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곳 멋있는 곳
1. 식당
타이페이 숙소 도착 후 체크인 전이라 짐만 맡겨두고 숙소 근처에 있는 공원에 갔다. 그 공원엔 국립대만박물관이 있다. 박물관 입구를 찾아 올라갔다. 아차. “휴관.” 월요일이었다. 대만 오기 전에 확인했었는데 도착해서 정신이 없다 보니 발이 먼저 움직였나 보다. 내일 다시 오기로 하고, 출출한 탓에 근처 먹을 만한 곳을 찾았다. 여행 오기 전에 유튜브에서 몇몇 우육면 집을 알아놨었다. 다행히 근처에 구글 지도에 미리 표시해 놓은 식당이 한 곳 있었다.
그러고는 방문한 식당. 미슐랭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다행히 길지 않은 줄을 잠깐 서고, 들어가 앉았다. 좁은 식당인 만큼 1인은 합석 예정. 내가 먼저 앉고 반대편에 노부부가 앉았다. 사이도 좋아 보이는 노부부 앞에 어색하게 앉아 있는데, 마침 주문한 우육면이 나왔다. 사진 찍고 국물을 들이켜고 있었는데, 노부부가 앞에 있는 양념들을 넣어보라고 권하셨다. 손짓으로 표현했고, 뭔지 모르겠는데 짜사이(중국김치?) 비슷해 보이는 것을 넣어보라 하셨다. 그리고 옆에 매운 양념도 권하셨다. "스파이시 스파이시." 고마운 마음이 들었지만, 이분들이 어찌 나의 몸 상태를 아실꼬. 이분들은 나의 뱃속이 매운 것들에 평온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은 1도 하지 못했겠지? 어찌 됐든 고마웠다. 이 부부는 대화하는 목소리도 어쩜 그리 조용하신지. 시끌벅적 중국인이 아닌 걸 보니 대만 분인 듯. 식당 직원들과도 편안하게 몇 마디 나누시는 걸 보니 종종 오시는 분들인 것 같다. 그리 그리해서. 넣은 시늉만 하고 매운 양념은 거의 넣지 않고 먹기 시작했다. 그릇의 내용은 10분도 안 되어 없어졌고, "하오즈~" 내가 아는 몇 안 되는 중국어 중 하나를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외국인이 설렁탕 먹고 있는데, 다대기 넣으라고 옆에서 이야기한다면? ㅎㅎ)
시장이 반찬인데, 맛집이라 해서 갔으니 맛없는 게 이상한 일일 테다. 즐거운 한 끼였다.
2. 독재자와 자유
대만이라는 재미있는 곳이었다. 몇 곳의 박물관을 관람한 다음 날, 중정기념관을 찾았다. 장제스(장개석)의 이름이 중정이었나 보다. 그를 기념한다는 곳. 그의 커다란 동상 아래 1층에는 전시실이 있었다. 그 전시실 왼쪽은 그와 관련된 여러 전시물들이 진열되어 있다. 그가 타던 캐딜락 두 대를 시작으로 마지막엔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고자 노력했던 그의 사무실에 앉아 있는 그의 밀랍인형으로 전시는 끝났다.
그 전시관 반대편, 전시관 입구에서 봤을 때 오른쪽에는 다른 전시가 되어있다. 나비가 그려져 있기에 다른 주제의 전시인 줄 알았다. 다른 전시가 맞긴 맞았다. 대만의 민주화 과정을 압축해 전시해 놓은 것이었다. 독재자와 그가 억압한 자유. 한국식으로 번역하자면 박정희 기념관에 절반을 반독재 민주화 운동과 관련된 공간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물론 한국도 독재와 탄압의 공간을 인권의 공간으로 재배치시켜 전시해 놓고 있긴 하다. 그런데 대놓고 그렇게 그를 기념하는 곳에 그의 과오와 시민들의 저항을 같이 보여주는 것이 참으로 신기했다. 대만 관련서를 통해 이곳은 과거의 사건들과 정체성이 공존하게 하는 나라라고 슬쩍 보았는데, 이렇게 마주하니 신기할 수밖에 없었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있는 걸 보여주고자 하는 것 자체가 용기가 필요한 일 아니겠는가. 멋진 동네다.
음식과 명소만이 아니라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을 조금이나마 경험해 보는 여행도 나쁘지 않다. 즐거운 여행에 참고가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