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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조언, 잔소리로 인해 힘이 듭니다.

두두의 마음 편지

by 아는 정신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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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주부입니다. 명절이 되면 가족과의 만남이 설레일 법도 한데 저는 명절 전부터 마음이 답답하고 어쩔 때는 숨도 쉬어지지 않습니다.

어른들이 걱정어린 말로 건네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마음에 쌓이고 예의를 차려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어물쩡 넘어가고 나면 명절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이 우울하기만 합니다.

한창 수험생인 아이에게 건네는 대학에 대한 말들도 제가 적절히 중재해주지 못했다는 다는 미안함이 외려 책망으로 돌아가고, 그냥 넘겨버리라는 남편의 말도 속상하게만 느껴집니다.

마음이 꽉 막힌 듯 답답하고 우울한 마음은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제 자신만 탓하게 됩니다.




두두의 마음 편지)​

안녕하세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두형 입니다. 요즘은 많이 달라지고 있다곤 해도, 명절 때만 되면 남의 속도 모르는 조언들로 인한 갈등에 대해 기사가 쏟아집니다. 글쓴이님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이로 인해 남모를 속앓이를 하는 분들이 그 만큼 많다는 반증이기도 하겠습니다.

다양한 성품의 여러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듣고 싶은 말만을 듣는 것 역시 쉽지 않습니다. 또한 조언이란 본디 손윗사람으로 부터 건네지는 경우가 많으며 나의 부족한 부분을, 그 부분이 부족하지 않은 이로부터 지적받게 됩니다. 그리고 사람마다의 가치관이 모두 다르기에, 어느 정도 까지 타인의 삶에 관여해도 되는 지에 대해 생각하는 범위 역시 제각각 다릅니다. 명절에 듣는 조언은 애초부터 그 특성상 불편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입니다.

불편한 이야기의 좋은 점, 긍정적인 부분을 찾아 억지로 좋게 들으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좋은 뜻으로 하는 말이니 감사해야 한다, 예의를 잘 차려야 한다 라는 생각은 얼핏 좋은 생각처럼 느껴지지만, 어쩌면 나의 마음에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내 마음을 인정하고,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상대방이 나를 위하는 뜻으로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내 마음은 이로 인해 불편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힘든 마음이 들 때 애써 모른 척 하거나 웃으며 억지로 넘기기 보다는, 그 때 마다 ‘이 사람이 내 마음을 잘 모르고 불편한 조언을 하는 구나, 그래서 지금도 내 마음이 불편해 하고 있구나.’ 라고, 마치 친한 친구를 위로하듯 나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또 보듬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만약 여유가 되신다면, 그런 조언을 하는 이들의 마음도 한 번 헤아려 보시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은 다 제각각이라 타인의 마음에 알맞게 힘이 되는 말을 전하기란 참 어렵고,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에게라도 얼마든지 상처가 되는 말을 건네기 쉽습니다. 또한 듣는 입장에 비해서, 그러한 말을 건네는 사람들의 마음은 한없이 가벼워 그런 이야기를 건넸다는 사실 조차 이내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말은 이렇게 불편하긴 하지만, 우리 가족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겠지.’ 정도로 가볍게 넘기시면 어떨 지도 조심스레 말씀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자녀분에 대한 마음에 대해서는, 저 역시 부모 된 입장에서 글쓴이님의 마음이 십분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반대로 제가 자녀였을 때의 입장을 되돌려 보면, 그러한 불편한 이야기를 막아주지 못했다는 이유로 부모를 원망스러워하기 보다는 구태여 그러한 생각들로 인해 어머니가 속상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클 것입니다. 혹여 마음이 쓰이신다면, ‘혹시 그러한 이야기들로 인해 마음이 쓰이지는 않니’ 라 살펴 주시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불편한 마음은 불편한 마음만큼만, 그리고 그 이상의 기쁨과 평안이 가득한 명절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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