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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f yosef Oct 02. 2023

16. 페삭 쉘 하가다(유월절 이야기)

이스라엘 견문록

아마도 이스라엘에서 가장 큰 절기는 페삭(유월절/Pesach;Passover)일 것이다.

이 날은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의 노예 상태에서 벗어나 탈출한 날이다. 탈출하기 바로 직전에 이스라엘 백성은 유월절 식사를 했다.


'유월'은 '넘어가다, 뛰어넘다'라는 뜻으로 여호와의 신이 이집트의 장자로부터 동물의 첫 수컷까지 죽이려고 운행하는 그 밤에 이스라엘 백성들이 머물었던 집(문설주와 인방에 양의 피가 묻은 집)은 뛰어넘으셨다는 데에 붙여진 이름이다.

하가다 셀 페삭


이것은 요트바타 키부츠에서 거행된 가장 거룩한 의식이었다.


'하가다 셀 페삭' 뜻은 '유월절 이야기'다.

키부츠닉과 발런티어 모두 참여한 유월절 만찬이었다.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이 책자를 나눠주었고 나는 15년 후인 지금까지 이 책자를 갖고 있다.


음식은 상다리가 부러질 듯 많이 차려져 있었고 나는 이날 난생처음으로 송아지 혀를 먹었다. 기대를 많이 하긴 했지만 내 입맛은 아니었다.


책자가 좀 지저분한데 그때 와인을 몇 방울 흘린 흔적이다.

이것도 추억이다!











유월절 만찬은 '세데르' (순서)라고 한다.

히브리어로 인사를 할 때,

-Every thing's okay?  / Hakol beseder?

-Yes, all is good. / ken, beseder. 


'베세데르 - beseder' 즉, 모든 것이 좋다는 의미로 '베세데르'라고 한다. 즉, 'in order' 모든 것이 순서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 순서는 4잔의 포도주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첫째 잔!


첫 잔을 마시며, 손을 씻는다.

이스라엘의 학생들은 역사를 배울 때 가장 먼저 듣는 말은,


'우리 조상은 이집트의 노예였다'


라고 한다.


이들은 과거의 사건을 자녀 대대로 잊지 않도록 가르친다. 시작이 이집트의 노예인 것이다.


'너희가 종 되었던 집인 이집트에서 나온

이 날을 기억하라'


'이는 우리 조상들이 이집트 땅에서 먹던 고난의 빵이다'


'누구든지 배고픈 사람은 와서 먹게 하라,

누구든지 궁핍한 사람은 유월절을 지키도록 하라,

올해에는 우리가 여기에 있지만,

내년에는 이스라엘에 땅에 있기를!

올해에는 노예이지만,

내년에는 자유인이기를!'





둘째 잔!

과거를 기억한다.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의 노예가 된 사연은 다음과 같다.

야곱과 열 두 아들이 있었다. 열한 번째인 요셉이 열 명의 형들의 시기를 받아 이집트의 상인들에게 노예로 팔렸다.

요셉은 이집트에서 노예로, 그리고 누명을 쓴 죄수로 옥에 갇혔다.

그러나 파라오가 꾼 꿈을 해몽함으로써 이집트의 서열 2위에 등극한다.

그러고 나서 그 주변 일대에 대풍년과 대흉년이 일게 되고, 대흉년 기간 동안에 야곱의 부모, 형제가 요셉으로 인해 이집트로 이주한다.


시간이 흘러 이 이야기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죽고, 이집트 내에서 세력이 커지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두려워한 이집트는 이들을 노예로 부리게 된다.


가혹하게 대할수록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게 된다.


이에, 파라오는 이스라엘의 태어나는 사내아이들을 모조리 나일강에 버려 죽이라는 명령을 내린다.


이때 태어난 아기가 모세다.

그리고 하나님은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집트에서 탈출시킨다.



셋째 잔!


현재를 축복한다.

이집트에서 나온 이스라엘 백성들은 람세스를 떠나 숙곳으로 떠난다.


그러나 이들을 다시 뒤쫓기로 작정한 파라오와 이집트 군병, 철거들!


눈앞에는 홍해, 뒤에는 뒤쫓고 있는 이집트 군사들 사이에 낀 이스라엘 백성들을 위해 하나님은 홍해를 가르시고 이집트 병사들을 몰살시키셨다.


이스라엘은 누룩을 넣지 않은 빵과 쓴 나물을 먹으면서 이 날을 기념한다.


누룩을 넣지 않은 빵을 '맛짜'라고 부른다.



맛짜(누룩을 넣지 않은 빵)














넷째 잔!


미래를 바라본다.


이 잔은 '엘리야의 잔'이라고 부른다. 이 잔은 메시아가 오시기 전에 먼저 출현한다고 성경에 나와 있는 엘리야를 위한 잔이다.

사실, 엘리야는 왔다고 성경은 말하고 있다. 그가 바로 요한이다. 예수님이 오시기 바로 직전에 마지막 선지자이다.


그러나 유대인은 지금까지 예수님을 메시아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사실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하나님의 아들을 그들의 조상이 죽였다고 어떻게 쉽게 인정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지금은 예수님을 메시아로, 구주로 받아들이는 유대인들이 많이 늘었다. 그들을 '메시아닉 주-Messianic Jew'라고 부른다.














만찬을 나누고 난 이들은 기쁨의 찬송을 하나님께 올려드린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우리의 조상들과 우리에게 이러한 놀라운 기적들을 보여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찬송, 크게 외치며 영광을 돌리고,

그분을 높이고, 자랑스러워하고, 축복할 의무가 있다.


그는 우리를 속박의 삶에서 자유를 주셨고, 

슬픔에서 기쁨으로,

비탄에서 축제로,

깊은 어둠에서 밝은 빛으로,

노예에서 자유를 주셨다.


그러므로 그분 앞에서

새로운 노래를 부르자, 할렐루야!











이렇게 마시고, 먹고 노래 부르는 사이에 자정이 다가오면 유월절 만찬, '세데르'는 막을 내린다.


역사를 기억하는 한, 잘못을 되풀이하지는 않는다고 우리는 배웠다.


한 개인의 역사도 잊어버리면(기억상실증 등)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헤매는 우리다. 하물며 한 나라의 역사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그 나라에 어떤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내게 키부츠에 있으면서 가장 의미가 있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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