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를 무료로 다닌다는 것

by Caesar Choi

#1.

젊은 아버지가 월남전에 참전하신 덕분에

덕분에 나는 학점만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2학년 때 부터 대학교를 무료로 다녔다.

참 행복한 나날들 이었다.



#2.

여름쯤에야 나올 줄 알았던 대선 공약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그야말로 1년을 먼저 사는 느낌이다.

봄이 되면 더 다양하고 복잡한 공약들을 보게 될텐데,

아마 그 공약들의 기저에는 '복지'가 깔려있지 않을까 싶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좀 더 나은 삶을 위해서

국가는 무엇을 해야할까?



#3.

대학교 다닐 때. 등록금 없이 다녀서 행복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그게 다가 아니었다.


등록금 부담이 없으니 법대 학점을 3학년까지 몰아서 듣고

4학년 때 부터는 인문학 수업만 수강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등록금 부담이 없으니 주위 학생들의 상황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고

주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학생 단체를 만들 수 있어서 행복했다.


등록금 부담이 없으니 관심이 가는 분야가 생기면

충동적으로 빠져들 수 있어서 행복했다.


등록금 부담이 없으니

쓸데 없는 일에도 거리낌없이 빠져들 수 있어서 행복했다.



#4.

꼭 어디 써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궁금하니까 그걸 밝히기 위해 평생을 바칠 수도 있는 거다.


수학자들은 그 자체로는 어디에 쓸 일 없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하기 위해 350여 년간 몰두했다.

그 시행착오의 과정에서 많은 수학이론의 발전이 이루어졌다.


지금 바로 써 먹을 수 있는 몇 가지에만 집중하려는 생각이야말로 진정 쓸데없는 짓이다.

세상에는 정말로 다양한 것이 필요하다.

바로 내일 뭐가 쓸모 있을지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다.

어떤 것이든 정말로 재미있어서 하는 사람을 이길 도리는 없다.


물론 지금 몰두하고 있는 모든 것이 언젠가 쓸모 있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그 일을 하는 동안 즐겁고 행복했다면

이 불확실한 삶에서 한 가지 확실하게 쓸모 있는 일을 이미 한 것 아닐까.



#5.

헨리 조지는 '진보와 빈곤'에서

모든 경제적 혁신의 과실이 토지 소유자에게 돌아간다.

그래서 지대에 많은 조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했다.

이미 19세기 말에 그는 조물주 위 건물주를 이야기 했다.


또한 토마스모어는 '유토피아'를

인간이 고고한 자신의 이상과 취향을 따라서 그 것을 즐기는 사회로 그렸다.

대체적으로 사람들이 하기 꺼려하는 일들...은 외국인에게 맡기면 된다고 했다 ^^;;


토마스모어의 선민의식에 놀라울 따름이지만,

이제 우리는 외국인 대신, 우리가 복잡해하고 꺼려하는 일들을 대신해 줄 수 있는

기계와 AI가 등장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인간이 하는 많은 일들을 그들이 대신해 주겠지만

우리는 그 때문에 우리들의 일자리를 잃을까 걱정하고 있다.



#6.

그러나 우리가 기계를 발명하고, 기술을 발전시키는 이유는

사람이 좀 더 여유롭고 자아를 실현시키며 즐겁게 살기 위해서였다.


인간과 기계를 경쟁시켜서

해고를 정당화하고,

삶과 가정을 붕괴시키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7.

가장 좋은 복지사회는

삶의 방식을 거리낌없이 선택할 수 있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주변의 의식 때문에, 먹고 살기가 힘들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과

먹고 살 수 있는 일 사이에서 고민하게 만드는 지

지금이 그렇게 좋은 사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주저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사회가

우리가 지향해야 할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을 좌우할 중요한 일은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 어딘가에 있으니까.



#8.

기계와 AI 덕분에 우리의 선택은 더 현명해질 것이고

더 많은 것을 생산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보다 덜 일하더라도

지금보다 더 윤택하게 살 수 있는 시대를 앞두고 있다.


생산성은 더 높아질 사회,

쓸데없다고 여겨지지만 관심이 가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사회.

기계가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시대,

모든 경제적 혁신의 결과가 건물주에 귀속되지 않는 세상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라면,


지금이야말로

'기본 소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기본 소득이야말로 앞으로의 복지 사회의 논쟁에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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