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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만에 억을 쓰는 사람들

카페를 설계하는 디렉터 JOHN의 창업현장노트

by Director John

나도 자극적인 제목을 한번 적어봤다.

그런데 현실 자체가 자극적이다. 실제로 사람들은 며칠 만에 억을 쓰려고 한다.

무슨 일이길래?


우리는 4,000만 원대 차량을 구매할 때 적어도 몇 개월 이상은... 고민한다. 전시장에 가서 몇 번을 시승해보기도 하고 온통 그 차 생각뿐이고, 동호회나 카페 같은데 가입해서 실제 차주들한테 현실적인 조언들을 들어보며 결정에 후회를 안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심지어 코트 한 벌을 살 때도 수십 번은 입어보고 고민한 뒤 구매하기도 한다. 나는 최근 카메라를 한대 장만했는데 제품을 결정하기까지 1년은 더 고민했던 것 같다. 결국 후회 없는 선택을 했고, 지금 아주 잘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만난 창업자 10명 중 8명은 3-7일 만에 몇 억을 쓰려고 한다. 창업 비용 중 특히 인테리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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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인테리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해서? 또는 집 인테리어와 크게 다를 게 없다 생각하기 때문에?

창업자들은 대부분 인테리어에 대한 경험이 전무하고,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에 마치 인테리어가 어떤 완성된 제품처럼 비용이 정해져 있다 생각하는 경우가 은근히 많다.

상업공간, 그중에서도 식음공간 인테리어는 절대 견적이 먼저 정해질 수가 없다. 평단 가도 매뉴얼이 있는 프랜차이즈에서나 의미 있는 것이지 개인 매장 창업에서는 적용될 수 없다. 개인 매장 창업 시엔 공간을 확인하고, 기획을 하고, 설계안을 최종적으로 확정한 뒤에야 적산을 통해 견적서가 작성될 수 있다. 집 인테리어의 경우는 대부분 아파트, 아파트는 브랜드별로 비슷한 평형대별로 그 구조가 비슷하고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에서 고객의 선택이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쉽게 평단가를 기준으로 대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절대 식음공간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일단 이 점을 우리는 명확히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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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식음공간 인테리어는 이렇게 진행돼야 한다.

브랜드 기획안을 만들어 놓고,

실제 공간을 확인한 다음 설계를 하고,

최종적으로 설계안이 확정되면 견적서가 작성될 수 있다.

기간은... 정해진 기간 같은 건 없다. 클라이언트 요구사항과 스타일에 따라 다르지만... 3개월 정도(?) 이상 주 1회 회의하는 시간이 투자가 됐을 때 좋은 결과를 얻었던 것 같다. (3개월 이상 투자가 된 프로젝트도 많다.)

OMG! 요즘 같은 시기에 월 임대료가 얼마나 아까운데 점포자리를 결정하고 3개월이나 걸린다면... 3개월 임대료는 손해가 아니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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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한다. 물론 모르는 바가 아니다.

당연히 점포를 계약하고부터 3개월이라면... 손해가 너무 클 것이다.

그런데 인테리어 디자인 기획은 꼭 점포가 계약되어야 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처음 창업하는 사람들 앞에서 강의를 할 때 이렇게 강조한다. "인테리어 디자인 기획은 브랜드가 결정된 그 순간부터 하세요!" 에이- 불가능하다고? Nop! 절대 불가능하지 않다. 앞으론 그렇게 해야 한다.

실제로 식음 브랜드 베테랑들은 그렇게 움직인다.

처음 연락이 왔을 때부터 이미 다르다. "이번에 매장 하나 오픈하려고 준비 중인데, 인테리어 때문에 연락했습니다." 만나면 새롭게 구상 중인 브랜드에 대해 들을 수 있고, 프로젝트에 착수하게 되면 점포가 없는 상태에서 공간을 기획하기 시작한다. 기획 진행 중에 점포 후보지들을 함께 보게 되는데, 그러면 기획의도를 충분히 담을 수 있는 공간인지 컨디션을 미리 파악할 수 있고 좀 더 유리한 점포를 찾을 수 있어서 좋다. 그렇게 최종적으로 결정된 점포는 사실 이미 실측을 완료된 상태고 가계약 상태에서 충분히 가설계안까지 떠볼 수 있다. 그럼 계획대로 시간을 크게 갉아먹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인테리어 설계부터 견적 조율까지 해볼 수 있다.


그래 솔직히 내가 전문가다 보니 이렇게 알고 진행하겠지 하겠지만, 앞으로 이 글을 읽었다면 많은 창업자가 제대로 잘 준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바람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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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도 한 창업자를 만났는데,

1. 만나자마자 견적부터 물어보더니

2. 당장 일주일 뒤에 공사를 시작할 수 있냐고, 꼭 그래야 한다고 하더니

3. 당장 내일이라도 시간이 되니 설계해서 보내달라고 하더라.

난 솔직하게 그 창업자에게 물어봤다. "사장님, 만약 지금 사장님께서 처음 본 제가 사장님이 생각하시는 견적보다 적당히 더 저렴한 견적을 말하면서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사진 한 장을 보여주며 이렇게 해드릴 수 있다고 말한다면... 바로 계약하시고, 제게 1억이 넘는 공사대금을 맡길 수 있으실까요?" 솔직한 질문에 그 사장님은 주저주저 하긴 했지만 거의 그럴 판이었다. 실제로 그런 창업자가 많다.

첫 창업이 시행착오 매장이 되어 많은 배움을 얻을 수도 있지만, 그러기엔... 시행착오 치고 너무 큰 자금을 잃을 수 있다. 절대 쉽지 않은 게 창업이고, 쉽게 해서는 안 되는 게 창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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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어느 창업자들은 일단 공사를 시작하고, 공사 중 많은 부분을 수정해가면서 충분히 완성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절대 불가능하다. 인테리어 공사를 가장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은 모든 설계안이 확정됐을 때 현장에서 벌어지는 변수를 제외하고는 변동사항 없이 시작해서 준공까지 빠르게 진행하는 것이다. 위에서처럼 창업자가 생각하는 방식은 2000년도 초반까지는 가능했지만 20년이 지난 지금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러니 아무것도 준비 안 한 상태에서 덜컥! 점포 계약하고, 부랴부랴 공사부터 하면 안 된다. 베테랑도 그렇게는 하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또 어떤 경우엔 '대충' '대략'이라는 단어가 너무 많이 사용되기도 한다.

대충 견적이 어느 정도 나오는지, 대략 주방을 이 정도 비우고 설계해줄 수 있는지, 대충 설계안 잡히면 일단 시작할 수 있는지... 정말 중요한 정보들을 몽땅 Skip 하고 일단 빠르게만 진행하고 싶은 경우다. 다른 건 몰라도 확실한 건 식음공간에서 메뉴 / 주방에 관한 정보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정보다. 대충 대략 처리할 수 없는 정보다. 대부분 창업자가 온 힘을 다해 집착하는 포토존보다 몇 배는 중요한 정보다.


3일 만에 억을 쓰는 사람들... 바로 창업자들이다.

이젠 적어도 3개월은 투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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