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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림 Jan 08. 2020

하루는 쉬어갈게요

휴무날을 정하기까지,

오픈날 정산을 하고 부자 되면 어떡하지 하며 쓸데없는 걱정을 했던 사람이 정말 내가 맞아? 그날 오던 손님들 다 어디 갔지? 싶게 만드는 매출의 연속.

내가 정해둔 하루 벌어야 하는 정말 최소 매출이 있었는데(못해도 그 매출을 달성해야 월세를 내고 최소 유지비를 낼 수 있는 정도) 그 매출을 간당간당하게 넘나드는 날을 보내고 있자니 정말 미칠 노릇이었다.

카페 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로 삼일 치 매출은 월세 낼만큼 나와야 하고 오일 치 매출로는 아르바이트비를 줄 만큼은 매출이 나와줘야 유지가 가능하다는 말을 한다. 삼일 치 매출로 월세를 내려면 지금의 매출로는 택도 없이 부족했다.

커피 팔아 월세 낼 수 있겠냐고 했던 건물주의 말이 자꾸만 무겁게 마음을 짓눌렀다.

고작 오픈 일주일 정도 된 카페, 심지어 번화가도 아닌 곳에 손님이 끊임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열리지 않은 문이, 들어오지 않는 손님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지만 이미 첫날 첫술에 너무 배가 불러봐서 이제야 카페의 현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소위 말하는 핫플을 꿈꾸며 카페를 오픈한 것은 아니지만 들인 돈이 있다 보니 벌써부터 자꾸만 본전 생각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제 겨우 며칠 지났을 뿐인데 장사가 처음인 나는 굉장히 조급하고 불안했나 보다.

그렇지만 딱히 뾰족한 수는 없었다. 매일같이 온라인 광고를 하라고 걸려오는 전화를 받았지만 그런 광고를 하고 싶지는 않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내 자리를 지키는 일뿐이라고 생각했다. 그저 인스타그램 계정에 매장과 커피 사진을 올리고 부디 누군가는 보고 찾아와 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매일 아슬아슬 외줄 타기 하는 심정의 날들이 지나고 20일여간을 하루도 쉬지 않고 10시간씩 일을 하다 보니 어느새 몸도 마음도 조금씩 지쳐갔다. 손님이 오든 오지 않든 약속된 시간에 문을 열고 자리를 지켜야 하니 체력이 바닥나고 있었다. 아무래도 하루는 쉬는 날을 정해 정기휴무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무날을 정하기 전에 하루정도 쉴 수도 있었지만 매출에 대한 통계가 필요했기 때문에 한 달만 눈 딱 감고 쉼 없이 일해 보자 싶었다. 월요일에 쉬어야 할까 수요일에 쉬어야 할까 주말에 쉬면 안 되겠지? 이런 생각들이 뒤섞인 날들을 보내며 30여 일을 쉼 없이 달렸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오픈을 하고 판매 준비를 마치고 시간은 흘러가는데 정말 손님이 한 명도 들어오지 않는 게 아닌가? 그나마 점심때가 되니 종종 오던 근처 사무실 직원분들이 몇 분 와주셨고 그 후에 아주 뜨문뜨문 손님 몇 분이 오셨다. 이런 날은 어쩜 그렇게 객단가가 가장 낮은 아메리카노만 나가는지 내 마음도 아메리카노처럼 새카맣게 타고 있었다. 그날 매출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 최저 매출이었고 그날은 월요일이었다. 10시간 꼬박 일했는데 매출이 고작 55,000원이라니!


카페를 오픈할 때 절대 일희일비하지 말자 했는데 이날은 마감하면서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몸보다도 마음이 그렇게나 힘들었던 날이다. 그리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월요일 휴무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보통 자영업을 하는 분들이라면 이미 알고 계셨을 것이다. 사람들 지갑이 잘 열리는 주말 매출이 제일 좋고 주말 다음날인 월요일 매출이 제일 떨어진다는 사실을. 그렇지만 나 같은 초보자 영업자가 뭘 알았겠는가. 나 이제 망한 거 아니야? 나 뭐 잘못한 거 있나?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 우울한 마음으로 하루를 마감하였다. 아직도 잊히지 않는 공포의 오만 오천 원...

그렇게 월요일 휴무로 결정을 하고 오픈 30일 만에 첫 휴무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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