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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가벼움과 무거움≫ 소품:6

<6> 박원순, 공무원에 '살인야근'?

by 이원율
[헤럴드경제] 한달 76.4시간 초과근무…한낮같이 불밝힌 시청의 밤_수도권 12면_20181126.jpg


소품집 6 : 박원순, 공무원은 ‘살인 야근’ 내몰았다? (2018.11.)

쓰고 싶던 기사였다.


서울시 예산과 공무원이 "일이 힘들다"며 스스로 생을 마감한 지 1여 년이 되던 순간이다. 당시 박원순 시장은 "무한 책임을 느낀다"며 재발 방지대책을 약속했다. 그 1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했을 뿐이었다.


서울시 전 공무원의 최근 1년 초과근무일지를 입수했다. 내부에서 기피·격무 부서를 추린 설문 조사 결과도 함께 입수했다.


초과근무일지는 A4용지 기준으로 9500쪽이 넘어갔다. 게다가 파일 형식이 PDF였기에, 캡처본과 마찬가지로 문서 작업이 불가능했다. 이들의 올 한 해 초과근무 시간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9500쪽에 쓰인 숫자를 모두 계산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한 달이 꼬박 걸린 작업이다. 이 일 도중 매일 할당되는 다른 기사도 써야 하는 상황에서 주로 퇴근 이후 자기 직전까지 계산했다. 또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만큼 소수점 이하의 오류도 있으면 안 되기에 검산에 검산을 거듭했다. 막바지에는 눈이 아파 뜰 수 없을 지경이었다.


기사의 파장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하지만 복도와 휴대폰, 전자우편 등을 통해 수많은 서울시 공무원의 격려를 받았다. 바로 전 주 자신을 '노동 존중 특별시장'이라며 한국노총 집회에 나간 박원순 시장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말도 들려왔다.


기자란 참 단순하다. 이런 말만 들려와도 괜히 뿌듯함이 느껴진다. 그걸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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