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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욱 Jul 21. 2023

가족의 재발견

20대 해병대원과 초등학교 여교사의 죽음

2023년 7월 경북 예천군 수해복구현장에서 순직한 20세 해병대원의 죽음과 사회적 폭력으로 교실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여 피어보지도 못하고 꺾여버린 25세 초등학교 교사의 사망소식에 가슴이 먹먹하다. 더욱이, 해병대원과 교사의 나이가 현재 아들, 딸 나이와 비슷하기에 남의 일처럼 무심히 지나칠 수 없다.


꿈과 희망을 키워주고 지식을 교육하는 유능한 교사가 되기 위해, 국가의 영토를 철통같이 수호하는 귀신 잡는 해병대에 입대하기 위해 두 젊은이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열정, 노력을 쏟아부었을까? 과연, 그들이 마주한 삶의 현장은 그들이 꿈꾸어 오던 이상이었을까? 그들의 꿈이 현실의 장벽에 가로막혔을 때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경북 예천군 수해복구 중 순직한 해병대 고 채수근 상병(20세)
서울 서이초등학교 여교사(25세) 사망 조화

구명조끼 착용 등 안전조치를 하고 수해복구 현장에 투입되었다면...

교사의 교권보호 등 제도적 장치가 충분히 마련되었다면... 


부질없는 넋두리지만 하늘을 향해 목청껏 외치고 싶다. 왜 대한민국은 동일한 사고가 반복되는지?

세월호, 이태원 참사의 아픔이 아직도 가슴에 깊은 멍으로 남아있는데. 왜 국가는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하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사후약방문식 뒷북행정에 집착하는지 도체 알 수가 없다


사랑과 정성으로 온실 속 화초처럼 금지옥엽으로 귀하게 키운 자녀를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보내는 부모의 마음은 어떠할까? 감히 헤아려 볼 수가 없다. 금년 1월, 딸이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취업하였다. 청년실업의 심각성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딸의 취업소식은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이었다. 첫 월급을 받았다고 아빠계좌로 30만 원을 입금했을 때는 눈물이 핑 돌았다.


그러나 이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24세 새내기에게 폐쇄적인 조직생활은 감당하기 어려운 바위덩어리처럼 무거웠나 보다. 결국 3개월 만에 첫 직장생활을 그만두었다. 아쉬움이 컸지만 딸의 아픔과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딸의 결정을 존중하기로 했다.


퇴직 후, 딸은 진로를 모색하고 현재 새로운 도전을 시작 중이다. 아빠의 눈에는 딸의 행태가 망망대해에 외롭게 떠다니는 돛단배처럼 위태로워 보인다. 그러나 아빠가 내비게이션이 되어 방향을 안내할 수도, 경제적으로 지원을 해줄 수는 더욱 없다. 간섭하지 않고 딸의 앞길을 조용히 묵묵하게 응원해 주는 것이 최선일뿐이다.


아들은 대학교 2학년 재학 중이다. 보수적이고 융통성 없는 전형적인 ISTJ 성격의 소유자이다. 딸이 유쾌 발랄한 명랑소녀라면 아들은 근엄 진지한 선비스타일이다. 성격상 공무원이 직업으로 적합하여 적극 추전하는데 반응이 시큰둥하다. 지금은 대학교 학보사 기자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방학 중 하루도 쉬지 않고 알바를 하는 근면성실함은 아빠의 DNA를 그대로 물려받은 것임에 틀림없다. 젊었을 때 나를 보는 듯하다. 꿈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다. 그러나 돈이 많이 들어가는 편이다. 그러나 아들의 그런 욕심이 싫지 않다. 다소 허황되더라도 아들의 꿈은 높고 큰 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현실의 벽을 실감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회복무요원 영장이 나오고 복무를 마쳐야 본격적인 진로탐색에 나설 것 같다.


수해복구에 참여한 해병대원과 초등학교 여교사의 죽음을 마주하며 딸과 아들의 미래를 생각해 본다. 아직은 미생이지만 혹독한 현실에서 기죽지 않고 나름 열심히 살아가는 딸과 아들의 삶이 기특하다. 요즘 퇴직 이후 삶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한다. 정년까지 5년 남았다. 그 안에 아들과 딸이 사회 구성원으로 자립하여 제 역할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빨리 아빠 품을 떠나 하늘을 향해 독수리같이 훨훨 비상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훨훨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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