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를 설계하는 디렉터 JOHN의 창업현장노트
핫플레이스는 사전적인 의미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인기 있는 곳이다.
내가 처음 핫플레이스를 경험했던 때는 과거 이태원 경리단길이 가장 뜨거울 때였다. 이태원 클라쓰가 방영되기도 한참 전이다. 당시 서울 대표적인 핫플레이스는 경리단길이었다. 신사동 가로수길도 그전부터 유명하긴 했지만 뭔가… 어떤 이들만의 리그 같았고, 이태원 경리단길이야 말로 ‘힙함’ 그 자체였다. 이전에는 뭐... 이 정도 특별한 핫플레이스는 없었던 것 같다. (강남역, 명동, 압구정... 등은 그냥 핫플레이스라기 보단 번화가였을 뿐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초창기 핫플레이스라는 단어는 주로 거리를 지칭했다. 가로수길, 경리단길 등.
OOO길이 핫플레이스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다 보니 이후 핫플레이스가 되고 싶은 곳에서는 OOO길을 붙여 사용하기 시작했다. 샤로수길, 송리단길, 망리단길, 봉리단길 등...
심지어 서울이 아닌 다른 지방에서도 OO단길이라는 별칭이 붙은 거리가 만들어지기까지 했다.
그러다 어느 날부턴 단독 매장도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곳이면 핫플레이스 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이젠 매장 하나를 오픈하면 너도 나도 기본적으로 핫플레이스를 만들고 싶어 한다.
핫플레이스가 창업의 목표? 과연 괜찮을까?
우리가 알고 있는 핫플레이스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핫플레이스인지 쉽게 판단할 수 있는 특징은 SNS상에서 핫(Hot)하다는 것이다. 인증숏.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그 매장을 방문했다는 증거를 자신의 계정에 사진으로 남기기 시작했다. 이젠 과거와 달리 해시태그로 검색했을 때 많은 인증숏이 발견되는 곳이 핫플레이스다. 이런 인증숏은 인테리어 디자인 프로세스에도 영향을 줬다. 인증숏 때문에 포토존이 필수 인테리어 계획에 포함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식음료 매장을 오픈하는 오너 중 인증숏을 위한 포토존 설계를 요청하지 않는 경우는 없다.
그리고 핫플레이스는 줄 서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특징이다. 웨이팅... 심각한 경우엔 3개월째 예약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
내 경험담이기도 하다. 과거 한참 스타 셰프 열풍이었을 때 이연복 셰프의 요리를 먹기 위해 몇 개월을 기다려야 했고, 지금은 내가 처음 창업했을 때부터 좋아했던 고든 램지의 햄버거가 그렇다. 지금은 핫플레이스의 그런 특징을 충분히 이해하기 때문에 그냥 어느 정도 포기하고 있지만 과거엔 중화요리 하나 먹는데 몇 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라 다가온 적도 있었다.
결국 사람들은 기대하고 있는 무언가를 먹으러 이렇게 줄을 서있고, 먹은 사람들은 너도나도 인증숏을 SNS에 올리고 있다.
아마 이런 결과 때문에 핫플레이스가 되길 기대할 것이다.
그런데 꼭 핫플레이스를 만들어야 할까?
나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핫플레이스처럼 만들어 놨다고 핫플레이스 라 할 수 있을까?
실제로 핫플레이스가 보여주는 특징들을 모아서 적용시켰지만, 핫플레이스가 되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나는 핫플레이스가 보여주는 특징을 하나의 핫플레이스 패키지라 표현한다.
이 핫플레이스 패키지를 우리는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과연 핫플레이스라는 타이틀은 성장의 결과일까? 아니면 핫플레이스처럼 만들었기 때문에 핫플레이스가 될 수 있는 것일까? (조금... 어렵나?) 그럼, 쉽게 말해 핫플레이스 옷을 입혀 놓은 다고 진짜 핫플레이스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많은 창업자가 오해하는 부분이다. 핫플레이스는 작업하면 만들어진다? 그럴까?
물론 작업을 통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사람들을 끌어 모을 순 있다. 그것도 단기간에.
예를 들어 한 카페를 오픈하고, 유명 연예인이 홍보를 해주고, 많은 SNS 인플루언서들이 방문해주고... 여기저기 채널에서 노출을 시켜주면 당연히 사람들이 많이 모일 수밖에 없다. 너무나도 당연한 마케팅 결과다. 그런데! 과연 이렇게까지 해볼 수 있는 창업자가 몇이나 될까? 그리고 알맹이 없는 작업으로 만들어진 결과가 얼마나 지속성이 있을까?
나는 없다고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핫플레이스는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게 좋다. 위와 같은 방식은 기업 브랜드 단기 이벤트 홍보 등에 어울린다.
그럼 여기서 우리는 냉정하게 생각해볼 수 있다. 위에서 말한 방식이 단기간에 매장을 띄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맞다면, 과연 그에 못 미치는 방식은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을까? 내 경험상 일반적인 창업자는 위와 같은 방식에 조금 못 미치는 정도가 아닌 거의 20%에도 못 미치는 방식으로 핫플레이스 만들기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즉, 효과가 전혀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사실 어쩔 수 없다. 실력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가장 확실한 방법은 상상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자!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창업을 하면서 절대 핫플레이스 패키지에 몰입하지 마라고 하고 싶다. 그럴 필요 없다.
창업자가 올인해줘야 하는 부분은 핫플레이스 패키지가 아니라 창업 그 자체다.
(WHAT???) 진짜다. 흉내가 아니라 겉치레가 아니라, 상투적인 형식 갖추기가 아니라.
