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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f yosef Sep 24. 2023

15. 대추가 정~말 달아요!

이스라엘 견문록

신나고 즐거웠던 발런티어 트립이 끝났다. 나는 상추를 재배하는 곳에서 일하게 되었다.

 

수경 상추 재배

새벽 4시 50분에 집합 장소에 모인다. 인원 점검과 함께 승합차를 타고 10~15분 이동한다. 이스라엘의 수경 상추 재배법은 세계에서 유명한가 보더라. 내가 가기 얼마 전에는 우리나라 방송국에서도 촬영하러 왔다고 한다. 여러 나라에서 촬영을 하러 왔다더라. 위치는 지도에서와 같이 요트바타 키부츠에서 남쪽으로 16km 떨어진 엘리파즈(Elifaz)라는 곳이다.

요트바타에서 엘리파즈까지 이동경로

이곳 지명들이 엘리파즈(엘리바스), 로탄(로단), 팀나(딤나) 등인 것으로 보아 여기가 이삭의 첫째 아들 에서 즉, 에돔족속이 거주한 세일인가 보다.

-'엘리바스'는 에서의 아들이고,

-'딤나'는 에서의 손자, 즉 엘리바스의 아들로 에돔 족장이다.

-'로단'은 세일 원주민 호리 족속의 족장 중 한 명이고,

-동명이인으로 여성 '딤나'는 세일 원주민 족장인 로단의 누이로 성경에 나온다.

로단의 누이 딤나는 엘리바스의 첩으로서 나중에 이스라엘과 전쟁을 치르게 되는 '아말렉'을 낳는다.


팀나파크 - 솔로몬 기둥 - 구리 광산 - 놋뱀

팀나국립공원

팀나국립공원의 이름 '팀나'는 엘리바스의 아들의 이름을 딴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는 아주 오래된 구리광산이 있고, 솔로몬 왕이 구리를 채굴하고 제련하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입구에 서 있는 버섯 바위가 유명하며, 팀나공원 내부에는 실제 크기의 성막을 만들어 놨다. 정해진 시간에 안내원을 통해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이곳에서 놋뱀이 다수 발견되었지만, 모세의 놋뱀과는 다르다는 이야기가 있긴 하다.


다시 키부츠 이야기로 돌아와서,

엘리파즈 농장에는 아주 큰 비닐하우스 안에 허리 높이의 탁자들이 아주 길게 여러 줄로 늘어져 있고 그 위에 물을 흘려보낸다. 물 위에 사이즈가 작은 것부터 단계별로 크기에 맞는 구멍이 있는 스티로폼에 모종을 심는 것이다. 모종이 자라면 다음 구멍의 크기에 옮겨 심는 것이 주된 작업이다.

수경 재배하는 상추는 처음 봤다. 물속에 영양분이 들어 있고, 비닐하우스라 사철 재배가 가능해서 이곳에서 재배한 상추가 이스라엘 전역에 납품된다고 한다.


다른 발런티어들과 함께 일하니 재미가 있었다. 함께 여행도 다녀와서 친해지기도 했고, 점점 대화를 붙여 나가다 보니 적응이 되는 것 같다.

상추 재배지에서의 첫날, 새벽부터 2시간 여 일하고 쉬는 시간, 책임자가 간식을 준비해 왔다. 둘러앉아서 피타와 후무스, 그리고 여러 과일을 먹었다. 그런데 허여멀건한 오이 같은 것을 먹으라고 주는데, 이게 뭐 맛이 전혀 있을 것 같지가 않아서 떨떠름했지만 주는 데 안 먹을 순 없으니, 한 입 베어 물었다.


'헉! 이게 도대체 뭐냐? 왜 이렇게 달고 맛있지?'

이것이 멜론이란다!


햇볕이 세니 온갖 과일들이 당도가 상상 이상인 것이다. 멜론을 몇 개나 먹었는지, 먹으면서도 그 당도에 깜짝깜짝 놀란다. 한 번 드셔보셔라. 시간이 지난 후에 만난 지금의 아내는 이스라엘의 과일 당도가 너무 높아서 별로 안 좋아했다. 석류만 빼고.


당도가 매우 높은 과일들; 그중에 으뜸은 대추

우리는 텔아비브에 '슈크 카르멜(Shuk Carmel)'에 자주 놀러 갔다. 석류를 직접 짜서 주는 석류 주스는 싸지는 않지만 언제나 맛있어서 갈 때마다 마신 것 같다.


구글 (Daniel Farcas)


구글 (Daniel Farcas)

각종 과일들을 말려서 파는 가게다. 이런 가게가 하나가 아니고 아주 많이 있다. 무화과, 망고, 파인애플, 올리브도 있고, 사진 중앙에 짙은 갈색의 타원형의 열매가 종려나무 열매인 대추다. 단 것을 잘 먹는 사람도 아마 한 번에 3개 이상은 먹기 힘들 정도로 달다. 그래서 대추열매로 만든 꿀이 유명하다. 이스라엘에 있다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아주머니들의 열에 아홉은 대추로 만든 꿀을 꼭 챙겨서 갈 정도랄까.


대추야자

대추는 영어로는 date(s), 히브리어는 tamar(타마르)이다. 성경에는 '다말'로 번역이 됐다. 맛도 좋지만 여러 의미를 닮고 있는 '다말', 그래서 이스라엘 여성의 이름으로 이 '다말'을 쓰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종려나무 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예수님이 당신의 사역을 마무리하시기 위해 예루살렘에 나귀 타고 입성하실 때,

종려나무, 대추야자나무

많은 사람들이 종려나뭇가지를 꺾어서 흔들며 예수님을 환영했다.

'호산나 찬송하리로다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 곧 이스라엘의 왕이시여 하더라'


사진에처럼 주렁주렁 열린 대추는 다 따지 않고 남겨두는데 이는 나그네, 가난한 사람, 과부 등을 위한 배려이며 하나님의 명령이다. 따지 않고 놔둔 열매들은 땅에 떨어지는데 이것을 주워서 주린 배를 채웠을 것이다.


성경에는 가나안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고 표현하는데, 대추열매가 지천에 깔려 있는 것을 이르는 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 세례 요한이 광야에서 살면서 먹었던 것이 '메뚜기와 석청'이라고 하는데, '메뚜기'는 우리가 아는 기고 나는 메뚜기가 아니라 메뚜기처럼 생긴 쥐엄열매를 가리킨다. 그리고 '석청'은 돌짝밭에 떨어진 대추를 말한다.

쥐엄나무 열매

꼭 메뚜기를 연상하는 모양새다.


겸손

이스라엘에 있으면 남자들의 머리에 꼭 조그마한 모자를 쓴 것을 볼 수 있다.

키파 쓴 남성(Pixabay)

이것을 '키파'라고 부르는데, 이것이 종려나무와 관련이 있다. 종려나무는 물만 주면 수십 미터를 훌쩍 넘기면서 잘 자란다. 다만, 가운데 줄기 윗부분을 자르면 바로 말라죽는다고 한다.

사람의 머리 꼭대기에 하나님이 계시니 겸손의 의미로 정수리를 가리려고 모자를 쓰는 것이다.


교만하지 않고 겸손하게 살기 위한 지혜로운 풍습이다.

하나님을 두려워할 줄 아는 자세가 우리 모두에게 아니, 나에게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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