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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알고 창업하는 경우는 없다.

카페를 설계하는 디렉터 JOHN의 창업현장노트

by Director John

내 일 중심엔 카페가 있다.

어쩌면 카페는 내게 무대일지도 모른다. 난 카페에서 커피를 만들기도 하고, 카페를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 최근엔 그 무대를 조금 넓혀보기도 했다. 카페에서 식음료 전반으로... 힘들어도 재밌다.

이 모든 일의 시작은 내가 커피를 만나면서부터였다.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땐 멋진 카페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시간이 흐른 뒤 지금은 잘 되는 카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생각해보면 멋진 카페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을 때가 더 쉬웠던 것 같다. 제법 긴 이야기가 될 수 있는데... 창업자의 80-90%는 처음 창업하는 사람들이다. 처음 창업하는 사람들이란, 창업 무경험자를 뜻 한다. 무경험 창업자의 경우 딱! 한 가지 불리한 점이 있다. 무경험으로 인한 판단 실수...)

어릴 적 난 징그럽게 부모님 말을 잘 듣지 않았다.

아니, 어른들 말이라면 전부 무시했다. 어떠한 계기가 있었겠지만, 그 당시 어른들은 내게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난 어른들 말 보단 내 경험을 더 믿었다. 다치더라도 뛰어내려 보았고, 실패가 뻔해도 도전하려 했다. 과정과 결과만 믿었기 때문이다. 난 마치 요즘 창업자 같았다.

물론 무경험 창업자들이 누군가의 말을 무시한다는 뜻은 아니다. 단지, 아직 경험하지 않은 세계이기 때문에 그 어느 누구의 말보다 자신을 믿게 되고, 자신을 믿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나름 전문가로서 내 고객인 창업자를 설득하는 게 가장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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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난 한 달에 10명 정도 창업자를 만난다. 그것도 카페 창업자만...

과거보다 점점 줄고 있다. 5년 전만 하더라도 한 달에 10명이 아니라 100명 넘게 만났으니...

어쨌든 그 10명 중 9명 정도? 90%는 무경험자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창업뿐 아니라 카페 관련 분야 자체에 무경험자가 과반수를 넘는다. 물론 나머지 1명 정도 되는 유경험자는 창업을 알까? 그렇지도 않다.

물론 이 일을 하고 있는 나도 창업을 다 안다고 할 순 없다...

창업은 그 자체로 알 수 없는 세계다.

내가 창업을 다 알기 때문에 이 일을 할 수 있게 아니고, 적어도 상대적인 경험이 많고, 상대적으로 이 일을 잘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알 수 없는 창업 세계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배우고, 연구하고, 경험하고 있다.


교보문고에 가면 창업에 관련된 서적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전부를 봤다고 할 순 없지만, 난 제법 많은 양의 책을 읽었다고 자신한다. 자랑하고자 함은 아닌데, 한 때 난 교보문고에서 진짜 책 FLEX 하는 삶을 살았다. 결과적으로 쓸데없었던 책, 정말 도움이 됐던 책 등 내게 도움이 될 것 같은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은 다 읽었다. 뭔가 답이라는 걸 찾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관련 서적을 봐도 그 답은 찾을 수 없었다. 당연했다.

그래서 내 결론은... 창업에 답은 없다는 걸로...


창업은 자기 확신이라 생각한다.

다르게 표현하면 어떠한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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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세계를 들여다보면 다양한 방식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많다.

끈기가 주 테마인 사람도 있고, 행운이 주 테마인 사람도 있고, 자본이 주 테마인 사람도 있다. 그 성공한 사람들의 테마를 따라 한다고 또 내가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역효과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결국 나만의 어떠한 믿을 찾아야 한다.


무경험 창업자가 조금 더 안전하게 창업을 하는 방법이 있을까?

창업과 안전 그리고 보장?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그래도 우리는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기를 희망한다. 불안하니깐...

난 창업자가 조금 더 안전하게 창업을 하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고 주로 설명한다.

1. 프랜차이즈 창업

2. 전문가 컨설팅

3. 철저한 준비

이미 알고 있는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이 세 가지 중 한 가지를 제대로 결정을 하는 창업자는 극히 드물다.


첫 번째 프랜차이즈 조건은 본사와의 관계 때문에 주저한다.

괜찮은 프랜차이즈로 시작해 점차 창업시장에 적응해 나가는 창업자 케이스는 은근히 많다. 여기서 중요한 건 자신에게 잘 맞고, 시장에서 가능성이 있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잘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괜찮을 프랜차이즈 브랜드일수록 고비용이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두 번째 전문가 컨설팅 조건은 컨설팅 비용을 아까워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프랜차이즈 창업보다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고 전체적인 그림에서 살펴보면 좋은 조건이다. 매장 자체 완성도와 개성은 프랜차이즈보다 높은 경우가 많다. 다만, 케이스마다 결과가 다르다는 게... 즉, 보장성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철저한 준비는 사실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무경험 창업자에겐 쓸모없는 선택지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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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창업이나 전문가 컨설팅을 통해 창업하는 게 무경험 창업자들에겐 좋은 선택지인데 이 또한 좋은 선택지인지 모르기 때문에 대부분 셀프 창업을 하게 된다. 점포를 알아보고, 인테리어를 하고, 장비를 구입해 설치하고... 그렇게 카페를 오픈한다. 창업을 한번 해본 사람은 절대 셀프 창업을 안 하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설득을 하고 알려줘도 두려움이 많은 창업자는 오로지 자신만을 믿고 셀프창업을 하게 된다.

