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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라스틱 베이커리 Aug 26. 2017

말하다

Verb

말하다 "


머릿속의 무언가를 음성을 통해 표현하거나 전달하다. 가장 대표적이고 직관적인 표현법으로 단방향성이다. 의사소통의 가장 1차원적이고 기본적인 수단이다. 그러나 멀리가지 못하고 이내 사라져버리는, 기록되지 않고 멀리가지 않으며, 중간 손실과 같은 변형의 변수가 가장 많은 불완전한 울림의 표현법.



말이 울린다

사방으로 퍼졌다

사라지다

내뿜은 하얀 연기

- 연기(煙氣)의 언어(言語) 이야기 中 -




말을 진짜 많이하는 친구놈이 하나 있었다. 혹은 내가 있었다. 가끔은 말을 잘하는 듯 싶다가도, 어쩌면 그냥 말이 많은건 아닐까 싶을 때도 있었지만, 결론은 말을 정말 많이했다. 어떤 자리를 가도 인상을 받았고, 대부분의 모임에서 화제의 중심이 되는 아이였다. 처음보는 사람들, 오래 보아왔던 사람들, 상관없이 모두의 관심을 받는 언변과 언량(言量)과 악센트. 


그런 녀석이 언제부터인가 말수가 줄었다. 생각이 많아진건지,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있었던건지 알 수 없었다. 항상 밝고 명량했었다. 정확한 시점을 알 수 없었다. 한 숨이 늘고 (본인의 말로는 심호흡이 늘었다고 한다) 밖을 보는 시간이 길어지고 햇빛을 보고싶다는 이야기를 더 많이하게 되었다. 모두 처음에는 걱정하기 시작했으나 어느 순간부터는 '원래 이런 아이었나보다', '뭔가 집에 우환이 생긴것인가봐' 등과 같은 타인적 합리화로 그냥 넘어가게 되었고, 정말 그런 아이가 되었다.



그랬던 녀석을 어느날 점심길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난 녀석을 봤었지만, 녀석은 아닌듯했다.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곧 입에서 안개 같은 연기가 나왔다. 짙은 산 속의 비를 머금은 구름처럼 그것은 녀석의 주위를 맴돌더니 이내 사라졌다. 구름같던 담배 연기 속에는 녀석이 차마 하지 말하지 못한 수만가지의 고민들과 생각들이 담겨있는 듯 뭉글어져 있었다. 


"야, 언제부터 시작한거냐?"

"- 아 너냐, 얼마 안됬어. 한 3주?"


"힘들었구만"


그 말을 듣던 녀석은 한 모금 더 깊게 들이마시고는 이전보다 짙은 연기를 내뿜었다. 


"- 나중에 술마시면서 이야기하자. 나 점심시간 끝났어."

"그래, 고생하자, 조금만 더."


내 말을 들은 녀석은 잠깐 움찔하더니 '그래.' 한마디와 함께 다시 회사로 들어갔다. 



생각하고 말하라는 말을 심심치않게 들어왔었다. 말이 그렇다. 호르몬과 신경계, 근육계를 통해 생리학적으로 반응하는것과 달리 뇌는 전적으로 머리(대뇌 中 베르니케 영역)와 감정의 지배를 받는다. 불행히도 우리의 입은 하나밖에 없어 생각이 많아질수록 선택해야되는 언어의 폭이 넓어지고, 결국 영역의 과부화로 인해 말이 점점 사라지게 된다. 


그런 녀석이 담배를 피게된 것은 마치 자신이 뿜은 연기속에 하고 싶은 말과 생각들을 모두 담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기쁜 연기는 하늘을 향하고, 슬프고 우울한 연기는 땅바닥으로 향하더라. 그렇게 말과 연기는 공기를 통해 입에서 나와 주변을 맴돌다 사라진다. 이내 허공에 머물다 소멸한다. 그 안에는 잊고 싶은 기억,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걱정과 문제들, 우울함과 불안함 등 가슴 속의 많은 것들을 담고있다. 내 속의 많은 것들을 뱉어낼 방법이 없어서, 멍해지는 머리와 가슴에 담겨진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담배 연기를 통해, 밖으로 뿜어내 소멸시키려는 것은 아니었을까.



| Communication"

뜻과 생각이 서로 통하다. 상호 연결이 가능한 대화로 쌍방성을 지님. 받아들여짐이 가능한 이들간에 언어(Verbal/Non-verbal)를 통해 이뤄지는 정보/감정 교류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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