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보수/진보를 나누는 기준이 있다
어쩌다 보니 현재 설문조사 1위를 하시고 계신 분과 사진을 찍었었다. 내 피부 상태를 보니 2017년 1월쯤인 거 같다. 당시 살던 곳 근처에서 강연을 하셨는데 시간이 남아 갔다가 찍었나 보다. 기억하지 못하고 살았는데 아이폰이 인물 사진 추천을 해 준다. 알고리즘이 놀랍다.
나에게는 보수 / 진보를 나누는 기준이 있다.
보수적인 사람은 사안을 받아들이고 그에 맞는 방안을 찾는다.
진보적인 사람은 마땅히 그래야 할 세상이 있고 그에 맞춰 변화를 만들고자 한다.
나만의 기준이지만 현실에 어느 정도 들어맞았다. 내가 만났던 소위 진보적인 분들은 다들 더 좋은 공동체를 꿈꾸었고 그 나름의 복안이 있었다. 모두 훌륭한 분들이었다. 그들을 보며 나는 내가 근본적으로 이기적이고 꾀가 많은 사람일 뿐이라는 걸 자기객관화 할 수 있었다.
나는 내내 궁금했다. 왜 그런 분들이 집권했을 때 집값(을 비롯한 자산 가격)이 폭등했나. 그들이 서민들은 더 이상 특정 지역 아파트는 꿈도 못 꾸게 하겠다. 고 의도한 적이 없을 텐데 말이다.
왜 좋은 의도와 결과는 잘 맞지 않는가.
‘노예의 길’은 1940년대에 나온 책이다. 하이에크.라는 사람이 썼다. 그때는 세계적으로 전체주의가 득세하던 시기다. 정부가, 혹은 특정 정당이 나라와 공동체의 목표를 정하고 적극적으로 운용하면 된다. 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다.
그 목표를 왜 특정 집단이 정하고 이끌어가는가. 그렇게 한다면 세상은 ‘노예의 길’로 갈 뿐이다.라는 게 이 책의 골자骨子다.
‘이 세상은, 이 세상을 천국으로 만들려는 사람들 때문에 정확히 지옥으로 떨어진다.’는 유명한 구절이 그 책에 있다. 애초에 의도와 그 결과는 잘 맞지 않는다. 세상은 각 시장의 주체들이 판단하고 결정하며 만들어 가야 한다는 거다.
제목을 잘 번역했다. ‘Road To Serfdom’을 그대로 하면 ‘농노의 길‘, ’ 예속의 길‘인데 ’ 노예의 길‘로 썼다. 노예.라는 단어가 더 자극적이다.
현재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세력은 자영업자와 농민들을 돌보아 드리려고 한다. 환경도 살려야 하고, AI 산업도 지원해야 한다.
현재 설문조사를 그대로 따라가 그분들이 다시 집권을 하게 된다면 ‘자산 가격은 지난번처럼 폭등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시장에 유동성이 엄청 공급될 테니까. 개인이든 국가든 뭔가 자꾸 일을 벌이면 매력적으로 보인다. 돈이 들뿐이지. 뭔가를 얼른 사 두어야 하겠다. 비트코인이든, 부동산이든, 금이든.
미국도 비슷했다.
미국 대통령 취임 후 100일 동안 S&P 500 지수를 보면,
상승 1위는 루스벨트 때였고, 2위가 케네디 때였다.
하락 1위는 닉슨 때였고, 2위가 이번 트럼프 때다.
정부가 뉴딜 정책을 펴고, 전후 유럽을 살리겠다며 마셜플랜을 세웠을 때, 사람을 달로 보내겠다며 정부가 적극적이었을 때 자산 가격은 많이 올랐다. 세계 경찰 노릇 더 할 수 있나, 이제는 다들 알아서 살아봐.라고 했을 때 좀 떨어졌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참 쉽지 않다. 경제도 발전해야 하고, 환경도 보호해야 한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면서도 북극항로 시대도 대비해야 한다. 수도권 경제는 더 활발해져야 하고, 지역 경제도 살려야 한다. 집값은 오르기는 해야 하는데 적절히 올라야 한다.
현재 가능성이 높은 그분들이 당선된다면 이번에는 그들의 좋은 의도에 맞게 이 사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대구에서 콩이면 부산에서도 콩이고 광주에서도 콩인’ 세상을 볼 수 있을까. 나는 대통령이 될 사람과 사진을 찍었던(?) 경험을 가질 수 있을까. ㅎㅎ 곧 알게 되겠지. 일주일 정도 남았다. 기다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