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하면 Am 아니야?
통기타로 1곡 연주하는 지름길을 안내해 드립니다.
by chef yosef Jul 23. 2023
1. 이 글을 읽는 방법
먼저 본격적인 글을 쓰기 전에 제 글 읽는 방법을 설명해 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먼저 제 글을 읽어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귀한 선물은 바로 자신의 시간을 내주는 것이라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시간에 더해 물질까지 더해진다면, 또 거기에 몸의 수고까지 더해지거나 심지어 희생까지 따른다면 말할 수 없는 감동의 이야기로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죠. 그리고 이런 사람들을 우리는 '의인'이라고 부릅니다. 그렇기에 제 글을 읽으려고 시간을 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귀한 시간을 줄여드리기 위해 이런 분들은 이렇게 읽으세요.
1) 기타에 관심 없고, 음악에 관심 없는 분: '5번 화음내기'만 읽으셔도 돼요. 그것이 결론이기 때문입니다.
2) 다른 건 필요 없고, 기타 1곡 빨리 치고 싶으신 분은 '3번 빠른 시간 안에 기타로 1곡 연주하기'로 가세요.
3) 기타도 치고 싶고 코드도 좀 깊이 이해하고 싶으면 '3, 4번'을 보시면 되겠고요.
4) 기타도, 화음도 뭐도 됐고, 난 피아노 반주 빨리 하고 싶다면 '4번'의 뒷부분만 보세요.
4) 난 제대로 이 글을 이해하고 싶다면, 처음부터 봐주시면 됩니다.
2. '코드'
첫번째 글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연결하는 기계언어로써의 코드(code)였어요. 이번 글의 코드는 영어로 'chord' 즉 화음을 뜻합니다. 3개 이상의 음이 모이면 화음, 즉 코드가 됩니다. 코드의 구성이야 두말할 것 없이 많습니다만, 쉽게 쉽게 갑시다, 우리.
어린 남학생에게의 로망은 사람들 앞에서 기타 연주하면서 한껏 멋을 뽐내는 것이 아닐는지요. 처음 기타를 배우려고 하는 사람에게 무수한 외계어인 음악적 이론을 들이댄다면 저부터 도망쳤을 거예요.
빠른 시간 안에 곡 하나를 연주하고자 한다면, 코드 3개나 4개의 운지법을 그냥 외우는 겁니다. 처음엔 손가락이 맘대로 내가 원하는 자리에 안착하게 하는 것조차 쉽지 않겠지만, 그 정도의 노력 없이 얻어지는 기술이 아니기에 거듭된 손끝의 통증을 참아내며 이룬 첫 코드의 맑은 소리는 더더욱 값진 선물인 거죠.
아마도 제 또래의 분들이 기타를 처음 접했을 시절에 입문용으로 대하는 곡이 이렇게 시작하는 노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너의 침묵에 메마른 나의 입술~~'
바로 양희은 님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곡입니다. 제목과 가사를 다시금 생각해 보니 슬픈 곡입니다.
즐겨 부를 만한 곡이 아니네요. 짧은 인생 행복한 노래를 더 많이, 자주 부르는 게 좋지 않겠어요?
음, 다른 곡으로 하겠습니다. ^^.
동요로 서정적이면서 아름다운 노래인 '등대지기'입니다. 모닥불 피워놓고 둘러앉아서 다 같이 부를 수 있는 노래죠. '모닥불'도 좋은데, 이 곡은 코드를 잡는다고 할 때의 최대의 난제인 코드 'F'가 등장하기 때문에 보류합니다.
3. 빠른 시간 안에 기타로 1곡 연주하기
어쨌건, 이 노래는 코드가 4개로 이루어진 곡입니다. C코드, G코드, Am코드, D7코드. 사이에 Em가 한두 번 끼기도 하지만 굳이 넣지 않아도 됩니다.
그림이 아닌 글로 한 번 코드의 포지션을 설명해 볼까 합니다. 명색이 '브런치스토리' 올리는데 글로써 표현해 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 곁가지로 빠지는 이야기이지만, 제가 제일 처음으로 재밌게 읽었던 장편 소설이 '늑대와 춤을'이었는데요.
얼마나 묘사를 생생하게 해 놨던지, 저는 영화를 본 것 마냥 장면이 그려졌던 경험을 했었습니다. 이 책의 한 장면인 백인 존 던버 소위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 초원의 언덕에서 홀라당 옷을 벗고 목욕하는데 햇빛에 반사된 몸이 너무 하얘서 눈이 부셔 그 장면을 본 인디언이 신의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만든 장면이었는데요, '내가 영화로 봤나?' 헷갈릴 정도로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졌던 기억이 있어요. 그만큼 그림을 그리듯 묘사를 잘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도 그렇게 글을 써보고 싶습니다!
어쨌든, 기타의 운지법을 설명하려면 먼저 기타의 구조를 설명해야겠죠?
