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내가 원하는 모습의 마음은 아닐지라도,

마음도 나와 같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중입니다.; 두두의 마음 편지

by 아는 정신과 의사



두두의 마음 편지가 있다는 걸 알고 한 번 써볼까, 그러면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하다 오늘에야 글을 씁니다. 제 댓글이 선정되지 않더라도 쓰면서 제 마음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리라 생각해요.

저의 고민은 이 지점입니다. 마음과 생각의 분리 혹은 괴리가 문제 같아요. 전 저의 진짜 속마음을 느끼기도, 표현하기도 어렵습니다. 정확히는 사랑 받고, 관심 받고 싶은 모습을 드러내기 어려워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제 댓글을 선정해주세요. 제 마음이 힘들어서, 두두님 이야기를 통해 나아지고 싶어요.’인데 그렇게 내 마음을 드러냈다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받을 상처가 무서워서 ‘다른 거라도 얻는 게 있겠지.’라고 처음부터 벽을 친다고나 할까요? 이런 심리가 깔려있다보니 생각이 많아지고 결국 정말 내가 원하는 대로 느끼지도, 행동하지도 못하는 사람이 되어가요.

분명 처음에 드는 감정이 있는데 그걸 어떻게 해야 하나 몰라 감정을 분석하고 그 감정의 이유를 찾느라 머리를 써요. 감정을 다루는 법에 대해 글도 읽고, 괜찮다고 나를 달래보기도 하는데 어느 순간 다시 그 자리에 와 있는 저를 보면 무력해집니다.

이런 저는 특히 이성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상처 받기 싫은 방어적 태도가 있으니 제 마음을 드러내기가 참 어려워요. 스스로는 나에게 생채기 하나 나는 게 싫어서 나를 꽁꽁 싸매고 있으면서, ‘나를 꺼내줘, 어서 내가 좋다고 얘기해줘.’라는 뉘앙스를 풍깁니다.

제가 더 좋아하는 상황에서도 그래요. 사랑 받고 싶은데, 이 사람이 나를 떠날 사람이 아니어야 그 사랑을 믿을 수 있겠다 싶은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머리가 아파요... 상대방의 마음을 시험하려는 건 아닌데, 결과적으로 내 불안과 방어적 태도로 그렇게 되어 갔고, 이성과 깊은 관계를 맺어보지 못했습니다.

조금 지나서 생각해보면 그런 제 모습이 다른 누군가에게서 보여졌다면, 나라도 그 사람 옆에서 피곤하겠다 싶어요. 저는 진작 멀리했을 것만 같은... 근데 그 피곤할 것 같은 사람이 저라서 힘들어요.

이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과 상처 받고 싶지 않은 마음, 이런 나라도 좋아했으면 하는 마음과 이런 내가 나부터 싫은 마음이 뒤섞여 이성 관계를 제대로 맺지 못합니다. 사실은 너무 외로운데, 사랑 받고 싶은데... 사랑 받은 기억이 크게 없어서인지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모르겠어요.

실은 어릴 때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빠른 나이에 제가 할 일을 혼자 해내야 했고, 어머니의 가출과 한 차례의 외도로 어린 시절 제 세계가 무너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 속에서 버텨내려고 안간힘을 쓰던 게 감정에 서툴고 약한 모습을 보이기 어려워하는, 서툰 어른이 된 배경 같아서 스스로가 안타까워요. 살아내는 방법으로 떼쓰지 않고 사랑을 보여달라고 투정부리지 않고, 조금 더 똑똑하게 열심히 공부하며 나를 증명하면서 살았거든요.

이렇게 지낸 것도 기특하고 대단하다고 스스로 칭찬도 해주고 자기 연민하지 않으려고,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다고도 되뇌이는데 이따금 이렇게 무너질 때면 힘이 빠져요. 앞으로도 그렇겠지, 어느 순간 또 이렇게 무너지겠지? 라는 생각이 들다가 아니라고 나를 또 다독였다가... 이 굴레를 벗어나고 싶은데, 과거는 과거라고 두고 지금을 살고 싶은데 참 어렵네요.

이럴 땐 어떤 마음을 가지면 좋을까요...?






두두의 마음 편지)


안녕하세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두형입니다. 답글에 앞서 글쓴이님께서 그간 많이 힘드셨겠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근차근 삶을 삼키고 소화해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다는 말씀을 먼저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내 마음 안에는 내가 좋아하는 면과 그렇지 못한 면이 함께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렇지 못한 면이 다른 사람의 마음과 견주어 보았을 때 평균적인 범위를 벗어난다거나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을 때, 우리는 그러한 마음을 문제, 병으로 간주하여 어떻게든 이를 해결하려 하거나, 이를 제거해야만 비로소 행복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곤 합니다. 지나치게 우울한 마음, 사람이 너무 두려운 마음, 이유 없이 갑자기 불안해지는 마음 등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사연자분의 경우에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실제로 원하는 것을 그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마음’ ‘내가 표현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내 마음을 먼저 알아주기를 기다리는 마음’ 이 이에 해당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유 없는 마음은 없고, 마음에 옳고 그름은 없습니다. 단지 마음은 지극히 간결한 원리로 행복을 찾고 과거의 아픔을 피하려 할 뿐입니다.

