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문신

by 심수미

아빠의 왼쪽 손목에는 가로세로 직경 2cm 정도의 작은 문신이 있다. 휘갈겨 쓴 글자 같기도 무늬 같기도 하다. 어릴 때 이게 뭐냐고 물어본 적이 있는데 '별 의미 없다'는 식으로 대답을 어물쩡 넘기셔서, 나는 '비밀요원의 표식 같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의 나래를 펼쳤었다. 최근 엄마가 여행가신 동안 아빠 혼자 아기를 봐주러 집에 와주셨고, 둘이서 밥도 먹고 산책도 종일 붙어 있으면서 대화 소재가 떨어졌는데 마침 눈에 보이길래 또 물어봤다. "이거? 참을 인(忍)자야." "이게 어떻게 忍이야?" "여기 칼 도刀 마음 심心 있잖아." 다시봐도 그렇게는 안보였지만 문신 주인이 그렇다고 하니 잠자코 있었다. 공고 3학년 때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한 아빠는 같은 반에 있던, 한자를 잘 쓰던 화교 친구에게 부탁해서 글자를 받아다가 문신을 새겼다고 했다. "왜?" "왜는 왜야, 참을 인 세 번이면 살인도 막는다고 하잖아." 그저 직장 생활이 X같아서 자신이 보기 쉬운 곳에 문신을 했다는, 평범하고도 웃겼던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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