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파리
8월의 파리는 주요 관광지 이외에는 고요할 정도로 한적하다. 대부분 바캉스를 떠났기 때문이다. 아이와 공원으로 향한다. 체육시설이 갖추어진 공원에서 아이와 함께 공을 찬다. 핸드볼 코트를 빙 둘러싼 트랙 위에 서서 아이에게 물었다.
"여기 출발선 보이지? 달리기 시합을 한다면, 어느 쪽에서 뛰는 게 좋을까? 안쪽 아님 바깥쪽?" "안쪽!" 바깥쪽 레인의 출발선은 저만치 앞에 그려져 있다. "응, 다들 안쪽에서 뛰고 싶겠지? 그래서 바깥쪽에서 뛰는 사람이 조금 더 앞에서 출발하는 거야." 아이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 고개만 끄덕이더니 다시 공을 찬다.
외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처음 맞이하는 긴 여름휴가는 그렇게 아이와 함께 시작하였다. 입사 이후 하루도 휴가를 쓰지 않았던 내게, 상사는 8월에는 최소 3주 이상 휴가를 쓰라며 두 번씩이나 당부를 하였다. 다른 동료는 긴 여름휴가 동안 충분히 재충전을 해야 나머지 1년을 살아갈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도 했다. 나에겐 낯설고 새로운 생각들이 이곳 사람들에게는 친숙하고 당연하다는 점이 나에겐 여전히 낯설고 새롭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