기타는 오른 손잡이용 기타를 기준으로 품에 안았을 때 제일 왼쪽부터 줄을 감는 줄감개가 있는 헤드와, 그 줄이 길게 이어진 목(neck)과, 이 목과 이어진 소리를 울리는 울림통(body), 3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목에 마디마디가 칸칸이 붙어있어 손가락으로 누르면서 줄의 길이를 달리하여 음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6개의 줄이 각각의 음을 내며 코드를 만들어요. 줄을 누르면서 음을 달리 내는 방식은 모든 현악기의 방식이겠죠?
여기에서 이 마디를 플랫이라고 말하고, 줄감개가 있는 헤드에서부터 1 플랫, 2 플랫, 3 플랫, 4 플랫으로 부르며, 아래에서부터 제일 가느다란 줄이 1번 줄, 다음으로 가느다란 줄이 2번 줄, 가장 굵은 베이스를 담당하는 6번 줄이 제일 위에 있습니다.
그러니까 좌표로 설명하면 1 플랫의 1번 줄을 왼손으로 운지를 한다면, 제일 아래의 첫 번째 칸이 되겠죠? ^^
수학이나 기계에서의 좌표는 순서가 정해져 있잖아요. X축 먼저, 다음에 Y축, 그리고 더 있다면 Z 축으로 설명을 할 텐데, 기타에서는 줄번호가 먼저인지, 플랫이 먼저인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정식으로 레슨을 받은 적이 없거든요. 사실 이 글을 쓰기 전까지는 생각도 안 해 본 거예요. 와.. 브런치스토리가 안 해본 생각까지 하게 만드네요.
각설하고, 저는 플랫을 먼저 그리고, 줄 번호를 다음으로 하는 순서로 설명하겠습니다.
C코드는 1 플랫의 2번 줄, 2 플랫의 4번 줄, 3 플랫의 5번 줄을 각각 검지, 중지, 약지로 잡습니다. 말은 참 쉽게 했지만, 처음엔 각 플랫의 줄에 손가락 하나씩 갖다 대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한번 방에 굴러다니는 기타를 잡아보실래요? 농담이 아닙니다.
다음으로, Am(애이 마이너) 코드는 1 플랫의 2번 줄, 2 플랫의 4번, 3번 줄을 각각, 검지, 중지, 약지 순으로 잡습니다.
C코드에 비하면 껌입니다. 왜냐하면, 2 플랫에 중지, 약지 손가락이 같이 들어가니 억지로 벌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죠.
D7(디 쎄븐)은 다행히도 Am코드에서 약지만 같은 플랫인 2 플랫의 1번 줄로 옮기면 됩니다. 간단하죠?
마지막으로 G코드는 2 플랫의 5번 줄, 6번 줄, 3 플랫의 1번 줄을 각각 중지, 약지, 새끼손가락 순으로 잡습니다. 물론, 손가락을 다르게 검지, 중지, 약지로 잡는 경우도 있지만, 저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G7코드로 변환하기가 쉽기 때문이에요. G코드와 G7코드는 항상 같이 따라다니는 단짝이에요. 그러니까 자주 변환하는 일이 발생하겠죠? G7은 코드 이름 그대로 G(솔)의 8도 음인 '솔'에서 7도인 '파'로 변환하며 꾸며주는 음이기에 새끼손가락으로 잡았던 '솔(G)'을 떼고 대신 7도 음인 '파'를 잡기 위해서 검지로 1 플랫의 1번 줄을 잡아주면 쉽거든요.
사실 제가 추천하지 않는 방법을 쓰려는 사람들이 많을 거예요. 왜냐하면 새끼손가락이 정말 마음을 힘들게 하거든요. 나중엔 심지어 새끼손가락을 없애(?) 버리고 싶은 충동까지 느껴지게 만들어요. 스스로 '내가 이렇게 내 손가락 하나 마음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바보라는 생각까지 만들면서 좌절을 무진장하게 만드는 놈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다시 말씀드리지만, 훈련에 훈련을 거듭하고, 나 자신을 쳐서 복종케 하여 이룬 잘 훈련된 새끼손가락을 마주하게 되면 그 뿌듯함이란 가히 비할 바 없는, '세상이 다 내 것 같은' 기쁨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자, 기타로 한 곡 연주하기 위한 모든 설명은 끝났습니다. 도전하시죠?
인터넷에 등대지기 악보하면 바로 찾을 수 있을 테니 굳이 악보를 올리지는 않겠습니다.
4. 좀 더 깊은 코드의 이해
이쯤에서, 코드를 좀 더 깊이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코드, 처음에 언급한 대로 한 개, 두 개의 음이 아닌 3개 이상의 음으로 이루어진 것을 화음, 즉 코드라고 했습니다. 갑자기 드는 생각인데 왜 2개는 안될까? 될 수도 있겠지만 불안정하다는 느낌이 퍼뜩 들긴 하네요. 뭐니 뭐니 해도 한국 사람은 삼세판 아니겠습니까! 3번은 해야 서로 공감하며 인정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이치라고 생각합니다. 3이 완전수라고 하잖아요, 신의 수라고도 하고요.
