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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는 정신과 의사 Jan 22. 2023

다 괜찮아질 거야 라 '거짓말하지 않기'

다 이룰 수 없는 삶을 살아가는 관점



[대구 수성구 범어동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시험, 면접, 소송, 가난과 같은 현실의 문제가 버거울 때 '기다리면 잘 될거야' '진심으로 바라면 원하는 대로 잘 이루어 질 거야' 야 스스로를 다독이는 경우가 많다. 간절히 바라고 노력하는 것 만으로 원하는 것들이 모두 이루어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인생이 그렇게 단순하고 명료하다면 정신건강의학과는 없어도 될 것이다.

그러나 삶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 면접의 합격 여부는 진심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사랑이 간절하다고 하여 상대가 반드시 그 마음을 알아주는 것은 아니다. 노력 만으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면, 세상일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만 진행된다면 억울함이란 감정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이 그렇고, 인생이 이루어진 원리가 그렇다.

내가 원하는 것은 타인도 원한다. 희소하기 때문에 추구하고 손에 넣기 어렵기 때문에 간절하다. 그로 인해 무엇을 바란다는 것은 그 자체로 그 무엇이 달성되기 어렵다는 속성을 내포한다. '하루 12시간을 열심히 일을 하고 월급은 100만원만 받고 싶어.' 라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그것은 당연히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는 이유는 이루기 어려워서이다. 쉽지 않기에 소중하다. 그렇기에 바램은 본질적으로 기대와 어긋날 가능성이 높다.







면담을 하면서 늘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입바른 위로' 를 지양하는 것이다. '무조건 잘 될 거에요.' 라는 말은 인생의 원리를 되새겨 본다면 무성의한 거짓말이다. '당신은 그 자체만으로 소중한 사람입니다.' '간절히 원하고 노력하기만 하신다면 모든 것이 잘 이루어질 것입니다.' 라는 류의 이야기들은 마음이 편안할 때 에세이 속 한 구절로 읽기는 좋으나, 삶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공허한 메시지로 들린다. 아름답지만 설득력이 부족하고, 실제의 삶의 원리와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억지로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말기를, 얄팍한 듣기 좋은 말로 '스스로의 마음을 속이지 말기를' 권하는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다. 우리는 때로는 어떻게 우리의 인생이 우리의 기대를 벗어날 수 있는지, 어떻게 나 자신이 때로는 미울 수 있는 지를 누구보다도 잘 안다. 억지 긍정과 위로는 '사실은 우리 인생이 그렇지 않잖아, 열심히만 한다고 해서 마음대로 되는건 아니잖아' 라는 역설적인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이루어 지면 좋겠다는 바램만으로 좌절은 성립하지 않는다.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고, 그렇지 못하다면 삶이 무너질 것이라는 오해가 절망으로 이어진다. 실패는 종말이라는 착각이다.


역으로 생각해보자. 당신의 삶이 이상대로, 바라는 대로만 구성되었던 시기는 얼마나 되는가. 아예 없었을 수도 있고, 설령 그런 시기가 있었다 한들 극히 드문 비중일 것이다. 예측대로, 기대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우리의 삶은 '망하지 않고' 그 이전부터도, 그 이후로도 무던히 이어져오고 있다.


아마도 당신이 살아오며 열 가지 일을 바랬을 때, 원하는 대로만 이루어지는 경우는 세 가지, 아니 한 두가지에 불과했을 것이다. 이는 당신이 잘 못 살았거나 미숙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러한 확률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보편적인 공식이다.


성공은 성실에 따라 반드시 주어져야 하는 자연스러운 결과가 아니다. 노력은 당연하거니와, 수많은 외적인 상황과 운 까지 가미되어야 겨우 주어지는 특별한 선물이다. 그것이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것이라면 우리가 그렇게까지 원하고 바랄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반대로 실패와 절망이야말로 달갑진 않지만, 좀 더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기대했던 일들이 기대를 벗어나는 상황은 '문제, 내 인생이 잘못되었다는 증거' 는 아니며, '결코 일어나면 안되는 두려운 일' 은 더욱 아니다. 물론 본능은 이 당연한 사실을 버거워하고 또 거부한다. 그래서 원하는대로 되지 않으면 잘못된 것이라 인식하는 오해를 내려놓기 위해서는 실패가 일상임을 받아들이는 용기가 필요하다. 모든 것이 마음대로 될 수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받아들이면 오히려 어찌할 수 있는 것들, 내게 최선인 하루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나는 현실의 어려움을 듣기 좋은 말로 애써 외면하는 대신 조금 다른 접근을 시도한다. 그것은 기대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얼마나 보편적이고 자연스러운 일인지를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집요하게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가장 작은 것들을 찾는 것이다.


반복되는 면접의 실패가 얼마나 절망적인지를 분석하는 하루 보다는 자소서 문구를 고민하거나, 갖추면 좋을 자격증 공부를 하는 한 시간이 더 의미가 있다. 관계의 어려움을 풀어가기 위해서는 어째서 내가 사랑받지 못할 사람인지를 연구하는 것 보다는, 고민되는 관계를 풀어갈 수 있는 진료나 상담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바쁜 일상에서 건강을 관리하기 힘든 이유를 찾기 보다는 출근 길 샤워 전, 퇴근 길 컴퓨터를 끄기 전 2분 씩 플랭크를 (지금 실제로 하고 있다.) 챙기는 것이 실효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아픔과 좌절을 애써 뭉개고 외면하는 대신 얼마나 일반적이며 보편적이고 또 자연스러운 일인지를 직면하는 용기를 내어보자. 그때부터 마음은 자연스럽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허락된 것들을 찾기 시작한다. 잘 되든 그렇지 않든 오늘의 우리에게는, 우리가 보내면 가장 좋을 오늘이 있다. 행복은 얼마나 좌절없이 많은 것들이 이루어지는지에 따라서가 아니라, 오늘 하루가 그 '나만의 오늘' 에 얼마나 가까운지에 따라 결정된다.









그래서 당신에게도 제안하고 싶다. '다 잘될 거야.', '열심히만 하면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질 거야.' 라며 듣기에만 좋은, 하지만 그리 공감이 되지 않는 억지 주문은 그만 내려 놓기를. 결과가 중요하지 않다는 거짓말도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 '왜 불행할 수 밖에 없는 지' 를 연구하는 것은 내려놓는 대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할 수 있는 것' 들을 집요하게 찾고 또 행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꾸준히 우리에게 최선인 하루를 이어가는 것이다.


당신의 마음 속 그것이 간절한 이유는 애초에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루어져야만 하고 그렇지 않으면 인생이 망가질 것이라 두려워했던 그것들은, 단지 이정표로 삼고 살아가면 좋을 것들일 뿐이다. 좌절은 종말이 아니라 일상이었다. 아프지만 그럴 수 있는 일들이 이어지는 그 하루하루들 그 자체가 우리의 삶이며, 이를 살아가는 우리는 잘 되든 그렇지 않든 단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이어갈 뿐이다.







늘 그래왔듯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모든 것을 허락하지는 않는 삶이 이어질 것이다.그렇게 묵묵히 이어지는 나와 당신의 삶을 응원한다. 모든 것이 이뤄지길 바란다는 허전한 기원을 대신하여, 오늘도 당신의 하루가 당신에게 최선인 하루와 가깝기를 기도해 본다. 그러다보면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무언가가 당신의 마음 그대로 이루어지는 순간도, 선물 처럼 주어질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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