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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라스틱 베이커리 Apr 12. 2018

디자인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를 통해 반박하는 기성 세대들의 디자인에 관한 편협한 편견

어느날 아늑했던 아지트에 찾아온 불청객

불청객은 아지트를 뒤지곤

불을 질러버렸다.


사소하지만 기성세대들이 가진 디자인에 대한 편견과 이에 대한 사전적 반박





불청객의 출현


최근 나의 작업실을 휘젓고간 불청객이 있었다. 그에 대해 하고자하는 이야기는 많지만, 기본적으로 그는 60년대 태어나 고등학교 시절 글쓰기의 꿈을 버리고 의사가 되어 현재 나름 만족스러운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아랫사람들을 타이르기 좋아하는 그는 똑똑하지만 현명하지 못한 편협한 인간이었다. 그가 작업실에서 내벹았던 말들은 나를 포함한 세상의 모든 디자인들에 대한 한국 기성 세대들의 편협한 의견을 전적으로 나타내는 메타포였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말들을 나열하자면


- 나의 작업실을 처음 보고선 

"왜 아무것도 없느냐. 이런 곳에 돈을 쓰다니, 돈이 썩어나는가 보구나. (쯧쯧) 한심하다 못해 멍청하다."

"도대체 왜 작업실따위가 필요한 거냐. 컴퓨터만 있으면 다 되는거 아니냐. 겉멋만 들은 녀석 같으니."



- 스튜디오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첫 컨셉 제품 디자인을 보고선

"왜 그림만 3개월간 그렸느냐. (가슴을 치며) 이딴 그림에 세 달을 허비하다니 한심하구나 이XX야!"

"넌 30분짜리 작업을 3개월간 진행했다. 포토샵따위로 그림 그리며 시간을 허비했단 것에 화가 난다. 아이고.."

"제품 디자인의 아이디어와 모델링 및 설계는 하루면 된다. 그것도 못하는 넌 자격이 없다. 때려쳐라!"


이라며 자신보다 못난 인간을 동정하듯 한숨을 내쉬며 자리를 떠버렸다. 그는 나에게 큰 실망을 했다며 돌아갔다. 동시에 나 또한 그에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나는 가치 없는 디자인 따위를 "그리며" 3개월을 낭비한 것인가?


그의 반응에 나는 화를 참을 수 없었고, 그가 돌아가기전 내가 진행해왔던 기획 의도의 발전 과정과 시각화 과정, 기초 디자인 기능 설계와 3D 프린팅의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그에게 말해보았지만 결국 돌아오는것은 어른에게 말대꾸 하지 말라는 말 뿐이었다. 화가 치밀어올랐다.


그의 말들은 기존의 한국 사회의 디자인에 대한 인식을 대변하였고

나는 사전적 의미를 통해 논리적으로 편견들을 반박해보고자 한다.




적어도 기성 한국에서 디자인은 '그림'이다.


한국에서 디자인의 역사는 타 나라들에 비해 현격히 짧다. 산업 디자인 / 제품 디자인에 한정되었을 때, 한국 사회는 '라이프 스타일'의 개념이 정립되기 전에는 디자인의 개념이 모호하였다. 생산직이 모든 사회의 중심이었든 근현대 한국 사회에서 모든 산업의 중심은 곧 생산직이었고, 이들은 제품, 산업의 시작이자 끝인 존재들이었다. 그렇기에 디자인은 결국 하나의 '외형'에 불과하며, 이는 차선에 불과하다고, 결국 중요한 것은 설계라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디자인과 기획, 설계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일까? 왜 우리 디자이너들은 설계 중심의 현대 사회에 분개하고 있는가. 즉 왜 디자이너들은 항상 푸대접을 받으며 그저 그림만 그리는 서비스 종사자에 불과하게 된 것인가. 


한국의 디자인은 예쁘게 그리는 것에 집중되어있다.
Design은 시각화보단, 시스템과 개발적인 내용들에 보다 집중되어있다.




