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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지 못하는 복숭아, 싫어하는 수박

연애와 결혼

by 아는 정신과 의사

아내는 오이 알러지가 있다. 나도 다행히 오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오이 특유의 향은 수박의 향과 성분이 같다고 한다. 유전적으로 오이와 수박 모두를 싫어하는 성향도 존재한다고 한다.


아내는 수박 향도 좋아하지 않는다. 다행하지 않게도, 수박은 결혼 전 내가 제일 좋아하던 과일이었다.


첫 결혼기념일을 챙길 즈음부터 아내는 철이 되면 수박을 손질해 냉장고에 둔다.


아내는 복숭아를 좋아한다. 못 먹는 음식이 없는 내게 유일한 알러지원이 복숭아다.


물 많은 복숭아는 특별한 손질 없이 손으로 껍질을 벗기듯 까면 된다. 위생장갑을 끼고 복숭아를 까면 발진이 돋지 않는다.


여름이면 아내는 복숭아를, 나는 수박을 먹는 모습


익숙하다가, 낯설었다가, 다시 익숙한 정경



연애 땐 끊임없이 수박을 좋아하는 이를 찾았었다. 수박을 좋아하는 줄 알았던 이가 실은 복숭아를 좋아함을 깨닫고 어쩔 수 없다는 듯 돌아서는 연속이었다.


함께 산다는 건, 장갑을 끼고 먹지 못하는 복숭아 껍질을 까고, 싫어하는 수박을 손질해 냉장고 한켠을 채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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