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un / Verb / Adj
진심이 빚어주는 빛(빚어)내는 단어. 말이 시작되는 곳의 깊이에 따라 밝기가 달라지는 단어. 그렇기에 스쳐 지날수도 있으며 공간의 전체를 밝힐 수도 있는 마음의 빛 덩어리.
"ㄱ..고마워..."
힘겹게 내뱉은 그의 한마디속에 빛나는 무언가가 있었다.
맑게 빛나던 작은 불빛은 이내 주변을 밝히고
너무 밝아서였을까
서로의 눈가가 반짝 빛났다
- 빛나는 어떤 것에 관한 이야기 中 -
영국에서, 노팅엄에서의 생활을 마무리 할 때 였다. 마지막 외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항상 계시던 난민(으로 추정되는) 노파 한 분이 계셨다. 노팅엄에서 몇 안되는 'Big Issue'를 판매하시는 분이었는데, 수없이 그녀를 지나쳤지만 그 누구도 그분의 빅이슈를 구매하지 않았었다.
당시 내 수중에는 10파운드짜리 지폐밖에 없었다. 당시 Big Issue는 5파운드였기 때문에, 한 번도 팔리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 빅이슈들을 들고 계신 노파에게 거스름돈이란 기대하기 힘들었지만, 1년 동안 여러 핑계로 구매를 미뤄왔던 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그래서 10파운드를 건내며 말을 걸었다.
"Excuse me maam, Do you have 5 pounds?"
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Of course I have. Just a moment."
하시더니 그대 주머니 속에서 3개 밖에 없던 동전들 중 2개를 꺼내 두 손에 담아 나에게 내밀었다. 단순히 지폐를 동전으로 바꿔달라는 부탁으로 들으셨던 것이다. 그렇다. 빅이슈 한 권 사겠다고 말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No no, I'm gonna buy one."
라고 말했던 순간 그렁거리는 노파의 눈을 잊을 수 없었다.
1년간이나 지나왔었지만 빅이슈를 사는 사람을 본적이 없던 것이 사실이었을까.
그 분에게 인사하고 지나갈 때 까지 몇 번이나 감사하다고 인사를 받았는지.
언덕길을 지나갈 때 까지 노파는 나에게 허리 숙여 연신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Thank you."를 외쳤다.
처음에는 홀가분했던 마음에 응어리가 풀리면서 이유 모를 눈물이 아주 조금 흘렀다. 빅이슈를 건내던 두 손과 주섬주섬 (하마터면 잊을 뻔 했던) 부록까지 챙겨주던 어수룩함, 짤랑거리는 주머니 속 겨우 3개 중 남은 2개의 5파운드를 건내던 주름진 손.
내가 느꼈던 가장 밝고 순수했던 감사함이었다.
FRANKLY DESIGN STUDIO, Seoul, Korea,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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