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게임 3편
난자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이토록 힘든 여정이 될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 200만 개의 난자들을 만나러 가는 건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운 게임일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나는 난관까지 헤엄쳐 가야 한다. 내게 남은 시간은 이제 딱 3일이다. 나와 같이 선택받은 자가 있다. 난소에서 나온 난자가 난자의 끝자락에 있다가 점점 자궁 쪽으로 흘러가 나를 만나러 올 것이다. 왜 이렇게 흘러가는진 나도 모르겠다.
단지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나도 모르게 그저 생각의 눈을 뜬 채로 오로지 앞을 향해 나아갈 뿐이다. 드디어 좁고 좁은 나팔관을 지나간다. 내 주위에 있던 녀석들도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사라져 버렸다. 수억 년 이상을 잠든 영혼이 또다시 쉼의 공허한 상태로 돌아갔겠지.
이제 단 하나의 난자를 만나기 위해 수정이라는 마지막 관문을 거쳐 가보려 한다. 아주 어둔은 공간에서도 나는 또다시 좌측의 문을 택했다. 무슨 이유인진 몰라도 몸이 한층 더 무거운 진 느낌이다. 내 진정 살아갈 이유가 하나둘씩 만들어지고 있는 듯하다. 정자가 사정되어 난관에 도착할 때까지 시간은 고작 두세 시간 남짓이다. 최대한 빨리 이곳에 도착해 난자 속에 들어가 더는 다른 누군가가 들어오지 못하게 표면에 두꺼운 막을 형성해야 한다. 난자의 생명력이 배란 후 하루 정도 밖엔 안되고 내가 살 수 있는 시간은 단 3일 정도이다.
난자가 나팔관에서 흡입될 때 쯔음으로 내가 그곳에 도착해 있어야 한다. 일단 나팔관 안에 난자가 들어오는 그 순간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리고 마침내 수정이 타오르지. 수정 이후 성장과 분열을 반복한다. 나팔관을 지나서 자궁 속에 자리를 잡아 착상을 하지. 이렇게 힘든 여정이 단 일주일에 일어난 결과다. 처음에는 똑같은 두 개의 세포로 분열하게 되지만 차츰 시간이 지남에 따라 4개, 8개, 16개로 세포분열을 반복하게 될 거다. 그리고 난 이제 사람의 형상을 만들기 시작할 거다.
태반과 탯줄을 엮어 양수와 양막 속에서 진화하게 될 거다. 이제, 난 세포분열을 마치고 자궁 안을 이리저리 맴돌다가 내막 표면에 서서히 안착하여 착상하게 될 것이다. 모체와 나는 이제 땔 수 없는 연결체이다. 이 힘든 과정을 거치기 위해 난 수십 개의 문을 선택하여 통과해야만 했다. 이 문의 의미가 무엇일지는 이제 이곳에서 성장하면서 알게 될 것이다. 부디 내 판단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