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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림 Oct 24. 2019

안녕하세요 카페 솔림입니다.

오픈날이 오긴 오네요


주변을 살필 겨를 없이 숨 가쁘게 달려와 오픈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오픈일자를 정하는 것 또한 고민이 되었다. 정해 둔 오픈 날짜가 있었는데 아무래도 준비가 미흡해 며칠 더 미루어 수요일로 정했다. 며칠 더 미루는 모양새가 조금 찝찝하긴 했지만 물장사는 수요일에 오픈하는 게 좋다는 말도 있다기에(사실 오픈 준비하며 처음 들어봤다.)  좋게 좋게 생각하기로 하고 못다 한 준비에 열을 올렸다. 

가오픈이란 개념이 별로 없던 때라 나 역시 가오픈을 택하기보다는 모든 준비를 끝내 놓고 오픈을 하고 싶었다. 정해둔 날까지 매일 같이 카페에 출근해 커피를 제조해보고 연습 또 연습하는 시간을 가졌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혼자 카페에 나와 준비를 하고 커피를 만들어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던 중 갑자기 문이 열리며 한 아주머니께서 아이와 함께 들어오셔서 음료 판매를 하냐고 물으셨다. 순간 당황한 나는 얼굴이 빨개져 아직 정식 오픈이 아니라 테이크아웃만 가능하고 카드결제는 안된다고 그래도 괜찮으시냐고 여쭤보았다. 그래도 괜찮다고 핫초코가 있냐고 물으시곤 그것을 주문하셨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첫 손님이 라니! 그렇게 연습을 했는데 첫 손님이라는 긴장감에 스팀을 치던 손은 어찌나 벌벌 떨리고 얼굴은 왜 이렇게 쌔빨개 지는지  그때를 떠올리면 당시의 긴장감이 고스란히 나에게 전달된다. 

얼떨결에 첫 손님을 맞이하고 처음으로 내 가게에서 판매 수익을 올렸다. 기껏해야 3,900원이었지만 나에겐 너무나 의미 깊은 액수였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더 능숙하게 손님을 맞이해야겠다는 생각에 연습 또 연습에 매진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드디어 2015년 3월 18일 수요일의 아침이 밝았다. 

일찍부터 매장 문을 열고 설레는 마음으로 청소를 시작하였다. 오픈한 지 삼사십 분 정도 지났을까? 근처에서 일하고 있는 지인들과 엄마의 지인분들이 계속 축하의 인사를 건네러 방문해주셨다. 워낙 계속 일을 하다 시작해서 그런지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내 가게가 아직 익숙하지 않은 데다 손님이 갑자기 들이닥치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렇지만 방문한 분들께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음료를 한잔 한잔 내었다. 처음이라는 긴장감에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도 모르게 시간이 금방 흘러가 밤 10시 마감을 하고 첫 정산을 하는데 와! 나 이러다 부자 되면 어떡하지?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들었다. (오픈빨이라는것도 모르고 말이죠) 

하루를 보내보니 더 열심히,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정말 기다리고 기다리던 날이었는데 지금 회상해보면 뭣하나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떨렸고 생각보다 손님이 많이 왔고 생각보다 매출이 좋았다는 것뿐(이것 또한 무지하게 주관적인 생각). 

카페 오픈이 그동안 지루했던 오픈 준비의 마침표인 줄 알았는데 사실 이제야 진정한 긴 레이스의 시작점에 겨우 도착했을 뿐이었다. 내가 스스로 선택한 고독한 장거리 마라톤의 시작. 오픈 첫날이 끝나고 방에 누워 앞으로 이 일을 얼마나 할 수 있을지, 매일 쉼 없이 이렇게 일해야 한다는 사실에 갑자기 무섭기도 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이제 겨우 첫날 하루 보낸 것뿐이니 그런 생각들은 잠시 미뤄 두기로 하고 잠을 청했겠지. 어쨌든 내가 행복하려고 시작 한 일임을 잊지 말자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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