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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림 Sep 17. 2019

끝없는 준비과정

드디어 준비는 끝났다

가게 자리 계약을 완료하고 이제 한시름 놨다 생각했는데 역시나 초보 자영업자의 큰 착각이었다.

자리 계약을 완료했으니 이제 월세가 하루하루 계산되고 있었다. 서둘러 인테리어를 완성하고 오픈을 하고 돈을 벌어 월세를 갚아나가야 한다. 아직은 월세의 무서움을 모르는, 이제 막 내 명의로 된 매장을 갖게 된 쌩초짜 사장인 나는 아직까지는 마냥 들뜸의 날들이었다.

 

어쨌든 이제 내게 주어진 임무는 인테리어다. 싫든 좋든 주어진 임무를 완료해야 하는 게 나의 몫.

정말 건질게 하나도 없는 이 공간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대야 할지 막막했다. 게다가 혼자서 하나부터 열까지 다 결정해야 하는 부담감이 이 시점 즈음 극대화됐다. 의존적 인간인 내가 혼자 모든 것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었지만 나 아니면 해줄 사람이 없고 시간도 없다. 우는 소리 할 때가 아니었다. 인터넷을 쥐 잡듯이 뒤져 인테리어 업체 세 군대를 선정하였다. 매일 인테리어 업자들을 만나 미팅하고 겨우 마음에 드는 업체를 선정할 수 있었다. 선정했다고 끝일까? 그럴 리가요. 역시나 이제부터 또 다른 시작이다.

인테리어를 해본 적은 없지만 본건 많아서 눈은 높은데 예산은 적다.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라 할 수 있겠다. 내 건물이 아니니 큰돈은 들이고 싶지 않은 게 솔직한 마음이었다. 그렇지만 이 외진 곳까지 손님들을 끌어들이게 하려면 일단 어느 정도는 매장이 예뻐야 한다고 생각했다. 손님들이 처음 가게를 방문하는 이유는 인테리어를 보고 오는 게 대부분일 것이고 그 후 재방문은 맛으로 손님을 잡아야 하는게 내 생각이었다. 사람들로 하여금 '어? 저 카페 괜찮아 보이네? 한번 가볼까?' 싶은 마음을 들게 만드는 게 중요했다. 적은 돈으로 최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매일 인테리어 실장님을 만나 의견 조율을 한 끝에 예산은 좀 초과됐지만 내가 원하는 느낌의 디자인이 나왔다.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인테리어 기간으로 대략 2주간의 기간이 필요했다. 2주의 인테리어 기간 동안도 쉴 틈 없이 오픈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베이킹을 배우고 위생교육을 받고 가구와 조명을 사러 을지로를 돌아다니고 그릇과 컵을 구매하고 소품을 검색하고 또 필요한 것들을 채워 넣기 바빴다. 평소 사고 싶었지만 딱히 쓸모없는 것들도 가게 오픈을 핑계로 신나게 쇼핑을 할 수 있었다. 막막한 와중에 그런 재미는 또 얼마나 쏠쏠하던지.


공사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처음 해보는 공사라 내가 매일 현장체크를 하지 않은 점이 가장 아쉽고 후회가 된다.  당시 실장님이 본인이 매일 가서 체크하니 굳이 현장에 오지 않아도 된다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매일 가볼걸 싶다. 처음 공사현장에 갔을 때 공사하시는 분께서 '여기 누가 커피 마시러 오겠어요? 지나가는 사람 죄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던데?'라는 말씀에 기분이 상해 가기 싫었던 것도 있지만 그래도 내가 주인인데 매일 가서 더 꼼꼼하게 살피고 체크했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그나마 일주일에 두세 번 들렸지만 큰 문제없이 공사가 끝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주가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갔고 어느새 마지막 작업인 간판을 다는 일만 남았다.

그사이 머신도 들어오고 차곡차곡 카페의 형태가 되어가는 공간을 보며 스스로 기특한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인테리어에 있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질리지 않는 공간이 되는 것을 강조했는데 다 끝마치고 나니 따뜻한 분위기와 과하게 유행을 좇지 않은 부분이 마음에 쏙 들었다. 이렇게 질리지 않는 것을 강조해서 인테리어 했음에도 매일 같은 장소에 머무르다 보니 일이 년 후에 스스로 지겨운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드디어 내 이름으로 된 간판이 설치되고 그 많던 사람들이 우르르 빠져나가고 텅 빈 공간에 나 혼자 덩그러니 남았다. 그때의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복잡 미묘했다. 혼자 잘할 수 있을까? 정말 시작인 건가? 나 이제 어떡하지? 등등,,,

이제 정말 오픈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그토록 바랐던 일인데 왜 이렇게 무섭지? 심란한 마음을 다잡고 남은 자재에 기대어 앉아 벽에 설치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남겨두었다. 내 나름의 초심을 기억하고자 하는 방법이었다.




큰- 맘먹고 구매한 머신을 설치 한 날


공사가 마무리되고 드디어 간판이 설치되었다

 

공사가 끝나고, 분명 너무 좋은데 왜 이렇게 걱정이 될까? 처음 마음 잊지 않게 사진으로 남겨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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