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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림 Nov 11. 2020

단골이라고 말해도 되겠지

보고싶은 사람들

조금씩 안정된 매출이 나오고 신기하게도 단골손님이 생겨났다. 나에게도 단골손님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생기다니! 단골손님이 생긴다는 게 이렇게 신나는 일인 줄 몰랐다. 내 공간을 좋아하는 게 나뿐 아니라는 생각에 이 공간을 더 잘 지키고 싶다는 힘을 실어주는 존재들, 너무나 고맙고 꼭 필요한 사람들. 돌이켜보면 이 사람들 덕분에 내가 사 년이나 카페를 지킬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4년간 카페를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손님이 꽤나 많이 있고 손님에서 친구가 된 사람들도 많다.

많은 손님들 중 매일 똑같았던 내 자리에서 시간의 흐름을 체감할 수 있게 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엄마 뱃속에서 또는 엄마에게 안겨서 오는 작은 손님들이 어느새 훌쩍 커 의자 한자리를 차지하고 음료나 케이크를 먹는 모습을 볼 때마다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렀지?라는 생각에 새삼 놀라곤 했다. 한창 노키즈존에 대한 화두로 뜨거웠을 때에도 나 역시 노키즈존을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내가 좋아하는 손님들만 가려 받을 수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간 기저귀를 테이블에 올리고 가는 건 애교 수준이었다면 알만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영하는 내내 노키즈존을 하지 않았던 건 그만큼 좋아했고 계속 보고 싶었던 아가 단골손님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주 가끔 소위 말하는 진상 손님들로 속 끓이고 나면 속으로 ‘단골 아가 친구 중학교 가면 나 꼭 노키즈존 한다.’라고 스스로 되뇌던 때도 있었다. (아니 도대체 카페를 몇 년이나 하려고 했던 거지?) 그렇게 내가 노키즈존을 하지 않고 운영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된 아가들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인스타그램으로 안부를 나누며 그 친구에게 동생이 생긴 것도 보고 어느새 자기주장 강한 나이가 되어 가끔 엄마를 애태우는 글들을 보기도 한다. 나중에 그 아가는 카페 이모를 기억해줄까? 아마 벌써 잊었을지도 모르겠다.


또 카페 손님들 중에는 낭만적인 손님들도 많이 있었다. 음료와 디저트가 맛있었다며 작은 쪽지를 남기고 가는 손님들, 종종 들러줄 때마다 꽃시장에서 나의 꽃도 한 다발 잊지 않고 가져다주는 손님들. 아마 카페일을 하면서 평생 받을 꽃다발을 이때 다 받아보지 않았나 싶다.

매일 다람쥐 쳇바퀴 굴러가는 하루를 보내는 내가 카페에 있으면 항상 그날이 그날 같고 그 계절이 그 계절 같아지는데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게 계절마다 꽃을 사다 주는 친구도 있었다. (물론 처음부터 친구는 아니었다.)

노란 프리지어부터 소담한 국화 한 다발 등 어디서 이렇게 고운 꽃들을 찾아내 가져다주는지 아직도 종종 그 친구가 사다 준 꽃들이 생각나곤 한다. 한동안 sns에서 잘 보이지 않았던 그 친구에게 오늘은 카톡을 보내봐야겠다.





+

가끔 인터넷 글들 중 자주 가는 단골 카페나 식당 사장이 아는척을 하면 부담스러워져서 가는 게 꺼려진다는 글들을 보았는데 그때마다 나는 지금 잘하고 있는지 돌아보곤 했다. 너무 주책 떨며 거리 감 없이 다가가는 건 아닌지 싶다가도 또 너무 데면데면하게 구는 건 아닌지, 사람마다, 손님마다 성향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꼭 이렇게 해야 한다고 정의 내리고 적정선을 찾는 것이 너무나 어려웠다. 그렇지만 주문을 할 때 나를 바라보는 손님의 표정, 눈빛에서 나에게 호의적인지 아닌지 정도는 눈치챌 수 있었고 거기에 맞춰 나도 적절한 리액션을 보일 수 있었다. 그런 날들이 반복되다가 정말 친해져서 언니 동생 하는 손님들이 생기고 덕분에 많이 의지가 되어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된 사람들이 참 많았다. 카페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이 구석진 자리에 있는 카페에도 단골손님이 생길 수 있을까 싶었는데 돌이켜 생각하니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떠오르는 건지. 기억은 미화된다지만 나는 계속 이렇게 미화된 채 좋은 기억만 안고 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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