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를 설계하는 디렉터 JOHN의 창업현장노트
창업을 결심하고 나면 준비를 위해 이곳저곳을 다니게 된다.
카페를 창업한다면 가장 먼저 여러 카페들을 찾아다닐 테고, 박람회 같은 곳도 많이 가보게 된다. 요즘은 카페 관련 박람회도 과거보다 많이 발전해서 시장 동향도 살펴볼 수 있고,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좋다. (물론 이제 막! 창업 준비를 시작한 오너들은 모든 게 생소해서 처음엔 그냥 경험 정도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그리고는 교육기관 등을 찾아가서 상담을 받아보기도 한다. 이렇게 한 바퀴를 돌고 난 뒤 창업자는 과연 창업에 관한 생각이 정리가 됐을까?
아니다. 내가 만난 거의 대부분의 창업자는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하는 경우가 많았다.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와 버린 것이다. 아직은 기준이 세워지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정보는 오히려 창업자의 방향감각을 오히려 더 흔들어 놓는다.
난 이제 막 창업을 결심한 창업자들에게 창업을 준비하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약간의 Tip 같이...
현실적으로
업계 경험이 있는 종사자가 창업을 하는 경우와 전혀 관계없던 사람이 창업을 하는 경우는 출발점 자체가 확실히 다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오랜 경험이 있는 셰프가 오너 셰프로써 자기 업장을 오픈하는 경우엔 그 과정이 굉장히 현실적이고 실무적이다. 이런 경우 내가 프로젝트를 맡으면 굉장히 진행 속도가 빠르다. 이미 업계 경험이 충분하기 때문에 바탕적인 설명이 필요 없고, 바로 실무에 침투해 아이디어들을 발전시켜 나가게 된다. 반면 처음 업계에 뛰어드는 창업자의 경우 바탕에서부터 설계를 해줘야 한다. 그래서 가끔은 그분들에겐 차라리 프랜차이즈를 오픈하라고 권유하기도 한다. (실제로 프랜차이즈 모델 창업이 훨씬 잘 맞는 경우가 많다.) 물론 꼭! 업계 경험의 유무가 결과적으로 성공을 좌우하는 건 아니다. 다만 시작에 있어서 출발점이 다르다 보니 유경험자 창업자들이 확률이 높을 뿐이다.
창업할 때 1순위로 찾아가야 하는 곳!
대부분 가장 먼저 요즘 핫한 곳부터 찾아간다.
왜 그럴까? 당연히... 핫하니까... 그런데 가서 무엇을 얻었을까?
포토존은 꼭 있어야 한다.
시그니쳐 메뉴는 꼭 있어야 한다.
나도 콩자갈을 깔아야겠다.
블루투스 스피커를 놓아야겠다. 등등.
과연... 이렇게 얻은 것들이 내 창업에 도움이 될까?
난 강력하게 아니라고 주장하는 쪽이다. 무엇보다 핫한 곳 중 작년에도 핫했던 곳은 거의 없고, 이 핫한 곳이 내년에도 여전히 운영하고 있을 거라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핫한 곳을 찾아다니기보단 유명하고, 오래된 곳, 명소를 찾아가 보라고 권한다.
상권에서 유명하고, 오래된 명소들은 그 만한 이유가 있다. 우리는 그 이유를 발견하러 가는 것이다.
어떤 곳은 오너 자체가 유명하기도 하고,
어떤 곳은 메뉴가 맛으로 유명하기도 하고,
어떤 곳은 최초였기도 하고,
그곳들 마다 명소가 된 이유를 간직하고 있다.
이런 이유들이 꼭 나에게 들어맞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이유들을 발견해 가는 과정에서 분명 깨달음이 온다. 명소들의 공통적인 성공 이유들이 정리되면서 그중 자신과 잘 맞는 방향성이 정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이 방법은 내가 지금도 꼭 써먹는 방법이다.
난 어떤 프로젝트를 만나면 그 메뉴를 파는 성공한 매장들을 꼭 가장 먼저 방문을 해서 성공한 이유들을 모으는 습관이 있다. 실제로 모든 사람들이 다 알정도로 유명했던 곳보다 전혀 들어보지도 못했던 곳이 한 곳에서 오랜 시간 운영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명소들을 찾아다니며 성공한 이유들을 찾는 것은 처음부터 잘 되진 않는다. 어느 정도 업계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바탕이 어느 정도는 깔려 있어야 성공한 이유들도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난 박람회 방문도 권장한다.
