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5년 전에 약속을 했었다.
15년 뒤에 와서 열어보자고.
유물이 되어 버려서 제대로 볼 수가 없었지만
선생님들과 친구들을 봐서 참 반가웠다.
한 가지 문구를 보았다.
‘자기가 말한 대로 살고, 자기가 해 본 것만 말하고,
본인의 이야기와 세상의 이야기가 함께 움직이는 이가 바로 참 인간이다.’
사르트르가 한 말인데.
한참 중2병에 걸려있던 내가 어디다 써먹으려고 적어놨을 것이다.
때로는 어린 내가 지금의 나를 가르칠 때가 있다.
#2.
나이가 들수록
희망형에서 당위형으로 대화체가 많이 바뀌는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한 줌의 경험과 교훈 가지고 남의 인생에 대해 쉽게 평가하고 당위 하려 한다.
아무도 정해놓지 않은 기준들을 들이대며 채근하기도 하고.
정작 자신의 꿈과 희망은 잊은 채 말이다.
인생을 좌우할 중요한 일들은
해야 하는 일보다
하고 싶은 일들 사이에 있다.
#3.
얼마 전부터 다시 옛날이야기들을 읽어보고 있다.
열하일기를 읽어보고 있는데, 별거는 없다.
말 그대로 연암 선생이 서울에서 북경까지 간 이야기다.
다만, 연암이 압록강을 건널 때 독점 상인들을 보면서
상공업 발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시대를 그 사람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이렇게 살았구나 했다.
참으로 쓸데없어 보이는 옛날이야기의 힘은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이 시대가 어떤 시대이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문득 내가 할아버지가 되었을 때가 생각났다.
손자도 지금 이 시간들을 학교에서 배우겠지.
내가 60여 년 전을 배운 것처럼.
그리고 와서 물어볼 수도 있겠다.
누구나 미디어가 되어 돈까지 벌고
걸어 다니면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고
모두의 꿈이 임대업자가 되어가고
제일 훌륭한 사람이 아니라 제일 뻔뻔한 사람이 국무총리가 되었던 그 시절에...
할아버지는 무엇을 했느냐고 물었을 때
뭔가 의미 있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4.
서울에 올라온 지 10년이 되는 해다.
전체 인구의 반이 수도권에 살고
한 시간 반이면 고향에 갈 수 있으며
해외에 한 번씩 가 보는 시대에
참 촌스럽지만 나름 감회가 새롭다.
새로운 감회를 가지고 좀 길게 쓴 것 같다.
2015년 3월 5일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