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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율 Dec 26. 2020

<내 생애 첫 미술책> 브런치북 대상 수상 소감

제8회 출판 프로젝트 : 하루 빨리 서른 살이 되고 싶어서

하루빨리 서른 살이 되고 싶었지요.


2012년 어느 더운 날이었습니다.


이제 막 군 제대를 한 저는 우연히 멋을 뚝뚝 흘리고 다니는 삼십 대 형, 누나들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의욕에 찬 스타트업 직원, 열정 가득한 직업 군인이 있었지요. 시인, 조각가, 출간 작가와도 빙 둘러앉아 차 혹은 술을 마실 수 있었습니다.


'나도 서른 살쯤 되면, 저렇게 멋져 보일 수 있을까…. 있겠지?'


세상 쓴맛을 모르는 철없는 이십 대 초였습니다.


무거운 전공 책에 눌려 살던 제 눈에 이들의 삶이 을매나 멋져 보였는지요. 이런 뜻을 품고는 겁도 없이 매해를 맞이했습니다. 때로는 감사히도 남들보다 조금 덜 고생했고, 종종 어떤 순간에는 신의 뜻에 따라 남들보다 아주 약간 더 고생하면서요.


고백하자면, 저의 '멋쟁이 삼십 대 되기' 꿈에는 책 출간이 늘 쓰여 있었습니다.


책을 좋아할 것 같은 저는 실제로도 책을 좋아합니다.


책 틈 흘러 떨어지는 낡은 먼지 향에 코를 킁킁대고, 종이의 거친 감촉이 좋아 버릇처럼 손가락을 문질문질하며 자랐지요. 물론 냄새만 맡는 데 그치지 않고, 많이 보려고도 했습니다.


황현산 작가는 밤이 선생이랬으나, 저에게는 책이 자존(自尊)을 일깨워준 선생이었습니다.




저는 경제신문 H사에서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남들만큼 사회부에 있었으며, 이제 N년차 정치부 소속으로 국회의사당을 돌고 있습니다.


인마, '뻗치기'하는 기자가 커피 마실 틈이 있냐. 한겨울 길 한복판이라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정도는 원샷 때릴 수 있어야 해. 그 말에 어우어우 괴로워요라며 손을 허우적거리는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주중에는 그런 순간 속 글을 썼고, 주말 아침이면 꿈 앞에서 헛기침이라도 해보려고 글을 지었습니다.


경제지의 사회·정치부 기자가 쓴 미술 글이라….


저는 미술 비전공자입니다. 그런데도 이층집 소녀를 흠모하는 양치기 소년마냥, 긴 시간 미술을 담아왔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제 삶에 미술이 자연스레 끼어들었지요. 제가 좋아하는 책, 민봄내 작가의 '그림에 스미다'처럼요. 언제 치였는지 계기는 있겠지만 저는 이렇게 말해두는 걸 가장 좋아합니다. 가장 정확한 말이기도 합니다.



삼십 대의 초입부, 서른 살의 끝자락인 올 12월의 어느 날 반가운 연락을 받았습니다.


제8회 브런치북 프로젝트 대상이라니요. 기적같이 꿈에 바짝 다가가게 이끌어 준 브런치와 다산북스에 깊은 고마움을 전합니다. 잠깐의 공백기가 있어 소감을 남기는 데 시간이 들었습니다. 억울히 글 무덤에 끌려간 많은 글을 떠올립니다. 더 성실히 짓겠습니다. 읽어주시고, 챙겨봐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글 표지 그림 : 장 프랑수아 밀레, 첫 걸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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