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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fe allonge Sep 23. 2023

프랑스의 커피

아메리카노와 라떼를 주문할 때 하는 말은?

하루에 두세 잔 커피를 마신다.


집에서 간단한 아침식사와 함께 마시거나, 출근하자마자 구내에 있는 카페에 가서 커피를 한 잔 받아 사무실로 간다. 주로 마시는 커피의 종류는 카페 알롱제다. 에스프레소에 물을 적당히 섞은 커피라고 하는데 아메리카노와 맛은 비슷하다. 예전에는 카페 라테나 아메리카노를 주로 마셨는데, 프랑스에는 이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커피가 없는 듯하다. 커피 애호가도 커피 전문가도 아니기에 내 입맛에 적당히 맞다 싶으면 큰 상관은 없다. 다만 이곳에서의 커피 양이 상대적으로 매우 적다. 한국 자판기 커피보다는 조금 더 많고, 스타벅스 등 커피 전문점에서의 작은 사이즈 보다 적다. 수 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카페 알롱제로 정착했다. 그래서 불어를 잘 못하는 내가 프랑스에 온 이후 거의 처음으로 배운 생활 불어는 바로


엉 까페 알롱줴, 씨부뿔레.
(카페 알롱제 한 잔 주세요.)


카페 알롱제와 빵오쇼콜라. 아내가 찍은 사진



그렇게 이른 오전에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나면, 긴장된 활기 속에 하루가 시작된다.


이곳 사람들은 종종 커피 약속을 잡는다. 안부를 묻거나 여행이나 취미생활을 공유하기도 하고, 본인이 하고 있는 업무를 설명하기도 한다. 보통 업무는 소규모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같은 부서라고 해도 다른 이의 업무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다. 커피를 마시며 업무에 대해 스스럼없이 얘기를 나누며 서로의 의견을 구하기도 한다. 간혹 부서 내의 인사이동이나 가십거리도 듣곤 한다. 커피 약속은 대부분 즉흥적이기보다는 점심 약속을 잡듯이 업무 캘린더를 이용해 이메일로 정식으로 커피 약속을 잡고 구내 카페에서 만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약속이 있는 날이면 대부분 이렇게 두 번째 커피를 마신다. 가끔 약속이 많은 특별한 날에는 차를 마시거나 카페 라테에 가까운 카페 크림을 마신다. 그래서 다음으로 배운 생활 불어는


엉 까페 크헴, 씨부뿔레.
(카페 크림 한 잔 주세요.)


Kozy Bosquet, 파리 7구의 카페. 아내가 찍은 사진



프랑스로 이사 온 지 어느덧 일 년이 되었다.


여전히 불어를 거의 못하지만 몇 가지 문장과 표현만으로 버티고 있다. 업무는 모두 영어로만 진행되기 때문에 불어를 배울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없다. 가끔씩 불어로 걸려 오는 전화를 받으면 식은땀이 나지만 그래도 이제 커피만은 자신 있게 불어로 주문할 수 있다.


Un café allongé, s'il vous plaî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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