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 안에 앉아있을 수 없는 달

by Caesar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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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 때문에 매번 지나쳤는데, 바다에 한번 와 봤다.
문득 아버지 생각이 났다.


영화 ‘행복을 찾아서’를 보면 주인공이 한 달의 힘들었던 과정을 끝내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아들과 함께 바다에 가는 장면이 있다.
금융회사 인턴 합격 여부도 나오지 않은 상태였고,
의료기기도 모두 판매한 상황이라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한 상태였지만
그 시간은 한 달 동안 아들도 포기하지 않고, 일도 포기 않은

자신과, 아들에게 주는 선물의 시간이었다.


어쩌면 나는 그런 장면을 아버지랑 보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버지의 건강도 포기하지 않고, 일도 포기하지 않고, 둘 다 잘 해내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아버지와 함께 바다에 가보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한 번씩 아버지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나는 의지라고 생각했던 것이, 아버지에게는 괜한 고집이 아니었을지.


아버지는 여전히 내 마음속에서 불사(不死)하고, 앞으로도 그럴 테지만
여전히 나는 아버지의 생(生)이 더 좋았다고 생각한다.



#2.

인디언 유트족은 7월을 ‘천막 안에 앉아 있을 수 없는 달’이라고 했단다.
너무 더워서 그런 이름을 붙였겠지만,
한편으로는 천막 안에만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생이 넘치는 시기라는 의미도 있지 않을까 싶다.

2015년이 7월에 이르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 많은 일들을 함께 한 사람들, 그 일들이 될 수 있게 도와준 사람들.
고마운 사람들이 참 많다.
고마운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할 수 있도록 천막 밖으로 열심히 도전하는 시간을 보내야겠다.


#3.

대학교 다닐 때 4학년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
당시 나는 전공과목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놀라운 사실을 깨닫고,
3학년이 끝날 때까지 모든 전공과목을 다 들어놓은 상태였다.

그래서 4학년 때는 인문대 수업으로 수강신청을 채워 넣어,
4학년 내내 인문대에서 수업을 들었다.

들었던 수업 중에 국어국문학 수업이 있었는데
일물 일문(一物一文) 주의라는 걸 들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상황, 물체, 관계 등에는 그것을 가장 잘 표현하는 문장이 하나씩 있는데
시인이 하는 일은 그 ‘단 하나의 최상의 표현’을 찾아내는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하나의 문장 이론이었지만 머리를 탁 치는 게 있었다.
좋은 문장을 쓴다는 것. 찾아낸다는 것은 바로 일상의 과정을 놓치지 않고 건져 올려낼 줄 안다는 거다.

스쳐가는 매일의 순간들을 마냥 스쳐 보내지만 않아도 삶은 참 의미로워질 것 같다.
그래서 ‘단 하나의 최상의 표현’까지는 아니더라도
'10가지의 최상의 표현’ 중 하나 정도는 찾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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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모든 좋은 관계는
좋은 친구로 수렴한다.
아버지와 아들이든.
집사와 고양이든.



2015년 6월 30일에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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