다는 뜻)
지옥 같았던 학교가 끝나고 하교중 들렸던 문구점일지라도 가까이에 나를 위한 공간은 반드시 있었고 기념품을 좋아하는 나에겐 구매를 통해 기억이 그 소지품에 보존된다. 앞의 두 고양이 소품에서도 보여주었듯이 그 특정 물건을 보면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그 생생함을 글로 쓰면서 그 물건을 보여주는 것이 내 글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될 때까지 나는 계속 글을 쓸 예정이다. 이번에는 칭찬을 흘려보내지 않고 고이 간직해야겠다.
결론은 그냥 좋은 아이디어가 없다고 해도 일단은 시작해야 한다는 말이 와닿았다는 것을 들려주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하다 보면 자연사하기 전까지는 글을 써서 천 원이라도 벌어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