사연자분께서 어렴풋이 짐작하시는 대로, 아마도 사연자분께서는 어린 시절 (크든 작든) 타인에게 따스한 보살핌과 사랑을 원했으나 그것이 좌절되며 상처받았던 경험을 반복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러하면서 점차 따뜻한 사랑을 기대할 때 그것이 좌절의 아픔으로 돌아오며, 처음부터 타인에게 그러한 기대를 하지 않거나 그러한 마음이 굴뚝같더라도 먼저 드러내지 말자는 생각을 가지고 지내오셨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부분이 이상한 것 같다, 문제인 것 같다, 나는 정상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빨리 고쳐야하고, 그래야만 비로소 ‘정상적인 사람’ 이 되어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음을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서, 마음을 바라보는 또다른 시선을 보여드릴까 합니다. 그것은 바로, 내 마음이 왜 그렇게, 때로는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이유를 깊이 이해하고 되려 그러한 마음을 안아주는 시선입니다.

마음은, 나 자신이 그러하듯이 더 이상 힘들고 싶지 않았을 뿐입니다. 누군가가 나를 사랑해주기를 원해 그 마음을 표현했지만 기대했던 보살핌이 아니라 외려 차가움으로 돌아오는 경험 속에서 내 마음은 ‘이렇게 하면 나에게 상처가 돌아오는 구나. 더 이상 내가 원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면 안 되겠다.’ 라 마음먹었을 지도 모릅니다. 소중한 사람에 대한 신뢰와, 그에게 기대했던 따스함들이 무너지는 아픔 속에서 내 마음은 ‘타인에게 먼저 사랑을 받고 싶다는 기대를 하면 안 되겠다.’ 라는 다짐을 했을 지도 모릅니다.

저는 사연자분께서도 어렴풋이나마 그 마음의 근원을 짐작하고 계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은 나를 괴롭히기 위해 일부로 내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마음도, 나와 같이 ‘행복하고 싶다’ 는 지극히 당연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단지 그 방법으로 ‘아픔을 피해야 한다’ 는 생각이 지나치게 앞서면, 과거에 경험했던 상처와 비슷한 (하지만 같지 않은) 상황들을 모두 피하는 것이 마음에는 가장 중요한 일이 되고, 현실에 맞지 않거나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를 인도하기도 합니다.

마음은 우리와 같이 삶의 부분들을 세밀하게 구분하지 못합니다. 예전에 어머니가 나를 사랑해줬으면 했던 기대가 좌절될 때와 지금, 여기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사연자분의 머리는 이해하더라도 사연자분의 가슴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사연자분의 마음은 ‘사람에게 사랑을 기대하면 상처를 받는다.’ ‘사람에게 내가 바라는 것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면 아픔으로 돌아온다.’ 는 단순한 원리들이 행복해지는 길이라 굳게 믿고, 그대로 행하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모든 것들에 앞서서, 사연자분께서 스스로의 마음을 깊이 이해해 주시고 보듬어주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비록 다른 사람들은 몰라줄 지라도 스스로는 압니다. 그토록 힘든 시간들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열심히, 진지하게 내가 살아왔었는지. 그러한 아픔이 얼마나 힘들었었고, 그 시간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마음은 나와 함께 그 모든 시간들을 지나왔습니다.

‘그간 많이 힘들었지.’ ‘그때 그 상처가 얼마나 아팠는지도 잘 알고 있어.’ ‘그래서 네가 관계에서 그렇게 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해해.’

그리고,

‘우리가 그러한 시간들을 보내오며 지금의 나는 많이 달라졌어.’ ‘더 이상은 그때처럼 살아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 ‘예전에 마주했던 사람들, 그리고 나를 아프게 했던 이들과 지금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야.’ ‘그리고 나도, 많이 자랐어.’

‘네가 마음을 표현하고 사랑을 원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것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해해.’ ‘그만큼 힘들었었지?’

‘어쩌면, 이제는 괜찮을 지도 몰라.’


스스로가 자기 자신의 마음을 깊게 이해해 줄 때, 이는 어떠한 타인의 따뜻한 위로들보다도 큰 위안이 됩니다. 사연자분의 마음은 어떠한 문제, 병의 증상이라기보다는, 과거의 상처를 재현하지 않고픈 지극히 자연스러운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단지 그러한 마음이 실제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더 이상은 도움이 되지 않고 행복을 위하는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신다면,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이해해 주시고, 보듬어 주시며, 이제는 괜찮으니 또 다른 길로 나아가보자 조곤조곤 마음과 대화를 나눠 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사연자분의 내일이 상처받지 않기 위한 하루가 아닌, 원하시는 사랑을 향하는 시간들로 채워지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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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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