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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여름방학처럼
by Caesar Choi Mar 23. 2017

매일 화장을 하지 않는 여자

세월호를 생각나게 한 그 사람

#1.
거의 매일 아침 화장을 하지 않은 여자분을 만난다.
나는 아직 그 여자분의 화장 한 얼굴을 본 적이 없다.
그분은 차 안에 앉아 있다가 
내가 지나갈 때쯤 한숨 한번 쉬고 화장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2.
키우는 고양이 미용을 하지 않은지 1년이 다 되어간다.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었지만 다 제쳐두고, 
시간이 더 흐르기 전에 미용을 시켜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동물 병원에 예약을 하려 하니, 다다음주 주말에나 가능했다.
결국 평일 아침에 하기로 했다.

사무실에 나가기 전에 얼른 맡겨놓고 와야 했다.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나 허겁지겁 준비를 했다.
겨우 시간에 맞춰서 일들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찾아가겠다고 했는데
일을 하면서도 문득문득 고양이 생각이 났다.


일을 마치고 고양이를 찾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고양이는 10시간이 무척 길었는지 집에 돌아와서도
한동안 내 어깨 위에 앉아 있었다.



#3.
고양이를 맡기고 허겁지겁 사무실에 온 날에도 그 여자분을 만났다
그 여자분을 만나는 장소는 어린이집 앞이다.
그분은 매일 아침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일터로 가는 분인 듯했다.

화장도 못 하고 허겁지겁 아이를 준비시켜 차에 태워 어린이집에 맡긴다.
그리고서 차로 돌아와 한숨 한 번을 쉬고는 화장을 시작한다.
모든 준비를 마친 다음 자신의 일을 시작한다.
일이 끝나면 다시 어린이집으로 달음질해서 아이를 집에 데리고 오겠지.


타인의 삶을 추측하는 일은 무례한 일이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랬다.



#4.
나에게는 어쩌다가 한번 있을 법한 허겁지겁한 아침이
그분에게는 매일의 아침이었다.


그렇게 한 여자는 어머니가 되고
자식은 어머니의 허겁지겁과 정성으로 어른으로 키워진다.



#5.
나의 아침을 허겁지겁하게 만들었어도,
10시간을 어디에 맡겨두어도,
고작 3년 약간 넘게 같이 있었어도,
그저 고양이일 뿐인데도,

이렇게 생각이 나고 보고 싶다.



#6.
내가 낳은 자식이라면,
내가 키운 자식이라면,
선박에 갇혀 죽는 것을 보고 있었다면,
죽은 시신을 발견하지도 못 했다면,
1000여 일이 넘도록 애를 태웠다면,


그 마음이 어떻게 되었을지 나는 상상도 할 수가 없다.



#6.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었겠지만, 다 제쳐두고,
시간이 더 흐르기 전에 그 배를 얼른 육지에 올려두었으면 좋겠다.
아직도 그 배 안에 있을 친구들이 얼른 가족들에게 돌아갔으면 좋겠다.



#7.
열한 번째 글은 
지루함과 노화 방지에 관한 글이다.
http://bit.ly/2nqraT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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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여름방학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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