아이템에 올인해야 하고, 상권에 올인해야 하고, 메뉴에 올인해야 하고, 서비스에 올인해야 하고, 전략에 올인해야 한다.
포토존이 없으면 좀 어때, 훌륭한 맛집이 되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스스로 포토존을 만들어서 인증숏을 SNS에 올릴 것이다. 실제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사람들은 어떻게든 인증숏을 만들어내서 올리고, 그게 유행이 된다. SNS 홍보는 필수라지만, 그 또한 좀 없으면 어때, 일단 상권 내 주 소비자들부터 만족시키면 그 소비자들이 알아서 홍보해 줄 것이다. 실제다. 과거 강력한 입소문처럼 처음 방문한 사람들은 SNS에 소문을 내기 시작할 것이다. 사실 체험단의 홍보보다 찐 소비자들의 홍보가 훨씬 강력하다. 그리고… 블로거의 소개글 보다 믿을 만한 지인의 한마다가 여전히 더 강력하다.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인테리어 스타일이 아니면 좀 어때, 따뜻한 분위기에 깔끔하고 쾌적한 공간이면 방문한 사람들에겐 전혀 문제 될 게 없을 것이다. 심지어 곧 쓰러질 것 같은 불편한 곳도 인정받는 곳이면 사람들은 열광한다.
즉, 우리는 효과도 없는 핫플레이스 패키지보다 핫플레이스를 피우기 위한 씨앗인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칼을 갈아야 한다.
집중…FOCUS… 라는 단어를 말하니 인물이 하나 떠올랐다.
복싱 챔피언 메이웨더다. 이 선수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무패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은 정말 어마 무지하게 대단한 것이긴 하다.
우연히 유튜브를 보다 본 영상인데, 이 챔피언이 말하는 챔피언으로 가는 길은 창업하는 우리가 꼭 참고할 만하다.
우리는 창업시장에 뛰어들 때 기본적으로 모든 게 부족한 상태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이것저것 전부를 신경 쓰기보다 딱! 한 가지에 집중해야 한다.
그렇게 에너지를 집중시킬 때 비로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위 영상을 보고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1. 배우며 매일매일 성장해라.
우리는 창업이 처음이기 때문에 모든 면에서 어리숙하고, 모든 것을 배워야 한다. 때론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도 왠지 잘 아는 것처럼 보이려고 노력하는데 결코 도움이 되질 않는다. 그럴 바에 하나씩 배우는 게 훨씬 낫다. 그럼 시간이 성장시켜줄 것이다. 모르는 게 당연하기 때문에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할 필요 없다. 배우면 된다.
2. 사람들의 비난을 들으며 최고가 되기 위해 이를 갈아라.
비난까지는 아니겠지만 아마 오픈하면 정말 다양한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할 것이다. 지인들의 훈수부터 가족들의 귀 따가운 조언… 그리고 손님들까지… 나도 처음엔 귀 따가웠고, 안 그래도 긴장되고 힘든 하루하루인데 그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 하나 없는 것 같아서 힘들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결국 내가 부족했기 때문에 들을 수밖에 없었던 말들이었다. 자세히 생각해보면 손님들의 말 중엔 그들의 바람도 있을 것이고, 아이디어도 있을지 모른다. 가족 지인들도 나를 위해 한 소리들이었을 것이다. 귀 따갑고 스트레스일 지라도 이를 갈고 개선시켜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최고의 매장이 되어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업데이트다.
3. 전략 없이 전투에 임하면 필패다.
전략 없이 창업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 아마도 전략을 모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 꼼수가 아닌 전략이 필요하다. 창업 전 그리고 창업 후에도 우리는 많은 책들과 잡지, 매체 등을 통해 성공한 다른 브랜드들 다른 오너들의 전략을 수집하는 게 좋다. 나만의 전략 노트는 큰 보탬이 된다. 물론 모든 전략이 나에게 잘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시도를 하다 보면 결국 나만의 전략이 만들어지게 되어 있다.
4. 목표 없이 링 위에 올라서면 평범한 복서가 되고 만다.
우리는 단순히 매장 문을 여는 게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어떠한 비전이란 게 있어야 한다.
5. 전념하라.
핫플레이스 패키지 같은 형식 갖추기 식에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것이 아니라 내 매장과 내 브랜드에 전념해야 한다.
6. 위대함을 좇아라. 그럼 어느새 훌륭한 복서가 된다.
우리에게 위대한 브랜드는 무엇일까?
7. 호랑이는 토끼를 사냥할 때도 최선을 다한다.
모... 어떤 의미인지 알겠지만... 암튼 중요한 말이다.
8. 내가 최고라고 믿어라.
9. 나를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가장 큰 재산이다.
10. 언제나 플랜 B를 챙겨라.
유튜브 속 내용 전부가 창업에 필요한 것 같진 않지만, 중요한 말임에는 틀림없다.
나는 어릴 적 아버지 서재에서 빌려본 책들 덕분에 성공한 누군가로부터 영향을 받는 것을 습관적으로 좋아하게 됐다. 그래서 위와 같은 말들을 좋아한다. 그렇다고 지금 내가 성공해 있는 것도 아니고, 매우 잘하고 있다는 뜻도 아니다. 단지 창업이나 사업에 있어서 성공한 누군가들의 전략을 참고하는 것은 전부 내 것이 아닐 순 있어도 큰 도움이 되는 것들이니 추천을 하고 싶다. 매우.
그래서 이번 노트의 결론은 이렇다.
핫플레이스를 만들기 위해 절대 노력하지 마라고 하고 싶다.
차라리 그 시간에 자신의 브랜드를 더욱 단단하게 다듬는 게, 조각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싶다.
That's 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