내게는 이렇게 느껴진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아마존 정글을 그것도 맨손으로 가는 것과 같다고...

여행을 마치고 살아 돌아오면 기적이고, 소식조차 알 수 없게 되면 당연한 것이다.

창업으로 떠나는 길이 그렇다.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왜, 창업하느냐에 대한 답을 스스로 어떻게 정의했냐라고 생각한다.

* 백종원 창업 이유

적어도 내가 읽은 책들 중 창업에 성공한 사람들은 그 동기가 남달랐던 것 같다. 그냥 단순히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으니까 창업을 하고, 현재 자신의 상태에 대한 적당한 대안을 찾다 보니 창업이 가장 나은 것 같고 등... 일반적으로 많이 선택하게 되는 창업에 대한 이유는 좋은 동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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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상담을 했는데, 무모한 창업자를 만난 적이 있다.

20대 후반의 예비 오너를 만나러 갔다. 카페 예정지는 건물 3층에 있었고, '3층에 카페라...'는 생각도 잠시 3층 카페 창에서 보여주는 밖 풍경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게다가 최근 계획된 신도시였기에 자기 동네 멋진 환경을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그렇게 카페 조건 중 장점들만 보며 내려올 때까지는 대화의 온도가 괜찮았다. 근처 카페로 이동해 좀 더 구체적인 대화를 나누게 됐는데, 이럴 수가...! 월 임대료 포함 기본적인 점포에 대한 고정비가 1,000만 원이 쉽게 넘어가는 것이었다. 다시 정리해보면 50평형 규모에 3층... 월 고정비가 1,000만 원선... 창업 베테랑도 고전할 수 있는 수치 아닐까? 난 그렇게 생각한다.

내 경우라면 절대 오픈 안 하는 조건이다.

그런데 이미 점포 계약은 했고, 함께 참석한 가족들 눈치를 보니 계약을 파기하고 싶진 않을 것 같았다. 물론 이해하는 부분이다. 늦었더라도 그래서 손해가 조금 있더라도 결정을 해버리면 되는데, 사실 무경험 창업자들에게 자신의 월급 이상의 비용을 포기하라고 하는 건 어려운 부분은 맞다.

이런 상황은 빈번하다. 대부분 이렇게 창업을 한다. 내가 어려웠던 부분은 베테랑도 어려운 조건에 오픈을 해야 하는데 전혀 준비가 안되어 있고, 그냥 오픈하면 잘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였다.


여기서 집중해야 될 부분은 난이도 상급이면 그에 맞게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규모 대비 위와 같은 임대 조건은 서울에서도 핫플레이스 상권에서 만날 수 있는 조건이다. 일단 핫플레이스 상권이면 그만큼 유동인구도 보장이 되기 때문에 기대를 해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방문한 위 장소는 핫플레이스 라 하기엔 좀... 인적이 드문 이제 막 형성되기 시작한 신도시 상권이다.

이런 경우 진짜 제대로 이 지역에서 독점할 생각으로 창업 전략을 세우지 않으면 결과는 뻔하다. 1년 조금 지나 문 닫을 수 있다. 난 지속적으로 예비 오너에게 전략을 새롭게 세우자고 계속 설득했다. 이 모든 건 그냥 오픈만 하면 되겠지...라는 무모한 생각이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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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 중 다 알고 창업하는 경우는 없다.

다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창업에서 중요한 건 스스로 확신하고 있는 믿음이다. 이 믿음은 종교적인 믿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당장 눈에 보이진 않지만 그 실체를 믿는 것처럼 자신의 창업도 그 결과가 당장 현실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결과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그런 일을 하고, 해내는 게 창업자고 오너라 본다. 나는 지금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고, 그 그림을 얼마나 믿는가!?


그래서 창업을 할 땐 기획에 절반 이상의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그렇게 실행을 하다 보면 많은 일들이 발생하면서 변화를 겪게 되고, 또 거기에 노력의 대가로 행운이 더해지면 성공에 가까워지게 된다고 믿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모든 것을 다 알고 창업하는 경우는 없다. 그래서 일단 역으로 생각하자.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그걸 당연하다 생각하자.

하나씩 알아가면 되는데, 사람에 따라서 독학이 가능한 경우가 있고 어려운 경우가 있다. 후자의 경우 위에서 말한 세 가지 방법 중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방법을 선택해서 배워가는 게 좋다. 난 창업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많이 한다. 지금 창업하면 얼마나 운영할 생각하고 계세요?

아주 당연한 답, 즉 계속이라는 당연한 답이 나와야 하는데 은근히 당장 완벽한 결과를 만들어내고 싶은 경우가 많다. 과연 첫 창업에 배가 부를까? 난 절대 아니라고 본다. 첫 창업에 제법 괜찮은 상태를 만들었다면 그야말로 행운이다.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고, 그게 당연하다는 생각을 먼저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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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러쿵저러쿵 주저리 글을 써보긴 했는데, 역시 글은 어렵다.

마음 한가득 전달하고 싶은 바가 많은데, 담아내는 게 정말 어렵네...

암튼 이번 노트의 결론은...

너무 두려워 말고, 부족함을 당연하다 생각하고...

오히려 자신이 그리는 그림을 더욱 선명하고 구체적으로 그리는데 집중하고...

실행에 있어서는... 스스로 자신이 없다면 전문가 도움을 받아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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