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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림 Feb 20. 2020

별게다 걱정이야

저도 장사는 처음이라서요


장사라는 종목이 인생 처음 인 나는 카페를 운영할 때 어떻게 중심을 잡아야 할지 항상 고민이었다.

손님 관리부터 매장 운영까지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하고 실행하기에 딱히 나의 고충을 나눌만한 사람이 없었다. 지인들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저 속풀이일 뿐이었고 모든 결정은 결국 나 스스로 해야 했다.


매장을 운영하고  처음 맞이하는 여름이 다가오고 있었다.

정말 사소한 일이지만 '언제부터 에어컨을 틀어야 할까?'가 나의 최대 고민이었다.

지금 이렇게 글로 써놓고 보니 누가 봐도 코웃음 날 정도로 사소한 일이고 이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싶은 일이지만  3월에 매장을 오픈하고 여름을 처음 맞이하는 나로서는 에어컨을 언제부터 가동해야 맞는 건지 정답이 절실히 필요했다. 


'6월부터 틀어야 하나? 언제부터 틀어야 맞는 거지?'

몇 번을 생각해도 정답은 없었고 결국 스스로 '그래 아직 좀 이르니 6월부터 틀자.'라고 임의로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혼자 결정을 하고 매장을 운영하는데 5월임에도 벌써부터 매장 안은 조금씩 더운 공기가 느껴졌다. 특히 머신과 제빙기 등 각종 장비들이 있는 주방 부분은 기계들이 앞다투어 열기를 뿜어내어 손님들이 계시는 홀보다 훨씬 더 더웠다. 이렇게 더우면 에어컨을 켜면 그만인데 손님들 눈치를 살피기 바빴던 왕초보 자영업자인 나는 '5월에 에어컨을 틀어도 되나? 너무 이른 거 아니야?'라는 생각뿐이었다. 

그저 매장 입구 문을 열어두는 것으로 임시방편을 세우고 하루하루 보내던 중 손님들도 제법 더워하는 분위기의 어느 날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놈의 에어컨이 뭐라고 이렇게 고민을 했을까 싶지만 그 당시 나로서는 별거 아닌 그놈의 에어컨이 최대의 고민 중 하나였다. (5월에 에어컨 트는 게 뭐 별일이라고 그 모습이 이상해 보일까 왜 이렇게 걱정됐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당시 나의 유일한 취미이자 기쁨은 마감 후 웹사이트에 카페 솔림을 검색해보는 일이었다.

그러다 한날은 블로그 리뷰에서 매장이 너무 더웠다는 리뷰를 보게 되었다. 리뷰글에 올려진 고객님의 사진을 보자 단박에 '아! 그날인가 보다' 싶었다. 그날은 특히나 더워서 에어컨을 틀어도 되는지 고민하다 그냥 지나친 날이었다. 손님들 중 누구라도 에어컨 좀 틀어달라고 말하면 좋으련만 아무도 나에게 그런 언질이 없어 아직 때가 아닌가 보다 하며 하루를 마감했던 날로 기억한다.

그 어떤 리뷰에도 고객분들께서 행여나 부담스러워할까 봐 단 한 번도 댓글을 단 적이 없었는데 이 글은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초보 자영업자로서 너무 부끄럽고 카페를 방문해서 온전히 즐기지 못한 손님께 너무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고객님 글에 댓글을 남겼다. 너무 죄송하다고, 다음에는 꼭 매장을 시원하게 준비해두겠다고. 사실 댓글을 쓰는 마음 한편에는 계속 더운 매장으로 기억되어 다시는 오지 않을까 겁이 나는 마음도 없지 않았다.


카페에 머무는 동안 손님의 기분이 최상이었으면 좋겠고 나는 그것을 유지시킬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여 이날 이후 더욱 매장 적정온도에 신경을 쓰게 되었다.


그리고 매장을 그만둔 후 카페를 운영하며 적정온도를 유지하던 내 노력에 보상이라도 받듯이 단골손님의 고마운 멘트를 보게 되었다  


‘솔림을 만나고 기나긴 무기력에서 깰 수 있었다. 공간의 적당한 온도와 조도, 높이가 딱 맞는 테이블, 무엇보다 맛있는 커피와 바질 페스토 샌드위치가 있어 몇 시간이고 앉아있을 수 있었다. (중략) 지금은 없는 공간이지만 이곳이 준 힘은 여전히 남아있어요’

-켄린, 블로그 발췌-

https://m.blog.naver.com/eieieiei_/221754467642


 

몇 번을 읽어봐도 마음이 벅차오르는 글이었다. 매장을 그만둔 지 1년이 지난 후 써준 글이지만 이 글을 읽자 문득 에어컨 하나도 언제 켜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못했던 내 모습이 떠올랐고 한 번의 실수를 겪었지만 실수를 발판 삼아 그래도 내가 제대로 운영했다는 안도감이 이제야 들었다. 이렇게 알아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니 그동안의 노력을 인정받는 기분이었다. 매장 영업을 종료한 지 일 년이 지난 지금에도 좋은 기억으로 생각해주는 손님에게도 너무나 고맙고 부단히 애쓴 나에게도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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