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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esar Choi Apr 02. 2021

르왁 커피. 혹은 루왁 커피가 맛있는 이유 2가지

루왁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값비싼 커피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루왁 커피.

루왁 커피는 도대체 어떤 커피이며, 그 가치는 어떻게 정해지는 걸까요?

우리가 만나는 루왁 커피는 정말 루왁 커피가 맞을까요?


그럼 오늘의 티모르 테이블 커피 스토리, 함께 읽으러 가 볼까요


1. 모든 커피가 나무에서 열리는 건 아니다



모든 커피가 나무에서만 수확되는 건 아닙니다.

코끼리 변에서 추출되는 블랙아이보리(Black Ivory),

족제비 변에서 추출되는 위즐 커피(Weasel Coffee) 등

애니멀 커피라 불리는 동물의 배설물에서 나오는 커피도 있죠.


그 중 가장 유명한 시벳(Civet) 이라고 불리는 사향 고양이의 배설물인

루왁(Luwak)은 주로 필리핀,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등의 산지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루왁을 채취하기 위해 채취 농부들은 노하우를 가지고 아침 산길을 나섭니다.

커피 열매를 먹은 야생 동물은 잔솔가지 위에 변을 보지 않고

주로 이끼 낀 바위 위에 변을 봅니다.

경험 많은 루왁 채취 농민들은 주로 노출된 돌 주변을 관심 있게 봅니다.


변의 형태가 그대로 유지되어 수입되는 루왁은

자연산이 아닌 사육된 사향 고양이로부터 채취한 루왁일 가능성이 큽니다.

자연산은 야생 동물이 커피 외에도 이것저것 주워 먹으니 점성도 떨어지고

배변 이후 바로 주워 담는 것이 아니라 채집자의 눈에 띄기 전까지

햇볕 아래 장시간 노출되어 있다보니

수분이 날아가 부스러진 파치먼트 상태로 채집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도 다른 야생 동물보다 루왁은 변의 점성이 좋아 특정 글루(Glue)가

변의 형태를 유지하게 해 주는 편입니다.

따라서 부스러져 있거나 아주 딱딱한 변의 형태를 띱니다.




2. 루왁 커피의 가격



한국으로 수입되는 루왁은 대부분이 사육되는 루왁,

또는 관광객을 상대로 한 가짜일 가능성이 큽니다.

제대로 된 천연 루왁은 오로지 그 희소성 때문에 1kg 당 커피 생두의 시장 가격이

300달러를 호가 합니다. (브라질 일반 아라비카 커피의 약 100배)


루왁은 커피의 한 종류가 아니라 사향 고양이의 배설물에서 나온 커피 모두를 일컫는 말이기

때문에 고급종인 아라비카(Arabica)도 있을 수 있고, 로부스타(Robusta)도 있을 수 있습니다.

보통 천연 루왁 아라비카는 공장 생산 원가가 1kg 당 80불 내외,

로부스타의 경우 50불 정도를 기준으로 수매 가격이 정해집니다. (2017년 기준)




3. 루왁 커피가 맛있는 이유

언제부터인가 값비싼 커피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루왁 커피.


루왁이 루왁으로서 가치를 지니는 것은 인간의 노력이 미치지 못 하는 희소성에 있습니다.

자연의 섭리 덕분에 사향 고양이는 본능적으로 오로지 잘 익은 열매만 따 먹습니다.

열매는 인간이 육안으로 구별하여 수확하는 열매와는 당도와 성숙도에서 차이가 납니다.

커피 열매와 함께 섭취한 여러 다른 잡식들과 같이

소화의 과정을 거치며 강한 소화 효소에 의해 부드러워져

쓴맛이 덜하고 신맛과 단맛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루왁 커피가 됩니다.


변에 섞여 배설되는 것은 맞으나

커피콩이 파치먼트(Parchment)라 불리는 쌀겨와 같은 속껍질에 싸인 상태로 배출되며

불순물은 파치컨트의 도정 과정(Hulling)과 200도가 넘는 로스팅 과정에서 모두 제거되어

위생상의 문제는 없습니다.


4. 사육 루왁의 문제점


사육되는 사향 고양이에 대한 잔인함과 비인간성은 이미 대중매체를 통해

많은 분들이 실상을 접하고, 부정적인 견해를 견지해 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실제로 루왁 생산 농장에서 보이는 사향 고양이는 야생성을 모두 잃고

관광객을 위한 애완 동물화 되어 있거나

우리 안에서 극심한 정신 질환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사향 고양이는 다른 고양이와는 달리 유달리 과일만을 섭취합니다.

본능에 따라 당도가 높은 잘 익은 과일만을 섭취하던 야생성에서 벗어나

주는 먹이만을 섭취하는 것에서 이미 루왁 커피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인

자연 선택의 오묘함은 이미 상실되고 맙니다.


인간과 자연이 서로 공생하며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파괴의 순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 중 하나가 바로 사육 루왁입니다.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자신이 정말 누구인지를 알려주는 하나의 계기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커피가 어떤 커피인지,

자신이 정말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가는데

티모르 테이블이 조금이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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