카페&베이커리 페어 / 커피엑스포 / 카페쇼 등 카페 관련 큰 박람회들은 1년에 여러 번 개최된다. 한 번만 가볼게 아니라 모두 가보는 게 좋다. 갈 때마다 보는 눈이 깊어지고 넓어진다.
박람회에 갔을 때 Tip!
박람회 가서 그냥 부스를 구경만 해서는 안된다. 박람회 가서 갖고 싶은 것들만 사 오면 안 된다.
박람회를 가면 부스마다 전문 업체들이 참관했을 텐데 본인이 생각하는 창업 모델에 관해 대화를 해보면 좋다.
'헉! 내 소중한 아이디어를 뺏기는 거 아닐까?'
간혹 이런 생각에 소극적으로 대화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절대 걱정 안 해도 된다.
진짜 엄청난 아이디어를 생각했을 수도 있는데, 사업은 초기 아이디어의 씨앗을 어떻게 잘 키워내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그리고 사실 우리가 처음 생각한 아이디어에 관심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러니 그냥 솔직하게 상담을 받아보는 게 좋다. 그렇게 업계 종사자들의 피드백을 듣고 있다 보면 많은 정보들을 들을 수 있고, 또 그 과정에서 갖고 있던 아이디어들이 발전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생각한 창업 아이디어를 두고 업계 관련 업체들의 피드백만 들어도 아이디어를 현실적으로 가다듬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이렇게 명소와 박람회를 찾아다니면서 아이디어를 어느 정도 정리했으면 이제야 비로소 요즘 가장 트렌디한 곳을 가보는 게 좋다. 아마 지금 정도엔 어느 정도 기준이 섰기 때문에... 트렌디한 곳을 가더라도 무작정 보고만 있는 게 아닌 어떤 기준을 두고 분석이라는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트렌디한 곳은 아무래도 요즘 소비자들이 어떤 요소에 반응을 하는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번외로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도 필수로 자주 가야 한다.
백화점 3사, 신세계 / 현대 / 롯데. 이곳들은 자주 가야 한다. 아무래도 백화점 MD 기획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보고 있으면 시장 동향을 좀 더 쉽게 볼 수 있다. 난 가끔 백화점에 입점 제안서를 넣어 본다. MD 기획하는 쪽으로부터 피드백을 받아보면서 내가 구상하고 있는 브랜드를 객관적으로 평가해보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베이커리 카페 브랜드 제안서를 넣어봤는데, '이제는 좀 베이커리 카페 식상하지 않을까요?'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내가 생각하는 가까운 앞날과 비슷한 의견이었다.
보통 백화점 MD 쪽에서 저런 말을 하면 향후 1년...? 정도 뒤엔 시장에서 반응이 오는 경우가 많았다. (개인 경험 담)
그다음은 내가 또 은근 추천하는 방법이다.
원데이 클래스의 활용! 우리나라는 플랫폼 시장이 참 발달되어 있다. 모든 걸 한 곳에 집합시켜 놓아서 사람들이 무언갈 시도하기 편하게 되어 있다. 그중 '원데이 클래스'.
그래서 난 창업자들에게 원데이 클래스로 경험해보는 것을 많이 추천한다. 커피도 만들어보고, 디저트도 한번 만들어보고, 빵도 한번 만들어보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다 보면 자신과 잘 맞는지도 경험해볼 수 있는데 전혀 경험이 없는 창업자에게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원데이 클래스'가 도움이 되는 건 그 클래스를 주관하는 전문가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에게 짧은 시간이지만 메뉴를 배우면서 창업에 관한 다양한 대화를 시도해 볼 수 있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인 것이다.
이는 나도 굉장히 자주 이용하는 방법이고 애정 하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많은 전문가들과 친분을 쌓았고 아직도 도움을 주고받는 분들이 많다.
이렇게,
명소를 찾아가 보면서
박람회도 다니고,
원데이 클래스를 통해 실제 경험을 하면서 전문가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분명! 자신의 창업 방향성이 잡히기 시작할 것이다.
물론 무엇보다 빠르고 정확한 건 전문가에게 매장 셋업을 의뢰하는 게 좋을 수 있지만... 아마 창업자의 대부분은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작부터 아주 차곡차곡 준비하는 게 좋다.
창업할 때 1순위로 찾아가야 하는 곳은 바로 오래된 명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