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를 설계하는 디렉터 JOHN의 창업현장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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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소
...
쥐어짜면 더 많을 수 있는데 지금까지 내가 다뤄본 에스프레소 머신을 생각나는 대로 툭-툭- 적어봤다. 많이도 다루긴 했네... 이 중에서 가장 선호하는 머신을 골라보자면 라마르조꼬와 블랙이글 정도? (조만간 라마르조꼬 리네어 1그룹 하나 장만할 계획이다. 목적은... 커피 마시려고...) 라마르조꼬와 블랙이글이 왜 좋냐고 물어본다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어서? 특별한 이유가 있기보단 그냥 선호하는 차량에 두는 마음과 비슷하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이 프로페셔널 바리스타라면 나와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이 글은 좀 더 커머셜 한 시장에 초점을 둔 의견을 담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프로페셔널 바리스타는 자신이 다뤄야 하는 머신을 고르는 기준이 제법 까다로울 수 밖에 없다. 어떤 바리스타는 굉장히 공학적으로 머신을 바라보기도 하고, 또 어떤 바리스타는 굉장히 미학적으로 머신을 바라보기도 한다. 기준에 있어선 양쪽 다 인정하게 되지만, 그 양쪽 다 내 취향에 맞지 않다. 즉, 머신은 조건부 취향이라는 게 내가 주장하는 바다.
실력파 유명 바리스타를 보더라도 전부 바리스타 대회에서 같은 챔피온 자리를 차지했지만 애정을 갖고 다루는 머신은 전부 달랐다. 누구는 달라꼬르테를 좋아했고, 누구는 라마르조꼬, 누구는 시네소...
동 보일러가 어쩌고, 스텐 보일러가 어쩌고, 듀얼 보일러가 어쩌고, 보일러 용량이 어쩌고... 머신을 판매하는 상인들은 머라머라 하지만, 내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이런 조건들 때문에 커피가 더 맛있게 느껴지거나 그렇지 않은 경우를 보질 못했다.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머신으로도 진짜 맛있는 커피를 추출하기도 했고,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고가의 머신이었지만 진짜 맛없는 커피가 추출되기도 했다. 물론 저렴할수록 내구성과 기능이 고가의 머신보단 떨어질 순 있다. 하지만, 동일한 원두 대비 커피 맛이 떨어지는 경우는 없었다.
진짜 충격적인 경우는 최상급 에스프레소 머신을 판매하는 판매처에서 추출해주는 커피가 너무도 맛없을 때이다. 만약 머신이 커피 맛에 큰 관여를 한다면... 무조건 맛있어야 하지 않을까?
난 처음 오픈하는 카페 오너가 특별히 전문적이지 않다면 적당한 에스프레소 머신을 구입하라고 권유한다.
사실 하이엔드급 머신은 제대로 다룰 정도의 실력을 갖춘 사람이 다뤄야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 초보 창업자는 오히려 그 머신을 망가뜨리기만 할 뿐이다.
내가 계속 강의 때 이렇게 말하고 있으면 사람들은 전부 이런 생각을 한다고 한다. '그럼... 도대체 커피 맛에 영향을 주는 건 뭐라는 거야!' 난 그라인더, 그리고 원두 그 자체라고 말해준다.
많은 창업자가 머신에 대한 환상이 있다.
그래, 카페 분위기를 더욱 살려줄 수 있다. 멋진 에스프레소 머신. 흔한 말로 간지 난다.
커피 하는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을 느낄 수도 있다. 나도 작은 카페에서 시네소를 사용하고 있으면 신기한 듯 쳐다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과연 커피 손님들도 똑같은 시선일까?
창업하면서 가장 멀리 해야 하는 생각이 있다면 그들만의 리그에 갇힌 시야다. 하루 300명이 카페를 방문하다고 가정한다면 과연 그중 몇 명이 카페 오너이고, 커피 전문가일까? 그중 3명이라 하더라도 많은 것이다. 즉, 하루에 1%도 안된다. 그런데 그 사람들을 위한 커피를 해야 할까?
지속 가능한 카페, 성장 가능한 카페를 만들고 싶다면 효율적이고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적당히 자기 취향 안에서 예산에 맞춰 세팅하고, 그라인더와 원두를 최상 등급으로 맞추자. 그럼 절대 후회할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