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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림 Jun 21. 2021

카페 하세요?아 좋겠다.

이상과 현실


카페를 운영하면서 주로 들었던 말이 '좋겠다~ '라는 말과 '진상 없어요?'라는 말이었다.

나도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주위에서 카페를 운영한다고 하면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남들과 다름없이 '좋겠다.'였다. 뭐가 그렇게 좋아 보였을지 가만히 생각해보면 일단 출퇴근이 자유로워 보였다. 9to6의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상사도 없고 자유롭게 본인의 가게를 운영하는 게 가장 부러웠다. (그때만 해도 영업시간 외의 잔업이 이렇게 많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카페 사장님이라니 굉장히 여유 있어 보이고 세상 걱정 없이 살 것만 같았다. 내가 멋모를 때 생각했던 카페 사장의 이미지는 손님이 없을 때에는 커피 한잔 내려 여유롭게 책을 읽거나 창밖을 바라보며 음악을 듣는 그런 모습들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그러니 당연히 카페를 운영한다 하면 부러워할 수밖에. 

그렇지만 카페를 운영해본 지금 누가 나에게 카페 사장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며 부럽다고 말한다면 저 철없는 놈 너랑은 상종하지 않을 테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역시 경험해보지 않고는 모르는 것 투성이라니까.


카페 운영 연차가 쌓일수록 좋겠다는 말을 들으면 이렇게 말한다.

'내가 건물주일 때 카페 사장이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

카페를 운영해보니 내가 상상한 카페 사장의 전제조건은 바로 건물주였다. 건물주였다면 내가 상상한 저 모든 것들이 속 편히 가능했을 것이다. 손님이 없을 때 여유롭게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다? 막상 손님이 없어보니 마음이 초조해져 책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건물주가 아니라면 자본이 충분히 있어 인건비 아끼지 않고 알바들을 마구 쓰며 나는 카페에서 한 발짝 물러나 돌아가는 상황을 걱정 없이 지켜보는 그런 사장일 경우에나 좋을 것이다. 이런 경우가 아니고 혼자 모든 것을 해야 하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자영업자가 카페 사장이라는 이유로 마냥 속없이 좋을 수만은 없을 것이다.

다른 사업장도 그렇겠지만 카페를 운영해보니 숨만 쉬어도 나가는 고정비가 생각보다 컸다. 손님이 있든 없든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손님을 위해 쾌적한 환경을 유지해야 하므로 냉난방기를 끊임없이 가동해야 한다. 또 다 팔릴지 않아 재고가 될지도 모르지만 손님들이 언제 어떤 것을 찾을지 모르니 디저트류를 항시 구비해야 한다. 이밖에도 지출은 어디에나 있었지만 가장 큰 지출은 매달 나가는 월세이다. 한 달을 정리할 때 가장 큰 지출인 월세를 보고 있자면 가끔은 속이 갑갑해질 때도 있었다. 처음 하는 장사에 제대로 알지 못해 비싼 가격에 이 자리에 입점한 내 탓이 제일 커서 누구 탓을 할 수도 없었다. 어쨌든 월세는 매달 내야 하므로 그러지 않으려 해도 자꾸 매출에 연연하게 되어 나도 모르게 나를 다그치는 날들도 있었다.


좋아하는 일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의 금액, 즉 월세와 고정비를 낼 돈 정도는 매달 벌어야 하기에 이 일을 매출과 연관 짓지 않는 게 너무 힘들었다. 내가 원해서,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생각지 못한 변수에 한동안 울적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 년의 시간 동안 나를 매일 카페로 나가 자리를 지키게 한 원동력의  일등은 바로 손님들이다. 내가 좋아하고, 할 수 있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할 수 있게 만들어준 고마운 사람들. 이상과 현실의 높은 차이에도 좌절감보다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게 잊지 않고 카페를 찾아준 사람들. 그래서 매 글마다 손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빠지지 않는 듯하다.

하지만 나도 사람이기에 모든 손님이 다 좋을 수만은 없었다. 소위 말하는 진상이라고 불리는 사람들, 시간이 이만큼이나 지났음에도 아직도 뇌리에 박힌 사람들이 있다. 다음에는 많이 들었던 두 번째 말 '진상 없어요?'에 대해서 써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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