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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림 Jul 23. 2020

안에서 보는 비


친구들과 약속을 잡고 나면 습관적으로 하는 일은 어플을 켜 약속 날의 날씨를 미리 확인한다. 비 오는 날을 어지간히 싫어하기 때문에 밖으로 나갈 약속이 생길 때면 꼭 날씨를 확인한다. 비가 온다고 약속을 미루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비 오는 날 나가면 지하철에서 우산으로 부대낌도 싫고 특히나 비 오는 날 신을만한 마땅한 신발도 없고 나가면 무조건 젖는 옷과 신발의 축축한 느낌이 너무 싫다.

이렇게 나는 비 오는 날을 싫어한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처럼 안에서 보는 비, 내가 나가지 않을 때 내리는 비는 너무 좋다는 걸 오늘 새삼 깨달았다.


아침부터 운동을 다녀오는 길에 상호대차를 신청해둔 책이 도착한 도서관에 들러 책을 찾아들고 집으로 돌아와 밥을 먹었다. 그리고 수건 빨래를 한대 모아 세탁하고 건조기를 돌리는 사이 아침보다 점점 빗줄기가 굵어지고 하늘은 더 어둑어둑 해졌다.

이런 날씨에 어울리는 음악을 작게 틀고 그다음으로는 자연스레 좋아하는 향을 피운 후 읽다 만 책을 천천히 읽어나갔다. 빗소리와 음악소리가 잔잔하게 뒤섞여 집중이 더 잘되어 남은 페이지를 몽땅 끝낼 수 있었다.


정말 특별한 것 없는 이 소소한 오늘의 순간들이 왜 이렇게 소중하고 벅차게 느껴졌는지 그 순간을 꼭 기록해두고 싶었다. 

좋아하는 작가님의 책이라 아껴읽으려했지만 분위기를 타 끝을 낸 책 또한 매우 좋았으며, 시간이 흘러도 약해지지 않는 빗줄기가 마음에 쏙 든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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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든 피해가 없는 선에서 넘치지 않게 조금 더 내리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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