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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취업을 하지 못했습니다.

성인이 된 자녀를 바라보는 마음. 두두의 마음편지

by 아는 정신과 의사


두두님 제겐 26세 취준생 딸이 있어요.

취업도 못한 상태에 남친이 있늘때의 부모인 제 마음가짐을 잘 모르겠어요. 툭하면 외박을 하고..

젊은날 다양한 경험을 하면 좋겠는데 뭐라하면 알아서 할 나이라고 잔소리로만 여긴 딸 때문에 고민이 많네요. 가만히 두는것은 아닌것 같고. 말하고나니 잔소리고 걍 놔두자니 걱정이고. 어찌하면 좋을까요.





두두의 마음편지)​

안녕하세요. 정신과 의사 이두형입니다. 사연자분이 주신 마음이란 부모라면 당연히 가족에게 가질 만한 마음이자 생각들입니다. 그리고 부모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자녀의 삶에 유익해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사연자분의 마음에 십분 공감합니다.

그래서 더더욱 저는 사연자분의 생각이 얼마나 옳고 그른지의 관점이 아니라, 사연자분이 실제로 행하는 말이나 행동이 ‘현실 속에서’ 자녀분에게 어떻게 작용할지에 대해 고민을 해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요즘 사회에서 26세는 취업이 당연한 나이는 분명 아니고, 오히려 취업이 되었다고 하면 이르게 느끼는 나이라 할 것입니다. 연애도 비슷합니다. 연애는 취업과는 무관한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이며 성인이 된 자녀분께서 연애를 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부모된 입장으로 자녀를 바라볼 때 좋은 직장을 구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앞서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며, 취업이라는 중요한 과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연애를 즐기는 모습을 바라보시는 것이 불편할 수도 있겠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이 지점입니다. 자녀분이 괜찮은지, 그것을 바라보는 내 관점이 맞는지 그른지, 그런 질문에 대한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어떤 관점으로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우리의 판단은 달라지고, 그에 따르는 생각이나 감정도 달라집니다. 어떠한 기준과 관점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자녀분은 문제투성이 일 수도 있고, 혹은 아무런 문제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선 자녀분을 바라보시는 시선이 ‘반드시 그래야 한다’ 라는 당위와 ‘그랬으면 좋겠다’ 라는 바램이 혼재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내가 바라는 자녀의 모습을 ‘사람이라면 이 정도는 해야 한다’ ‘성인이라면 이 정도의 역할은 해야 한다’ 는 절대적인 원칙으로 생각하시는 것은 아닌지를 돌아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그리고 만약 자녀분을 다소 불편하고 문제있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계신다면, 그러한 관점에 따르는 느낌들을 자녀분도 그대로 느끼실 것입니다. 부모가 나를 고쳐야 할 문제투성이로 바라보고 있는지, 다소 불안하고 흔들리면서도 열심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존재로 존중하고 있는지를 단지 말뿐만 아니라 바라보는 눈빛, 어투, 오고 가는 표정과 감정 등을 통하여 나도 모르는 과정을 통해 전달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자녀도 타인이기 때문에 사연자분께서 자녀분이 어떻게 하루를 보내실지, 어떤 관계를 어떻게 이어 가실지에 대해 관여할 수는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자녀의 삶에 잘 개입할 수 있을까 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성인이 된 자녀의 삶에는 개입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먼저입니다.

개입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어떻게 관여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것은 애초에 답이 존재하지 않는 질문을 반복해서 마음에 던지는 것이기에 막막하며, 그 막막함은 더 큰 불안으로 이어지고, 이러한 불안으로 인해 또다시 자녀를 더 걱정하고 원망하게 되는 악순환을 불러옵니다.

그래서 저는 어떤 말이나 행동을 통해 자녀분을 바꾸려 하기보다 자녀분과 같은 사람 대 사람, 성인 대 성인으로 깊은 관계가 되도록 해 보시기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지금의 사연자분과 자녀분이 얼마나 친밀하신지, 따뜻한 관계이신지는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조심스레 화두를 드려 봅니다. 사연자분은 자녀분이 교제하시는 상대방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실까요? 자녀분께서 어떤 취업 준비를 어떻게 해 나가고 있고, 그 과정에서 어떤 고민과 좌절을 경험하고 있을까요? 연애는 취직이 마무리된 사람만이 즐길 수 있는 사치, 라는 관점으로 따님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만을 생각하고 계신 건 아니실까요?


혹시, 물론 부모로서 당연한 마음일 수도 있지만 자녀분이 아직 나의 지도와 보호를 필요로 하는,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대상으로 간주하고 계신 것은 아닌지를 떠올려 보시면 좋겠습니다. 만약 그러하다면 자녀분을 나와 같이 스스로의 삶을 결정할 수 있는 온전하고 동등한 인격임을 되새기며 그와 가까워지도록, 친해지도록 노력해 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그렇게 관계가 충분히 깊어진다면 사연자분의 마음도, 억지로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스며들 듯 전해질 것이란 기대를 해 보며 답변을 마칩니다. 모쪼록 두 분의 관계와 행복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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