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볼이라고 하면, 우리가 갓난아기들을 만나면 만지작거리는 귀의 가장 아랫부분, 두툼하고 보드라운 살을 떠올리게 된다. 그 귓볼에서 귓구멍으로 이어지는 어디 즈음에, 물렁뼈처럼 튀어나온 곳이 있는데, 나이가 들고 나서부터 이곳에 털이 나기 시작한다.
어느 날 귀를 만지다가 작은 털들이 느껴지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그것이 한두 개가 아닌 네다섯 개가, 그것도 양쪽 귀에 다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존재를 알기 전까진 아무렇지 않았는데, 그것이 내 귀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부터 뭔가 찜찜해졌다. 누가 보면 지저분하다고 할까 봐 신경 쓰는 외부적 요인 때문이기보단, 그냥 ‘그것이 그 위치에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싫었다.
왜 다들 이런 거 하나쯤 있지 않은가? 대부분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나에게는 큰 의미를 갖는 어떤 존재나 행동 말이다. 나도 그런 것들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최근 내 모든 관심을 잡아먹은 것이 바로 귓볼 위쪽에 난 짧은 털들이다.
그래서 이것들을 제거하기로 결심했다. 워낙 짧은 털이기도 하고, 곡면에 위치한 털이기에 면도기 같은 도구의 힘을 빌릴 수 없다. 가위로 자를 만한 길이도 되지 않는다. 설사 길이가 된다 해도, 혼자 사는 내가 이걸 직접 보고 잘라내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고안해낸 방법은, 손톱으로 잡아 뽑는 것이다.
이건 굉장히 섬세하고도 미세한 작업이다. 엄지와 검지 손톱으로 끊임없이 털을 찾고, 한 번에 힘을 줘 뽑는 방식이다. 첫째, 잡는 것 자체가 힘들고, 잡는다 해도 워낙 짧아서 놓치기 일쑤다. 한 번 놓치게 되면, 이미 손톱에 한 차례 눌려 웨이브가 생기기 때문에 다음 번엔 더더욱 잡기 어려워진다.
지속적인 시도 끝에 몇 가지 팁을 발견했다. 손톱을 자른 후에 성공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길면 잘 될 것 같지만, 손톱이 길어지면 각도를 만들기 어렵고, 잡아도 손톱끼리 밀착이 잘 안 돼 자꾸 놓친다. 반면 자른 손톱은 단면이 살짝 거칠어지면서 훨씬 강하게 털을 붙잡고 뽑을 수 있다. 덕분에 귓볼에 털이 느껴지면, “아 손톱 깎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평소 손톱을 자주 깎지 않는 나에게는 의외의 넛지가 된 셈이다.
가장 기분이 좋은 날은, 양쪽 귓볼의 모든 털을 완벽하게 제거한 날이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최근에 손톱도 잘랐고, 모든 털들이 한 번에 처리되어,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이 말끔한 귓볼이 완성됐다. 이 털들을 뽑아온 지 5년이 넘었기에, 얼마나 빠르게 자라는지도 잘 알고 있다. 갓 나온 털은 워낙 짧아서 난이도가 훨씬 높다. 그렇기에 한 번에 전부 제거하는 건 흔한 기회가 아니다. 하지만 나는 해냈고, 말끔해진 귓볼을 어루만진 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이 행동 뒤에는 반드시 따로 따라오는 ‘의식’이 있다. 바로 뽑은 털들을 하얀 종이 위에 전시하는 것이다. 얼마나 짧고 볼품없는 털들인지, 그런 걸 전시해두고 나 자신을 칭찬하는 시간이다. 아무것도 내 뜻대로 되지 않는 하루에, 귓볼의 털을 모두 치워버렸다는 것만으로도 나 자신을 충분히 치켜세울 수 있다.
안다,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하지만 솔직해지자. 우리 모두 이런 거 하나쯤 있지 않은가? 당신이 당황스러운 건 이 이야기 자체가 아니라, 나의 솔직함에 있다고 내기할 수 있다. 아마 내가 이길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