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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림 Apr 27. 2020

특별한 날에 찾아주어 고마워요

생일을 축하합니다.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고부터 생일이 뭐 별거나 싶지만 그래도 매번 평범하게 흘러가는 하루 중 생일 하루만큼은 특별하게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지 싶은 마음이다. 그래서 나는 생일 때마다 어디를 갈지 결정하는 게 늘 고민이었다. 좋은 곳 맛있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며 일 년에 한 번뿐인 나의 하루를 망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루를 망치고 싶지 않은 건 매 순간 그렇지만 생일이나 기념일 등 특별한 날에는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카페를 운영할 때 생일이거나 기념일 등 본인들의 특별한 날 종종 카페에 케이크를 가지고 찾아오시는 손님들이 계신다. 외부음식은 당연히 금지라 말하지만 생일 케이크만큼은 예외였다. 이렇게 좋은 날, 본인에게 소중한 날 다른 멋지고 좋은 곳을 제치고 나의 카페를 찾아주는 게 너무 고마운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몇몇 단골손님들과는 sns 친구를 맺고 있어 생일을 자연스레 알게 되었고 생일 즈음 카페를 찾아주는 손님들에게는 그날 주문하는 음료를 꼭 무료로 드렸다. 매번 카페를 찾아주는 게 감사했지만 나만의 개똥 철칙으로 서비스를 잘 주지 못하는 것이 매번 마음이 쓰였고 (혹시라도 서비스를 누구는 주네 안주네 하며 누구의 마음이라도 상하게 하기 싫었다. 사실 누구에도 책잡히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컸다.) 생일 때만큼은 꼭 서비스 아닌 서비스로 생일 무료 음료를 드리고 싶었다. 기껏해야 몇 천 원 하는 음료 한잔이지만 뜻밖의 생일선물을 받는 기분 좋은 혜택을 드리고 싶었다. 그리고 생일이니까 음료는 그냥 드릴게요! 하며 마음껏 사장의 위치를 뽐내는 기분도 꽤나 좋았기 때문에 생일날 단골손님들에게는 꼭 무료 음료를 드렸다.


대부분 나의 카페를 찾는 주 고객은 여자 손님이었고 생일 케이크를 가지고 찾아주는 손님 또한 나보다 나이가 어린 여자 손님들 대부분이었다. 넓지 않은 카페에 3-4명이 함께와 쭈뼛쭈뼛 나에게 다가와 생일 케이크 초만 붙여도 돼요?라고 꼭 물어보는데 그 모습이 너무 예쁘고 귀여웠다. 그러면 나는 한껏 관대한 모습으로 네 당연히 되죠, 생일 케이크는 드셔도 되세요. 포크 드릴까요? 하고 말하였다. 이 손님들이 얼마나 더 귀엽냐면 본인들끼리 축하노래와 사진 촬영을 끝내고는 꼭 케이크 한 조각을 나에게 노나 주었다. 이 별것 아닌 생일 케이크 나눔 과정이 얼마나 귀여운 지!


sns가 발달한 요즘에는 더 특별하고 좋은 곳을 찾기도 쉽고 또 그만큼 정보도 많은데 한 번뿐인 특별한 날을 기념하러 내 가게에 와주는 것이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었다.

생일날 내 카페를 대관해 파티를 했던 친구나 케이크를 들고 까르르 거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많은 손님들이 기억한 켠에 소중하게 자리 잡고 있다. 덕분에 좋은 기억이 늘은셈이다.


다시 한번 특별한 날 찾아주셔서 정말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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