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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라스틱 베이커리 Aug 22. 2017

The Remains_ 0

Urban Explor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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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는 정말 많은 것들이 버려진다. 특히 내가 있던 부대같은 곳(철원에 활주로 막사)은 특히나 오래된 건물들이었기에 유독 쓰레기들이 많이 나왔다. 낡고 폐쇄적인 공간에 사람들이 살다보니 어쩔 수 없나보다 하다가도 이렇게 많은 쓰레기가 정말 우리가 다 사용한 것들인지에 대해 의문이 들 정도가 들기도 한다. 그렇기에 항상 나오는 문제가 바로 "쓰레기"문제였다. 아무리 혼을 내고 타일러도 분리수거 문제와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는 문제는 없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문제를 잠깐이나마 해결해준 행정보급관님의 한 마디가 있었다.


"쓰레기장 청소 깨끗하게 해라. 그리고 감동을 줘라. 함부로 버릴 수 없게 하는거. 그게 감동이여."


그리고 놀랍게도 3개월간은 쓰레기장이 깨끗하게 유지되었다. 군대에서 많은 걸 보고 들어왔지만 항상 문제가 되어왔던 쓰레기 문제와 관련하여, 이보다 명쾌한 생각을 들어본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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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정리가 잘 되있어서 

함부로 버릴 수 없게 하는것이여

그게 감동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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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쓰레기장에다가 쓰레기를 막 버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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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쓰레기들을 보면 가슴이 아팠다. 지금도 애처롭긴 마찬가지지만 무뎌졌을 뿐. 초등학생 시절 버려진 쓰레기를 너무 많이 가지고와서 어머니께 혼난 적도 참 많고 중고등학교때는 선배들이 버린 참고서들을 가져와서 나눔행사처럼 친구들에게 뭐 나눠줬던 적도 있었고. 생각해보면 이유는 없이 그저 멀쩡하게 버려진 것들을 보면 다시 가져오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한게 2014년 여름. 영국에 가기 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한강에다가. 쓰레기통이 어디있는지 잘 알 수 있다면, 거기에 메세지가 있다면 사람들이 그걸 보고 좀 더 쉽게 버릴 수 있지 않을까? 다른데 버릴 거 그래도 고개를 돌리다 무언가 보이면 호기심을 가지고 보러가지 않을까. 그래서 밤에 문제가 가장 심각하니 야광물질을 발라서 캐릭터로 만들어 붙혀보기도 하고, 메세지를 적어서 붙혀보기도 했다.


결과는 뭐. 시도했다는 것에 만족하는 정도였다. 너무 많은 곳에 설치하다보니 제대로된 피드백을 보기 어려웠고 그 날은 그렇게 마무리는 차원에서 한강에서의 치맥으로 마무리하는 것으로 프로젝트는 끝났다. 아쉬운 부분이 많았지만 무언가를 실천했다는 것. 그리고 내가 항상 관심을 가져왔던 문제에 대해 직접 부딛혀서 솔루션을 만들기위해 노력했었다는 것. 거기에 의미를 둘 수 있는 프로젝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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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하나 들어가야지_ 내가 했던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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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들에 대해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본격적으로 제품을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으면서 첫 연구과제로 무엇을 해야하나 고민하던 중이었다. 당연히 자연스럽게 쓰레기통과 버려진 제품들로 관심이 쏠리게 되었다. 인간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죽음을 이해해야 하듯, 제품을 알기 위해선 제품의 마지막을 알아야된다고 생각이 들었고, 제품의 죽음은 곧 버려짐을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버려진다는 것은 가슴아픈 일이다. 어떤 의미에서의 존재 목적의 상실을 의미하기도 하고, 인간의 사회적 죽음과 맥락이 닿아있는듯 느껴졌기 때문에. 과거의 유산으로 취급 받으며 뒤안길로 사라지는 역사속 누군가들이 생각날 때마다 가슴이 미여오듯, 버려진 제품을 보면 제품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구매자가 고민고민하던 때, 물건을 사서 집으로 가져올 때, 등 '왕년'이 생각나며 슬퍼진다. 인간의 목적을 위한 '희생'을 위해 만들어진 제품들의 존재 이유의 상실. '희생, 목적, 상실, 버려짐, 죽음' 이 단어들은 제품이 가진 태생적 문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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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서 패키징을 필두로 버려지는 물건들을 최소화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버려짐=낭비'라는 인식이 확산되며 친환경적 이미지를 가지기 위한 기업들의 운동의 일환으로 패키징, 친환경 소재, 등 심각하게 대두되는 자연문제들을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해결하고자하는 노력의 일환들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를 보다 근본적으로 생각해보자 하는것이 본 프로젝트의 취지이다.



나이키 신발 패키징.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결합하여 재미있는 패키지가 나왔다.



단순하게 쓰레기를 줄이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활용도가 생긴다한들 결국 또한 버려질 것이다. 죽음이 늦춰질뿐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마치 인간들이 가진 문제와 같아서 결국은 피하는 방법이 아닌,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대한 문제, 즉 '태도(Attitude)'에 대한 문제이다. 버림(타살)을 고찰함으로서 제품의 죽음에 대해 분석하고 분류하여 죽음을 분류화하고 제품의 죽음을 기리는 태도를 메세지로 전달할 수 있는 제품들을 디자인하는 것. 이것이 The Remains의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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