가장 완벽한 화음이 3도 화음이죠. 도, 미, 솔로 이루어진 으뜸화음(1도 화음)입니다. 수학적으로 말씀드리면, 진동수가 도, 미, 솔인 3도씩 떨어진 음들이 우리 귀에 가장 완성도가 높게 안정시키는 음으로 들린다는 거예요. '도레미'에서 도에서 미까지는 '도'를 포함하여 '미'까지 3단계를 거치는 것으로 계산합니다. '도'에서 '미'까지 3단계, '미'에서 '솔'까지 3단계인 거죠. '수학적'이라는 표현을 썼듯이, 이 음은 사람이 만들어낸 것이 아닌 자연 속에 이미 있는 음인 거예요. 다만 사람이 발견해 낸 겁니다.
'도레미파솔라시도'를 영어로 'CDEFGABC'로 표현합니다.
이 표현 방식을 따라서 가장 완벽하고 이상적인 화음인 3도 화음을 각각의 음을 기준음(근음)으로 3도씩 쌓으면,
C코드는 '도, 미, 솔'로 이루어진 코드이고, D코드는 '레, 파#, 라', E코드는 '미, 솔#, 시', F코드는 '파, 라, 도'가 되는 거예요. 물론, 반음이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지금은 여기까지만 설명드리겠습니다. 계속 더 나가면 그만두고 싶어 질지도 모르기에 완급조절하겠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이해하셨다면, 피아노 앞에 가서 바로 눌러보시죠, 코드 연주가 바로 됩니다. 7개의 코드를 즉, C, D, E, F, G, A, B를 왼손으로 칠 수 있다면 오른손으로 멜로디를 치면서 조금만 연습하면 '등대지기'를 피아노로도 연주하게 된다는 놀랍고도 벅찬 감정을 경험하시게 된다는 겁니다.
피아노로 '등대지기'를 연주하고 싶으신 분을 위해,
C는 '도, 미, 솔, 도(높은)',
D는 '레, 파#, 라, 레(높은)', 여기에 D7은 '레, 파#, 라, 도(높은)',
G는 '솔(낮은), 시, 레, 솔', 여기에 G7은 '솔(낮은), 시, 레, 파#',
Am는 '라(낮은), 도, 미, 라'를 연습하시면 됩니다.
가장 쉬운 피아노 반주는, C코드는 낮은 도와, 높은 도, 즉 옥타브 음만을 손가락을 넓게 벌려서 동시에 박자에 맞춰 1번 혹은 2번씩 누르며 오른손으로 멜로디를 연주하시는 겁니다. '이게 무슨 연주냐?' 하실 수 있겠지만 느리면서 서정적인 곡은 건반을 많이 누를 필요가 전혀 없답니다. 이건 조금만 연습하시면 1시간도 안 걸려서 하시게 되는 놀라운 감동의 순간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물론, 피아노 건반에 '도'가 뭔지를 아시는 조건에 한합니다.
기타는 6줄이니까(12줄 짜리도 있지만) 위에서 설명한 대로 C코드를 잡으면, 6개의 음은 모두 '도, 미, 솔'이라는 소리를 내게 됩니다. 6개 줄이 '도, 미, 솔' 외에 다른 소리를 내지 않아 'C'라는 조화로운 화음을 만드는 조화를 부리는 거죠.
5. 화음 내기
내 주변에 가장 완벽하게 3도를 이루는 화음을 내는 사람을 찾아봅시다. 사실 찾을 것도 없습니다. 내 가족, 부모, 형제, 친구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인 거죠. 다만 내가 어떠한 이유로, 불의의 사고로 힘들고 낙심하고 지쳐서 내가 내야 할 나만의 고유한 음을 내지 못해 생긴 불협화음으로 탈이 나는 것이겠죠.
그러나 불협화음을 냈다고 해서 우리, 무너지지는 맙시다. 잠시 주저앉을 수는 있어요. 다만 영영 주저앉지는 맙시다. 가끔은 불협화음이라고 느껴지는 음들이 더 음악을 고급지게 만들기도 하니까요. 그러나 그런 음들은 잠깐의 꾸밈음일 뿐이에요. 꾸밈음은 잠깐이었을 때에 의미가 있어요. 곧 제 음으로 돌아와야만 꾸밈음이 꾸밈음다워지기 때문이에요. 꾸밈음의 역할 중에 클라이맥스인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기 위한 발판으로 사용되는 꾸밈음인 경우도 많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코드는 조화입니다. 내 음은 내가 잘 내야 하고, 상대방은 상대방의 음을 제대로 낼 때, 조화(하모니)라는 경이로운 경험을 하게 되죠. 상대방에게 내 음을 강요하면 소리는 명쾌하게 같은 소리가 날지는 모르지만(아니, 같은 소리가 날 수 있을까 의문입니다) 밋밋한 세상이 되거든요.
참, 제목으로 '코드 하면 Am 아니야?'쓴 이유는, 어떤 영환지 드라만지 대사에 'Am'를 제일 좋아한다는 대사가 있어서 써봤는데, 어느 영화인지 못 찾겠네요. 찾으신 분이 있다면 댓글 부탁드려도 될까요^^