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워

귀여운 신생아와 과거의 나

by 심수미

아기가 자고 나면 오늘의 사진첩을 들여다본다. 깨어있을 때는 힘들지만 막상 잘 때는 움직이는 귀여운 모습을 보고싶기 때문이다. 귀엽다. 너무 귀여워!!!!! 못생겨서 귀엽다. 나를 닮아서, 남편을 닮아서 귀엽다. 아기는 눈과 코, 직모는 아빠를, 그를 제외한 오동통한 체형이나 입과 귀, 손가락 발가락은 엄마인 나를 닮았다. 아무리 학창 시절에 감수분열 단원을 배웠어도 그것이 진짜 실현되어 사람과 사람이 반씩 섞인 결과물이 내 눈앞에 살아 움직이고 있으니 봐도 봐도 신기하고 경이롭다.


3.8kg 우량아로 태어난 나는 잘먹고 잘자고 순했다고 한다. 아기도 마찬가지다. 이제 갓 생후 4주차를 넘어가는 아기의 몸무게는 벌써 4.9kg, 한 번에 분유 120ml를 먹는다. 분유통 겉면에 적힌 월령별 권장 용량으로 치면 8주 이후의 아기들이 먹는 양이다. 제때 양껏 맘마 주고 기저귀만 잘 갈아주면 울음도 금방 그치는 아기에게 내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아이구 잘했다"이다. 눈만 꿈뻑여도, 팔다리만 허우적거려도, 똥오줌을 흠펑 쌌어도 그저 고맙고 기특하다. 오늘은 목욕시키느라 손싸개를 벗기는데 입에 엄지손가락을 자연스럽게 무는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 무탈하게 잘 크고 있다는 이 모든 사인이 감사하다.


아기의 많은 면에서 나의 어린시절 사진이 오버랩되니까 자연스럽게 나처럼 서툴렀을 엄마의 젊은 시절을 생각한다. 아기의 오동통한 팔다리를 주물주물 하면서 입으로 "쭉~쭉~" 소리를 내다보면, 중고등학생이 되도록 아침에 나를 깨울 때 키 크라면서 다리를 쭉쭉 늘려주던 엄마가 떠오른다. 따듯한 이불 속에 엄마의 손이 들어와 잠이 설핏 깨면 치크치크치크...압력밥솥 추 돌아가는 소리도 늘 함께 들렸었다. 이렇게 꼬물거리는 아기도 금새 커서 사춘기가 되겠지. 그때는 내가 조금만 주물거릴라치면 "아 고만하라고" 퉁명스럽게 손길을 뿌리치겠지, 내가 그랬듯이. 그 전에 잔뜩 만질테다! 라는 생각으로 수시로 주물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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