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요단강은 너무 거칠어!
이스라엘 견문록
키부츠에서 5월에 키부츠 발런티어 트립을 제공했다. 거의 60명이 되는 발런티어들과 내전 때문에 난민으로 장기 체류하면서 일하는 남수단 친구들 몇 명이 합류하여 함께 이스라엘 전역을 여행하게 되었다. 중부 사막과 사해, 엔게디, 마사다 요새, 그리고 북부 산림 및 고원 지대 등 이스라엘에서의 특별한 여행이 시작된다.
이스라엘의 기후는 작은 면적에 비해 북부와 예루살렘 등의 고원지대, 중부-남부 네게브 사막, 서쪽의 지중해 연안 등의 지리적인 요인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1) 바니아스 폭포(Banias Fall)
바니아스 폭포(인터넷)
이스라엘 북부 바니아스 폭포 위치(구글 맵)맨날 사막만 보다가 북부 쪽으로 올라가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유럽의 넓은 초원과 같은 골란 고원이 펼쳐져 있고 또 숲이 울창한 지역도 보인다. 만년설이 있는 헤르몬 산에서 시작된 많은 물들이 여기 이 바니아스로 이어져 작지만 아름다운 폭포를 연출한다. 좁은 숲길을 풀냄새 맡으며 따라가다가 보면 사진처럼 아담하지만 많은 물의 양이 쏟아지는 폭포를 볼 수 있다.
2) 요단강 래프팅(Jordan River)
요단강 래프팅(@BIBLIA)'요단강'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뭘까?
아마도 예수님이 세례 받으신 곳, 세례 요한이 세례를 주던 곳,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 땅으로 들어올 때 건너온 곳 정도가 아닐까 싶다.
'요단[Jordan]'은 '단에서 내려온다'는 뜻이다. 헤르몬 산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요단강을 이루고 이 물줄기에 다른 두 개의 줄기가 합하여 갈릴리 호수로 흘러간다. 잔잔할 것만 같은 요단강에서 래프팅이 가능한 이유는 요단강의 상류와 하류의 높낮이 차이가 커서 상류의 물이 급하게 내려가기 때문이다.
요단강 상류 물살(인터넷)
바니아스 폭포에서 요단강 래프팅 장소까지(구글 맵)성스럽고 거룩하게만 여긴 요단강에서 래프팅을 하게 될 줄은 사실 래프팅 장소에 도착할 때까지 전혀 몰랐다. 예쁘고 아담한 폭포를 구경하고 차로 3~40분 남쪽으로 요단강 줄기를 따라 내려오니 울창한 숲이 나왔다. 기다리는 장소에는 아름드리나무들이 느티나무처럼 나뭇잎들을 주렁주렁 내 키만큼의 높이까지 늘어뜨리고 있었다. 까만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어서 자세히 보니 어렸을 때 시골에서 따 먹던 뽕나무 열매랑 똑같았다. 내가 따 먹던 뽕나무는 가늘고 키가 작은 것이 전부였기 때문에 많이 놀랐다.
-'헛! 이게 뽕나무냐?'
크기가 어마무시하게 컸다. 까맣게 잘 익은 것을 따서 먹어봤더니 역시 오디(뽕)가 맞다. 아무도 먹지 않고 쳐다만 보길래 나만 실컷 따 먹었다.
그리고 내 생애 첫 래프팅을 요단강에서 하게 됐다.
3) 골란 고원(Golan Heights)
골란 고원(구글 맵)
골란 고원(구글 맵)
골란 고원(Pixabay)'골란 고원'하면 성경에 실수로 사람을 죽였을 때 재판받을 때까지 생명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지어진 도피성이 있던 지역으로 므낫세의 반쪽 지파에게 주어진 바산 땅에 속한 곳이다.
위의 마지막 사진 한가운데에 전차가 보인다.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6일 만에 승리를 거둔 이스라엘은 이 골란고원의 80%를 차지하게 된다. 골란고원은 지대가 해발 1000미터에 달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그리고 헤르몬 산에서부터 내려오는 많은 물로 인해 토지가 비옥하다.
골란고원은 내게 또 하나의 감동의 스토리 있는 곳이다. 전차대대 장교로서 복무를 하면서 2차 대전 이후 최대의 전차 전으로 불리는 '골란고원의 영웅들' 이야기를 배웠기 때문이다. 1973년 4차 중동전쟁, 북부전선에서 전차 1200대의 시리아에 170대의 전차로 맞선 전쟁 중, 최대 20대의 전차로 수백 대를 격파한 목숨을 건 카할라니 대대장의 전쟁 일기다. 특히 야간 전투에서의 전차 운용술의 표본이라 할 수 있는 장면들은 읽는 동안 숨 막히게 한다. 골란고원이 뚫리면 갈릴리와 이스라엘의 심장부가 직격탄을 받을 수 있는 요충지이기에 목숨을 건 사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지휘관 90%가 사망한 전투지만 승리한다. 우리나라의 이순신 장군의 명량 해전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이스라엘에게는 그만한 위기의 순간이었다. 나라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숭고한 생명들, 이들이 없이 지금 내가 이곳에 존재할 수 있겠는가.
4) 벳샨(Beit Shean)
골란 고원에서 벳샨까지 경로(구글 맵)'벳샨' 혹은 '베이트 샷'은 '샨의 집'이라는 뜻이다. 샨은 포도주의 신이라고 한다.
벳샨(Beit Shean)은 여호수아의 가나안 정복 이후에 므낫세 지파에게 주어진 땅이다. 또 이스라엘의 왕정 시대에 초대왕인 사울이 그의 아들들과 함께 길보아 산에서의 전투로 전사했을 때, 블레셋 사람들이 사울의 목을 걸었던 성벽이 이곳 벳샨에 있다.
예루살렘에서 요단강을 따라 갈릴리로 올라가는 중요한 도로선상에 위치해 있다. 서쪽으로는 이스라엘 곡창지대인 이스르엘 평원, 갈멜산의 하이파, 지중해로 이어지고 동쪽으로는 요르단으로 갈 수 있는 교통의 요지인 것이다.
벳샨 로마 극장(인터넷)로마가 기원전 63년부터 본격적으로 지배하면서 화려한 로마의 문화가 시작된다. 제우스 신전이 건설되었고, 원형경기장, 공중목욕탕 등의 현대적 시설이 건설된다.
이스라엘에서 가장 큰 로마시대의 유적지로 5000명이 들어간다는 원형극장과 대전차경기장, 공동 목욕탕, 상하수도시설 등 지금도 감탄하는 시설들이다.
저 무대에서 우리는 그때 유행한 '개울가에 올챙이 한 마리로~'로 시작하는 노래 '올챙이와 개구리'를 안무와 함께 공연하여 다른 발런티어들에게 선물했다. 건축 설계의 조화로 스피커 없이도 멀리 웅장하게 퍼지는 음향 시스템은 요즘의 시스템도 못 따라가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