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황석영 <<할매>>

by 영진

<<할매>>

(지은이) 황석영, 창비, 2025-12-12


- 짧은 리뷰


가끔 책의 두께나 무게가 책이 전달해 주는 것들과 판이하게 다른 경우가 종종 있다. 그게 좋은 건지 그렇지 않은 건지는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니 이렇다 할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개인적으로 수용자의 조건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하는 정도.


오랜만에 접한 그런 책이 <<할매>>. 저번 프리뷰에서 내용은 잘 알지 못하고 출간 소식만 전달해 드렸다. 황 선생께서 유투브 ‘매불쇼‘에서 간단히 책에 대해 설명한 부분이 사전 설명의 대략이다.


새 이야기가 묘사되는데, 나의 개인적인 취향 하고는 그닥 가깝지 않아 읽는 속도가 더뎠다. 아무튼 그렇게 며칠 동안 읽었는데, 책이 다루는 주제는 이것저것 뭔가 많았다.


새 이야기, 나무 이야기, 그 새와 나무가 사는 영역에 살다 지나간 사람들 이야기, 그 사람들 살았던 동네 이야기, 그 사람들이 살면서 겪은 세상 풍파. 세상의 풍파 속에서 사람들이 시대마다 흐르고 바뀐 생각, 믿었던 가치들. 책의 두께가 두껍지 않으니 이에 대한 묘사나 서술이 방대하지도 않을 테다. 하지만 생명이 있고, 살아가는 것들과 사라지는 것들 가운데 있고 없음을 그리니, 굳이 특정한 무엇 하나에 대한 장구한 서사가 그리 필요할까라는 생각이 오히려 당연할 수도 있겠다. 그렇게 그렇게 삶을 채우고 지나가는 것을 보여주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고 흩어지고 사라지면, 그전과 같지는 않지만 다시 태어날 것이었다. 태어남이 기쁠 필요도 죽음이 딱히 슬플 필요도 없다. 책은 그런 자연스러움을 그리고 말한다.


그렇다고 인간사에 등진 것도 아니다. 저자건 독자건 사람이니 사람의 탈을 벗을 수는 없다. 많은 분들이 더 잘 아시겠지만, 황 작가는 인간사를 등지긴커녕 매번 그 인간사의 가운데 있었으며, 그의 작품 또한 늘 그러했다. 이 짧은 책에도 그 새들과 나무와 함께 한반도가 겪었던 인간사들이 빠지지 않는다. 조선의 왜란과 후기 나라, 일제강점기, 군부독재와 민주화의 개발 논리.


이러한 역사적 사건들은 사람의 역사이기도 하지만, 팽나무 '할매'도 겪은 일이다.


동네마다 서낭당 옆에 큰 나무들이 있었던 걸 기억한다. 내가 어렸을 때 살던 동네가 서울이었음에도 서낭당 같은 것이 있었으며, 그 옆에도 큰 나무가 있었다. 지금도 그 나무는 안녕하실까. 그 나무가 오히려 내게 안녕한지 물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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