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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림 Dec 18. 2020

나의 구원자들

장사가 매일 상향곡선을 그리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상향곡선이 아니더라도 일정선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임을 안다. 그리고 그게 제일 어려운 일인 것도 잘 알고.

오픈하고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혔구나 생각이 들다가도 한 번씩 매출이 삐끗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어김없이 기다려지는 게 바로 단골손님들이다.

매장 출입문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손님을 기다린다. 나의 구원자들이여 대체 언제 오시는 겁니까 흑흑

내 카페는 통유리로 되어있어 밖에서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구조였다. 그래서 이따금 손님이 없어 홀이 텅 빈 상태가 되면 괜스레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밖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고는 어머 저 집은 손님이 하나도 없네, 장사 안되나 봐~라고 할까 봐 그게 싫었다. 혹여나 장사가 안되더라도 그렇게 보이긴 싫은 맘 아시려나...?

그럴 때면 더 간절하게 고개를 쭉 빼고 손님을 기다린다. 부디 이 텅 빈 홀에서 저를 구원해주소서...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매일 같이 혼자 오는 손님이 있었다. 메뉴는 아이스라테 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그리고 가끔씩 바질 페스토 샌드위치를 주문하는 손님.

혼자 자리에 앉아 주섬주섬 다이어리나 공부할 것들을 꺼내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얼마나 좋아 보였는지 모른다. (나는 내 카페임에도 내가 그 자리에 앉아있는 게 어쩐지 쑥스러웠다.) 장사 초반에는 손님이 없어 홀이 빌 때가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그 손님이 공간을 채워주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한날은 샘플로 받은 당근케이크를 조금 잘라 맛보라고 내어드리기도 하고 종종 내가 먹으려고 싸온 간식들을 노나 먹으며 카페에 자주 찾아주는 고마운 마음을 그렇게 나만의 방식으로 감사인사를 하곤 했다. 일전에도 말했듯이 누구는 주네 안주네 하는 말이 싫어서 대체적으로 서비스는 잘 주지 않는 편이었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마음이 더 가는 손님이 있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취준생일 때부터 취업을 하고 나서는 친구들을 데리고 와주고 또 내가 가게를 그만두고 나서도 여전히 sns나 가끔 만나 안부를 주고받는 나의 구원자들.

예전에 읽은 잡지에서 헬카페 사장님의 인터뷰 중 우리는 '주인을 기다리는 개' 같다는 말이 아직도 인상적으로 남아있다. 이 구절을 처음 읽고는 세상에 어쩜 이렇게 찰떡같이 비유할 수 있지 싶었다. 공들여 만들어놨지만 손님이 없으면 정말 무쓸모에 무용지물인 공간이 되어버린다. 그러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염없이 주인을 기다리는 수밖에. 이렇게 많은 가게들 중 콕 집어 내 매장에 와줘서 외롭지 않은 개로 만들어줌에 늘 고마웠어요.





이렇게 가끔씩 고맙고 인상적인 손님들의 이야기도 남겨볼까 한다. 여전히 마음속에 고마운 마음으로 자리 잡고 있는 사람들. 또 혹여나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 중 제가 카페를 운영했을 당시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댓글 남겨주세요. 글감에 참고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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