디자인은 '그림'인가? 


명함 디자인 좀 해줄래?
Would yo design my namecard?
명함 좀 디자인해줄래?


한글을 영어로 번역했을 뿐인데, 어감이 전혀 달라진다. 언어는 곧 동일 언어 문화권 사람들의 인식을 반영하여 나타내는데, 단순한 예문에서 알 수 있듯이 한글과 영어에서의 디자인의 의미는 전혀 달라진다. 일상적 문맥에서의 차이점이 과연 사전적 의미에서도 차이가 있을까? 만약 차이가 있다면 국가적 문제이겠지만, 만약 사전적 의미가 차이가 없다면, 기존 세대의 디자인에 대한 인식은 '비(非)사전적 의미'가 되는 것이다.



사전적 의미에서 알 수 있듯, Design 에는 계획과 의도를 바탕으로 설계도와 도안을 통해 형태를 구현해내는 기술을 이야기한다. (미리 이야기하지만 기술 구현과 같은 내용은 존재하지 않는다.) Design은 계획과 의도가 분명해야 하며,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무언가의 형태를 실질적으로 현실로 이끌어내는 시각화 기술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디자이너에게는 특히 제품과 관련된 디자이너들에게는 어쩌면 도면과 관련된 기술들이 필수적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표준 국어 사전에 정의된 디자인의 사전적 의미는 과연 이와 크게 다를까?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크게 다르지않다. 계획이나 의도에 대한 해석에서의 차이만 존재할 뿐, 컨텍스트는 거의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결국 현실 세계에서 '그림'에 불과하다고 판단하는 디자인은 잘못된 인식이라는 것이다. 사전적 디자인의 의미에서 볼 수 있든 모든 디자인에는 의도와 목적이 존재하며, 디자이너는 이를 실질적인 조형으로써 현실 세계에 구현해내는 사람들이다. 


(추가적으로 디자이너는 예술가인가? 상업성의 여부_ 계획과 의도의 방향 / 디자이너는 기술을 알아야 하는가_  기술 설계의 필수 여부_ 이는 실체화를 위한 구현 제약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건 / 형태만 만드는 것은 디자인인가?_ 당연히 아니다. 의도와 계획이 없기 때문에 / 디자인은 아름다워야 하는가? 디자인의 조형성에 대해_ 시각적으로 풀어내야하기 때문에 미학적 개념과 결코 동떨어지지 않은 문제 / 등에 대한 이야기들은 차후 풀어보도록 하겠다.)




디자인/디자이너의 조건


계획과 의도가 명확해야 한다.
이를 조형적 형태로 구현해내야 한다.
디자인은 전문 기술이다.


사전적인 의미만 찾아보아도 디자인이란 것은 관념을 실체화하는 시각 언어를 다루는 전문직임을 알 수 있으며, 이는 디자인의 역사가 오래된 해외에서는 충분히 자리잡힌 개념임을 누구나 경험적으로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조형 언어를 다루는 기술인만큼 개인의 '미적 기준'과 '의도'라는 주관적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에 따른 결과물의 차이가 존재할 뿐.


디자인을 여전히 무시하는 풍토는 존재한다. 그들은 '기술적 요소들의 신봉자'들에 가까운 신념을 가지고 형태는 '기술'에 맞춰지는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디터 람스는 "Form Follows Functions"라 했다. 디자인의 형태는 인간의 삶을 위한 '기능'을 따르는 것이며 이는 인간의 의도가 담겨있지 않은 기계적 기술을 따르는 것이 아니다. 기능이라는 것은 인간의 삶을 윤택하기 위한 의도가 담긴 기술임을 명심하며, 우리 세대에서부터라도 모든 디자인에 명확한 의도와 정확한 조형 언어들을 이용해 디자인을 표현해낸다면 아름다움 안에 인간다움을 담아내는 한단계 높은 수준의 디자인 문화가 쉽게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FRANKLY DESIGN STUDIO, Seoul, Korea,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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