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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esar Choi Jan 23. 2022

“오실 때까지 기다릴게요”

소줏고리를 사 와서 증류주 만들어 먹은 날

#2022_4

1.

“오실 때까지 기다릴게요”


와인 공부를 하다가

술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소줏고리를 사야겠다고 결심했다.


소줏고리를 파는 곳에 연락했더니

저녁 7시까지만 영업한다고 하셨다.

늦게 도착할 것을 염려하자

저렇게 말씀하셨다.

.

.

2.

우리나라 국세청은 술을 크게

주정酒精, 발효주, 증류주, 기타로 구분한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소주는 희석주다.

주정에 물과 감미료를 섞어 만든다.


우리나라 소주 회사는 칵테일 회사와 비슷하다는

말이 있는데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

.

3.

나는 증류주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그래서 소줏고리를 구매했다.

.

.

4.

소줏고리에 맞는 냄비를 받치고

수증기가 새지 않게 밀가루 반죽으로

빈 공간을 막고

윗 옹기에 찬물을 붓고

끓이기 시작했다.

.

.

5.

별 반응이 없어서 뭘 잘못했나 하고

몇 번이나 옹기를 살펴보았다.

안 나오는 건가 하는 순간

받쳐놓은 유리병에서 술 냄새가 확 났다.

.

.

6.

정말 맛있었다.

좀 독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부드럽게 잘 넘어가서 놀랬다.

전통방식으로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병에다 담아서 표지를 씌우니 그럴듯하다.

.

.

7.

옹기의 빈 공간 메꾸기가 쉽지 않았고

가스비가 많이 나올 것 같다.

소줏고리는 옹기라 물로만 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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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처음 커피를 로스팅해보겠다고 했을 때도

비슷했다.

샘플 로스팅 기를 가지고 와서

온 집안에 커피 냄새를 풍겼다.

커피 껍질 청소한다고 청소기 열심히 돌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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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한국인들은 오랫동안 술을 빚어

맛을 발전시켰다.

집집마다 저마다의 비법이 있었다.


하지만 효율적으로 주세를 받으려는

일제가 술을 단순하게 규격화하였고

한국 전쟁 이후 양곡 부족 현상으로

한국의 주류는 다양성을 상실했다고 한다.

.

.

10.

다행히 오랜 전통의 명인 분들이

그 명맥을 계속 잇고 계시고

전통주를 개발하는 움직임도

늘어나고 있다.


와인이나 위스키처럼

우리나라 술이 많이 수출되었으면 좋겠다.

.

.

11.

오실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말을 듣고서

공간을 찾는 분에 대한 예의에 대해 생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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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무위당 장일순 선생은

가게를 찾는 사람을

하느님이라고 생각하고 대접하면

가게가 잘 될지 말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하셨다.

.

.

13.

주인 분은 옹기 방식의 소줏고리를 만드는 분이

거의 없어서 걱정이라고 하셨다.


하지만 시간과 돈을 써서

자신의 공간을 찾아주는 손님이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주인 분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매장은 계속 이어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

14.

새롭게 돌아다니며 공부할 것이 생겨서 좋다.

카페와 로스터리, 그리고 양조장

또 1년 #인생은여름방학처럼 열심히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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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마르델플라타’

http://pf.kakao.com/_KSVsK/c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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